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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농촌에서 처음으로 수학하는 농산물이 감자이다. 감자가 가장 싸고 맛있는 계절이다. 감자가 환갑을 맞이한다는 하지가 지났다. 이제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 될 것이다. 하지는 24절기 중 10번째이다.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며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고 한다. 하지가 지나면 감자는 더 이상 알이 굵어지지 않으며 생장을 멈춘다고 감자환갑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또한 감자가 가장 맛있고 흔한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신다며 지인이 보내온 감자 한 상자를 앞에 두고 걱정이 앞선다. 일 년 동안 먹고도 남을 양이다. 감자는 저장하기가 어려운 작물이라 더 부담스럽다. 큰 맘 먹고 보내준 그 분의 성의가 고마워 서라도 알뜰하게 먹어야 할 것인데 어떻게 먹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배부른 투정이다.

개망초 꽃이 흐드러지게 핀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우리 집 감자밭이 있었다. 알이 굵어지기도 전에 조금씩 캐다먹는 감자는 우리의 주식 이였다. 어머니가 감자를 머리에 이고 내려오던 길에 하얗게 피어있던 개망초 꽃이 지금은 내 마음을 아리게 하는 꽃이 되었다. 장마가 시작될 즈음 감자는 우리의 주식이자 간식이며 구황식물 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감자하면 떠오르는 풍경 중에 하나는 감자 껍질을 벗기기 위해 양푼가득 감자를 가지고 우물가에 앉아서 놋수저가 닳도록 감자를 긁어대던 모습이다. 감자를 긁으면 감자 전분이 튀어서 얼굴에 하얀 주근깨가 범벅 이였다. 노란 감자는 까기가 쉬웠지만 자주 감자는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아서 감자 껍질 벗기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환갑을 맞은 감자는 이제 다 여물어 사람들에게 식량으로 자신을 내 놓는다는 뜻이다. 감자의 요리 방법은 다양 하다. 쪄서먹고, 구워먹고, 밥에 넣어 먹고 범벅을 해먹고, 전을 부쳐 먹기도 한다. 가늘게 썰어서 하얗게 볶아먹고, 납죽납죽 썰어서 고추장에 볶기도 하고 고추장을 넣고 찌개도 끓여 먹는다. 캐다가 멍들거나 상처 입은 감자는 항아리에 넣고 푹푹 썩혔던 생각도 난다. 우물가에서는 꾸리 꾸리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푹 썩으면 썩은 감자를 잘 걸러내어 하얀 전분을 만들어 두고 겨울에 떡을 해 먹기도 했다. 그렇게 감자와 함께 장마철과 삼복더위를 감자와 함께 보냈다.

감자하면 뜨거운 감자도 있다. 뜨거운 감자는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나의 어린 시절 찐 감자를 양푼에 담아 가운데 두고 내가 먼저 먹으려고 한입 냉큼 베어 물었다. 그 뜨거운 맛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뱉어내기가 아까워 꿀꺽 삼키면 식도에 내려가는 그 뜨거운 기분은 먹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요즈음 정치권이 총리 인준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민 여론은 점점 나빠지고 청와대에서는 뜨거운 감자를 입에 넣은 것처럼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뜨거운 감자라는 말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여서 해결은 해야 하는데 사안이 민감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뜨거운 감자는 도처에 숨어 있다. 우리직장에, 우리가정에, 우리사회에, 우리나라에, 감자의 상태를 살피기도 전에 냉큼 집어 삼킬 일이 없도록 조심 할 일이다.

하지가 되면 환갑을 맞은 감자처럼 사회의 고위층도 자신을 내놓고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 할 수 있는 분은 분명 있을 것이다. 뜨거운 감자가 아닌 배고픈 시절에 우리를 살린 구황식물처럼 국민의 배고픈 몸과 마음을 어루 만져줄 그런 분을 잘 찾는 일 그것이 정부가 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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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