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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중앙도서관 영양사

녹색 옷을 벗은 가을이 성큼 성큼 걸어 산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스산해진 날씨처럼 마음도 서늘해지는 시월이다. 여름을 보낸 사람들은 가을을 만나러 산을 오르고 있다. 내려온 산과 올라간 사람이 만난 곳에서 가을은 선물을 건넨다. 갈색의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도토리 열매다. 올해는 유난히 도토리 열매가 많이 열렸다. 떨어진 도토리 열매를 주우며 그의 허리에 난 상처를 보았다. 도토리나무의 대부분이 상처를 가지고 있다. 깊게 패였거나 커다란 혹을 달고 있다. 아프게 느껴진다. 참나무를 가만 안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사람들이 낸 상처로 오랜 세월 신음도 없이 앓았을 그들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수 없이 산을 오르며 마주쳤을 참나무들의 아픈 상처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의 욕심에 의한 상처라고 생각 하니 더욱 더 미안 하다. 기다려주지 못하고 빨리 열매를 떨구라고 매질을 했단다. 매질로 얻을 수 있는 열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을까· 생각하니 기특하면서도 더 아프다. 일제 강점기에 초근목피로 삶을 연명하던 시절 도토리는 구황식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열매임을 나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하니 참나무가 상처를 가진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나도 직접 체험 한 것이 아니라 들어서 어설피 알고 있는 그 사연을 지금의 젊은이들이 알 리가 없다. 이제는 동화책에 나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참나무만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참나무의 상처가 보이듯이 사람들의 상처도 이제야 조금씩 보인다. 살아내기 위해 찢기고 밟힌 상처들! 어떤 사람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진물이 흐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지금 막 매질을 당해 익지도 않은 열매를 떨어뜨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상처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더 안쓰럽다.

이재무시인의 상처라는 시가 마음 아프게 하는 날이다. 그의 시 중에 '진물이 먹여 살리던 식구들을 기억 한다 /가장의 진액은 그러므로 울음이 아니다/ 식량이다' 라는 구절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진물 나도록 아픔상처를 감추고 오늘도 속울음을 울고 있을 가장들을 생각한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삶의 무게는 무겁고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만 바뀌었을 뿐 치열한 경쟁시대는 계속되고 삶의 곤궁함은 상대적 빈곤감으로 더 처철 하게 느낀다.

이제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한때이다.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은 진물 흐르는 마음을 가지고 숲으로 갈일이다. 저렇게 허리 반도막을 도려내고도 꿋꿋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참나무 앞에서 우리는 치유 받아야 한다. 너만 아픈 것이 아니라 나도 아프다고 말해야한다. 그리하여 마음의 위안을 받고 다시 세상에서 실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

툭 하고 떨어지는 도토리의 갈색 열매는 유난히 반짝거린다. 도토리를 주워들고 생각이 많아진다. 일단 욕심껏 도토리를 주워서 양쪽 주머니에 빵빵 하도록 채웠다. 두리번거려 보아도 지금은 도토리를 욕심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산길 따라 내려 오다보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작정을 하신 듯 자루에 도토리를 열심히 주워 담고 계신다. 연세로 보아 아마도 보리 고개를 넘고 넘어 배고픈 시절을 온몸으로 견디며 사신 분 같다. 주머니 가득 주운 도토리를 나는 아무 말 없이 어르신의 자루에 담아 드렸다. 어르신도 아무 말 없이 자루를 벌리신다. 도토리가 자꾸자꾸 덜어진다. 도토리를 주우시는 어르신의 허리도 살아내기 위해 반쯤 도려냈는지 펴지질 않는다. 참나무와 어르신이 참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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