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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청주중앙도서관 영양사

명절연휴 마지막 날에는 가족들이 모두 자신의 영역으로 떠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뒷동산에 올랐다. 올해 추석이 38년 만에 가장 빠르다고는 하지만 아침저녁은 제법 선선한 것이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산으로 오르는 들길에는 성급한 코스모스가 더러 피어났고 벌개미취도 보라색 꽃잎을 활짝 열었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빨간 혀를 쏙 내민 모습의 꽃이 보인다. 가만 들여다보니 하얀 점 두 개가 빨간 꽃잎에 선명하게 찍혔다. 꼭 혓바닥에 밥풀 두 알이 붙어있는 모습이다. 며느리밥풀꽃 이다. 이 꽃은 며느리가 밥을 재촉하는 시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밥이 뜸이 들었나! 확인 하려고 밥알 두 알을 떼어 입에 넣다가 시어머니에게 들켜서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꽃이다. 며느리가 죽은 자리에서 빨갛게 피어난 꽃잎은 혓바닥에 밥알 두 알이 붙어있는 모양으로 피어났다고 한다. 그 후로 그 꽃은 며느리밥풀꽃 이라는 꽃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 외에 며느리에 관한 꽃이나 풀은 많다. 며느리밑씻개 라는 풀은 거친 가시가 밑으로 촘촘히 박혀있다. 그 거친 풀을 며느리 밑씻개용으로 던져 주었다는 시어머니의 심술 또한 대단하다. 이팝나무에 전해져 내려오는 며느리의 한 맺힌 밥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열악한 환경과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에 고부간의 갈등은 며느리들의 한으로 남았고 그 것을 꽃이나 식물의 생김새와 자라나는 습성을 빗대어 이름을 붙여 준 우리의 선인들의 재치는 기발하다.

생전에 우리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 하셨다. "내가 니들 할머니에게 받은 시집살이는 책으로 쓰면 10권도 넘을 것이다" 어머니의 고초당초보다 매웠다는 서러운 시집살이는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듣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 이야기이다. 곤궁한 삶을 숙명이라고 여기며 갖은 고초를 겪으며 사셨다는 어머니!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은 번듯하게 키워내야 하는 어머니의 서럽고 슬픈 삶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이며 여인의 한이었다. 들에 피는 한 송이 꽃이나 들풀은 모진 비바람과 추위 그리고 더위를 이겨내고 한 송이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야 하는 한 살이가 꼭 우리 어머니들을 닮았다.

요즈음은 며느리는 어떠하신가?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집살이를 시키기는커녕 며느리 눈치 보기에 바쁘다. 우리 집만 해도 사형제와 그에 따른 식솔들이 모이면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리던 명절이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서울에 계시는 큰 형님이 제사를 모셨다. 집이 크지 않은 형님은 여러 가족이 모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셨고 며느리 둘을 보시더니 슬슬 며느리 눈치를 보시기에 이제 모든 형제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조카며느리 입장에서는 작은집 가족까지 모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옛날 풍습만 고집 할 수도 없기에 이제 명절날도 함께 하지 못하고 각자 집에서 지낸다. 남편은 내심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나 오히려 잘된 일 아니냐며 위로를 한다.

친구들의 말을 빌자면 어쩔 수 없이 며느리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한다. 아들과 사이가 나쁜 것 같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손자들이 보고 싶어도 아무 때나 아들집을 방문 할 수 없다며 불만들이다. 이래저래 며느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해하려고 애는 쓰지만 서운한 적이 많다고 푸념이다. 요즈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옛날처럼 시어머니 노릇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시집살이라는 말이 옛말이 되었다. 오히려 시어머니가 고초를 겪는 시대다.

이번 명절에 고부간의 갈등으로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방송을 보면서 머지않아 뒷동산에 시어머니눈물꽃 이나 시어머니한서린꽃이 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붉은 혓바닥에 밥알 두 알이 붙어있는 모양의 며느리밥풀꽃을 보니 어머니가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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