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종석

"이제 우리의 전성기는 다 지나 간 거지? 지금부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물음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글쎄! 우리가 주인공이던 무대는 불이 꺼지는 중이네 이제 관객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연극이나 감상 해 볼까?" 다른 친구의 대답이다.

창밖의 계절은 성큼성큼 걸어와 어느새 여름의 한가운데 있다. 장마가 시작되어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며 칠월을 보내고 있다. 비가 잠시 그친 자리마다 자비로운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맑고 깨끗한 세상이 축복처럼 내 앞에 펼쳐 져있다. 산과 들은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눈이 시원하다. 창 넘어 능소화의 요염한 모습이 처연하다. 여름의 절정인 자연의 힘찬 기운이 하늘을 향해 씩씩하게 상승하고 있다. 내 인생의 여름날도 지금의 여름처럼 이렇게 활기차고 싱싱하며 아름다운 계절이 있었을 것이다.

조용한 찻집에 모인 친구들의 모습은 창 밖의 풍경과 대조적으로 비오는 날의 하늘빛처럼 어둠기만 하다. 찻집의 바깥 풍경을 보면서 친구들은 우리에게 닥친 노년에 대하여, 죽음에 관하여,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다. 결론은 품위 있는 노년의 삶을 위하여 자존감을 버리지 말고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해 지자는 결심을 하면서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나는 인생의 연극무대에 주인공으로 살아가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 이제 무대에서 내려올 일도 연극이 끝났다고 낙담할 일도 아니 것이다.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이제 반 조금 넘게 살았으면서 무대 밖으로 밀려 났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라고 친구들 앞에서 말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나는 문자 메시지로 친구들에게 이렇게 보냈다 "무슨 소리야! 우리 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이제 1막이 끝났을 뿐이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인생을 연극에 비유 했다. 그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 에서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여자와 남자는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등장 했다가 퇴장할 뿐이다" 라고 말 했다. 그동안 나의 잣대는 인생은 정직하고 바르게 정도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고정 관념으로 살았다. 상황에 따라 임기웅변으로 연극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처세술에 강하느니 겉과 속이 다르다는 편견으로 은근히 거리를 두기도 했으며 진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렸다. 그리고 나는 사람 속에 녹아들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관망하고 나만의 방법으로 판단했다. 이제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서야 나의 삶의 방법이 잘못된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처한 상황에 맞는 배역에 따라 나만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혼신을 다하여 성실하게 연기 하는 삶을 산다면 나의 연극을 보고 감동 받고 공감하는 관객이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나의 삶이 결코 잘 살았다고 자부 할 수 없다. 나에게 주어진 주인공의 역할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나에게 주어진 무대와 배역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될 준비를 하려고 노력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왜 살아야 하는가? 라는 답을 명쾌하게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살다보면 "왜?" 라는 의문도 풀리는 날이 올 것을 믿는다.

오늘은 네 살배기 손자를 위하여 연극을 한다. 무엇이 못 마땅한지 울음보가 터졌다.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면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배우가 되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어머! 코끼리 아저씨가 어디로 가셨지? 금방 여기서 울고 있었는데 어! 고양이 도 사라졌네! 어디 있어요? 대답 좀 하세요?"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우리 함께 찾아볼까?" 아이가 두리번거리더니 장난감 코끼리를 찾아들고 함빡 웃고 있다. 성공이다. 앞으로 이렇게 살자! 순간순간 나에게 주어진 배역을 리허설 없이 완벽하게 연기하면서 말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