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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바람은 부드럽고 날씨는 따뜻하여 몸과 마음이 하르르 녹아내리는 봄날이다. 연둣빛 새싹들의 수런거리는 소리와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 생강나무, 개나리, 목련도 우아한 자태를 품어내고 있다. 뺨을 스치는 봄의 느낌이 말캉하다.

저녁을 먹고 느슨한 맘으로 산책길에 나섰다. 땅거미가 밀려와 어둑해지는 저녁 이제 막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있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크윽크윽 소리도 아니고 흑흑 소리도 아닌!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두리번 거려보니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벤치에 어떤 사내가 앉아 어깨를 들썩인다. 뒷모습만 보이는 그 사내의 나이를 짐작 할 수 없지만 젊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그 옆을 지나가기가 왠지 미안해 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멀리 돌아 조용조용 걸었다. 무슨 사연일까? 궁금하기 보다는 가슴 한 쪽이 아리해지는 느낌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남자 어른이 저렇게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을 잘 접하지 못한 나로서는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기에 저리도 조용한 곳을 찾아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토해 낼 수 있을까 싶어 측은한 마음이 든다. 성인 남자가 소리 내어 울고 있는 뒷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우리 남편은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내 앞에서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나 모르게 어느 구석진 자리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는지는 몰라도 내 앞에서는 눈물을 보인 적이 없다. 그것이 남자의 자격으로 여기는 듯하다. 남자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사람이다. 그러나 우리 아들은 어려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울면서 해결 하려고 했고 아버지로부터 남자는 아무 때나 울면 안 된다며 야단도 많이 맞았다.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하고도 제성이 차지 않는다고 우는 모습을 간간이 보았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점점 단단해 지는 것 같다. 이제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잘 하는지 아이양육에 많은 정성과 사랑을 쏟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견 하면서 감정을 감추고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눈물 나는 일이 있어도 제 아버지처럼 눈물을 감추고 있겠거니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철모르고 울고 때를 쓰던 그 모습을 이제는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아들과 반대로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반가운 사람을 봐도 눈물이 먼저 앞서고 조금만 서운해도 눈물이 먼저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 때문에 민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눈물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 시키고 새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활력소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도를 넘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강하고 단호했었다. 사리분별을 명확히 했고 설사 눈물이 나려고 하면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나의 감정 선은 지금 혼란을 겪고 있다. 눈물이 날 때인지 아닌지를 구별을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걱정이다. 오랜만에 친구의 전화를 받아도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가까이 살고 있는 아들의 전화에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

눈물하면 영화 국제시장 중에서 늙은 덕수가 오열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께 쏟아놓은 마음속이야기 "이만하면 잘 살았지 예 근데 진짜 힘들었거든 예" 하면서 오열하던 모습이 잊어지지 않는다. 이 땅의 대부분의 남자들은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울고 있을 것이다. 남자라는 이유로 울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살아온 그들에게 이제는 울어도 된다고 토닥여 주고 싶다. 감정을 숨기지 말고 정말 울고 싶을 때 울고 기쁠 때 환하게 웃는 그런 맘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남자의 눈물이 더 이상 숨겨야 할 부끄러움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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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