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

모두가 잠든 시간 잠이 오지 않는다. 시나 한편 읽으려고 정진규시인의 시집 본색(本色)을 손에 들고 생각이 많아진다. 본색을 감추고 있다기보다는 드러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실 그것이 더 궁금하다. 그렇다면 본색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해 졌다.

국어사전에는 '본디의 바탕이나 정체' 라고 표기해 놓았으며 백과사전에는 '밭에서 생산된 그대로의 것인 벼-보리-밀-콩 등. 해토지 생산물(該土地 生産物) 그대로' 라고 표기되어 있다. 정진규 시인은 본색(本色)을 '겨울에 감추고 있던 초록의 눈엽(嫩葉))들'로 본색을 탄로 시킨다고 했다. 짜디짠 조기 한 마리가 퍼들퍼들 낚싯줄에 매달린다는 표현으로 죽은 듯 메마른 나무들에서 본색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단한 혜안이다. 정진규시인은 '소나기'라는 시에서는 소나기가 쏟아지니 '냅다 손목을 놓고 치달려간 너와 나의거리가 그날 이후 좁혀지지 않는다고'본색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만 살겠다고 혼자 뛰는 것이 사람의 본색일 지도 모른다.

우둔한 나는 본색을 들여다 볼 줄 모른다. 지금 그저 보이는 것이 다인 줄만 알고 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그가 가진 본래의 색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랬다. 나는 한참 지나고 나서야 본색을 알아본다. 그것도 좋을 때는 정말 본색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치거나 서운하게 행동했을 때 또 다른 그 사람의 이면을 보았을 때 저 사람의 본색은 무엇일까· 궁금한 적은 있다. 본색은 다 까맣게 보여서 속이 보이지 않는다고 혼자 생각 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맑고 투명하고 부드러운 본색을 지닌 사람이 정말로 많다. 그것이 이제야 보이는 것은 정말로 내가 둔하고 명징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동안은 나는 본색을 몽땅 드러내 놓고 살고 있다고 자부 했었다. 나는 맑고 투명하여 본색이 모두 드러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나도 모르는 본색이 나에게 숨어 있다는 것도 이제야 감을 잡았으니 둔해도 한참 둔하다.

살다보니 본색을 감추어야만 할 때가 참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본색을 드러내는 것만이 정직한 삶이 아님을 알아버린 나이 이다. 나는 요즈음 의도적으로 본색을 감추려고 노력한다. 사소한 일로 화가 나도 화를 감추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려고 애쓴다. 젊은 아이들의 버릇없는 꼴을 보고도 마음을 꾹 누르고 그래 이해한다. '나도 그때는 그랬지!' 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의 대화중에 의견이 다르더라도 본색을 감추기 전에는 끝까지 내가 옳다고 우겼지만 지금은 '그래 내가 틀렸다 네가 옳다' 하고 본색을 감춘다. 이제는 본색을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고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는 확신이 선다. 자꾸만 상대방의 본색을 들여다보려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귀 울이던 때가 부끄럽다.

백과사전에서 풀이해놓은 본색은 '밭에서 생산된 그대로의 것인 벼-보리-밀-콩 등. 해토지 생산물(該土地 生産物) 그대로' 라는 말이 공감이 간다. 그대로인 것 그러나 그 한 알에 모두를 품은 것 그것이 본색일 것이다. 나도 한 알의 그대로 이고 싶다.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전송해 왔다는 사진 한 장을 보았다. 그것은 1990년 2월14일 64억킬로미터 밖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이란다. 태양반사광속에 있는 아주 작은 점 하나 그 사진의 이름은 '창백한 푸른 점'이다. 그 사진을 보면서 나는 지구의 본색을 들여다 본 것 같다. 이 사진을 찍은 칼세이건은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라고 밝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본색은 깨알처럼 작고 미미한 것인데 하물며 우리인간의 본색은 그 작은 점에 감추어진 먼지 같은 것 이라고 생각하니 민망할 따름이다. 명함도 못 내밀 일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