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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봄소식이 바람을 타고 바쁜 걸음으로 올라오고 있다. 제주도에 목련이 피었다고 지인이 사진을 보내왔다. 부산에 사는 언니네 마당에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 지용철 사진작가의 사진집 보고 있다. 목련과의 3년 동안 대화와 교감 끝에 세상에 나온 사진들을 오랫동안 감상하였다. 단백하면서도 고귀하고 단정하면서도 깨끗하며 화려하면서도 여백이 있는 사진은 마음마저 정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사진 한 장에도 이리 마음이 평온하고 담백해지는데 직접 숲속에 들어가서 나무를 바라보고 꽃의 향기를 맡으며 자연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때로는 숲 깊숙이 들어가서 눈을 감고 있으면 느껴지는 청량하고 부드럽고 향기로운 표현을 어찌 말로 다할까? 위로 받고 싶을 때 새로운 용기를 내고 싶을 때도 숲은 나에게 용기와 활력을 주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자연은 또 새로운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 봄은 또 설레고 새로우며 경이로워 감탄 할 뿐이다.

요즈음 산림치유의 열풍이 한참 뜨겁다. 스트레스로 황폐해진 몸과 마음을 정화 시키는 방법으로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힐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는 곳이 많다. 이곳저곳 치유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을 인터넷으로 들어가 보니 이용하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많은 비용을 들여 숲에서의 힐링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적이다. 물론 무료로 운영하는 치유의 숲도 있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태어나서 도시에서 살아왔다. 하루 종일 콘크리트 벽면을 바라보며 일을 하고 흙 한 톨 없는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들마음속에는 아주 오래전 유전인자에 각인된 사바나 초원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바나 초원과 유사한 환경에 자신도 모르게 끌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숲과 바다를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이유는 모두 이 때문 이라고 한다.

도시에 살면서도 늘 자연을 그리워하는 지인이 있다. 그는 언제든지 여건이 마련되면 숲을 찾아 삶의 터전을 옮길 것이라며 결심이 확고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며 들떠 있었다. 한적한 시골집을 아주 싼 가격으로 임대 했다며 아내의 동의를 얻지 못하여 혼자 짐을 싸서 이사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부러운 시선으로 그를 축하해줬고 꿈을 이루었으니 자연의 일부가 되어 청정한 삶을 살아가시리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이사를 한 계절은 아직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으며 숲속은 삭막했다. 이사를 하고 얼마 후 그를 만났다 따뜻해지면 한번 방문할 것이라는 인사와 함께 근황을 물으니 손을 내젓는다. 처음에는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제야 나의 세상이 온 것 같았으며 정말로 원하던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행복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달랐단다. 집은 너무 추워 옷을 껴입고 껴입어도 덜덜 떨어야 했단다. 한파로 인하여 집안의 수도 시설도 얼어버려 물도 나오지 않았으며 소변을 보러 가려면 방에서 나와서 한참을 걸어야 갈 수 있었다고 했다. 집은 옛날방식이 아닌 현재의 시설로 어정쩡하게 만들어 놨으니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했다.

옛 모습그대로 유지 되었다면 아궁이에 불이라도 지펴서 추위를 피 할 수 있으련만 그 또한 여의치 않단다. 일주일 동안 추위와 싸우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얼마나 좋던지 우선 따뜻한 물로 사워를 하고 짧은 바지와 셔츠로 갈아입고 따뜻한 방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더란 말에 우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웃었다. 그의 말을 듣고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도시생활에 길들여져 이었구나 하고 느꼈다. 늘 그리워하던 자연과의 일치된 삶은 이제 그야말로 꿈이고 상상 일뿐 현실은 아닌가 보다.

이제 우리의 유전자는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사바나의 추억은 자연결핍증후군으로 남아 가끔 숲에서 기운을 얻고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너무 멀리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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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