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패션과 스타일에 관한한 불멸의 이름이다. 복식(服飾)으로서 20세기 초반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자유와 해방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샤넬은 디자이너로서 위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1971년 영면한 코코 샤넬이 요즘 우리 집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부활하고 있다. 한 달…
'36도씨의 따뜻한 물은 긴장을 가라앉힌다. 그 온도에서는 얼음처럼 차가운 나조차 어쩔 도리 없이 녹아내린다.'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웹툰 만화 '목욕의 신'에 등장하는 첫 대사다. 만화 '목욕의 신'은 남자 주인공 허세가 빚 독촉에 시달리다 '금자탕'이라는 목욕탕에 숨어들면서 만난 때밀이들의 기상천외…
벚꽃 지는 걸 보니푸른 솔이 좋아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김지하 시인의 '새봄'이라는 시이다. 이 시의 내용은 취향의 변덕스러움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기 있는 그대로의 고유한 생명체를 사랑할 때 그 조화의 기운이 또한 생명을 살리는 것임을…
지난 주, 여수엑스포 세계박람회를 1박2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화창한 날씨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에 꽤나 지루했을 대기의 행렬에서도 행복했다. 이번 여수엑스포는 눈길 닿는 곳마다 첨단 디지털화면을 통해 구현되는 세상은 별천지였다. 76개의 전시시설은 바다를 통해 생명의 발원지이자…
어린 시절 방 한 쪽에 늘 콩나물시루가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밤중 잠결에도 할머니가 시루에 물을 끼얹고 밑으로 냇물처럼 졸졸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머리맡을 적시곤 했지요. 할머니는 나에게도 수시로 물 줄 것을 당부하셨어요. 그래야만 잔털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물은 밑으…
요즈음 주말은 이제 금요일부터 시작이다. 아이들과 아내는 금요일 저녁이면 생기가 돈다. 쉰다는 의미보다는 이틀의 휴식이 주는 정신적 위안이랄까. 중간고사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막내가 토요일 날도 하루 종일 나가 놀더니 일요일에도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고 서둔다. 엄마에게는 이것저것 내일 설악산으…
이즈음의 절기는 안복의 호사가 극치를 이루게 한다. 먼 산의 난만한 봄빛도 절정이거니와 가까운 공원이나 아파트 주변만 해도 꽃사태가 아롱졌다. 다투어 피는 꽃들과 연연한 신록들이 바야흐로 한데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연주해내고 있다. 명수필가 금아 피천득 선생은 아흔 즈음하여 "내 생전에 몇 번의…
사흘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 주,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비가 오는 제주여행이라니요. 그야말로 엉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엉망인 제주여행을 꽤 '의미 있는 여행'으로 바꾸어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47명으로 구성된 제주도 '패키지'여행객들은 지난 목요일 오…
너와 나의 생애 사이엔 벚꽃의 생애가 있다 일본 하이쿠의 거장 마쓰오 바쇼는 봄날의 벚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사람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봄날의 환영처럼 잠깐 부풀었다가 곧 스러지는 벚꽃처럼 사람의 인생도 그렇듯 덧없이 짧은 것이라는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꽃으로 인하여 사…
지난 주말, 대청호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우은정 화가의 '바람의 곁에 바람으로 서서' 전시회가 있었지요. 그림을 보다 사람을 만났고 뜻밖의 바람도 만나 한껏 흥이 났습니다. 제1관 '팔선녀 성진을 희롱하다'를 거쳐 2관 '신선이 사는 마을'과 3관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에 바람을 드로잉 함'을 보고 나니, 내…
푸른 밤 하늘에 달빛이 사라져도 사랑은 영원한 것 찬란한 태양이 그 빛을 띄우듯 사랑은 영원한 것강물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영원한 것 '불후의 명곡'이란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소냐가 '사랑의 맹세'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춤동작이 독특하고 우아하게 느껴졌다. 가만히 보니, 노래 내용을 수화…
초원에 불이 났다. 짐승들이 일제히 도망쳤다. 그런데 벌새 한 마리가 겁도 없이 진화에 나섰다. 왜 벌새인가? 벌새는 새 중에서도 가장 작다. 크기가 벌만해서 벌새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벌새는 그 조그만 입으로 강물을 물고 와서 초원을 태우는 불길 위에 끼얹었다. 밑도 끝도 없이 그 짓을 반복했다. 큰…
드디어 아내가 자동차 운전면허를 땄다. 그것도 한번에. 본인도 믿기지 않는지 대학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한다. 적어도 열 번 정도는 떨어질 각오를 하고 있었단다. 나 또한 960번째 합격했다는 차사순 할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여러 번 떨어지려니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면허를 따긴 했지…
얼마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시작한 동기는 엉뚱하다. 뒤늦게 뜻한바 있어 '위대한 화가'를 꿈꾸는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의 주인공 '고갱'의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제 중학교 2학년에 올라선 막내 아이의 재능을 더 늦기 전에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과 적성이 있다면 미리 발견해…
새벽이 오려면 아직도 먼 밤의 여정이다. 식구들이 고단한 낮의 삶에 지쳐 혼곤한 잠에 빠져 있다. 밤은 시간이 한순간 정지되고 고여 있는 느낌을 준다. 가정을 이루고, 사회라는 곤고한 틀 속에 살아오다 이렇게 텅 빈 고독과 불현듯 맞닥뜨리면 '외롭다'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독거노인들에게 텔레비전은 가장…
지난 주말 소록도를 다녀왔다. 소록도로 가는 길은 멀었다. 5시간 만에 도착한 소록도 입구에서 투어 일행 한 명이 "여기는 너무 춥고, 멀어."라고 말했다. 거리도 멀었지만, 날이 몹시 추웠던 것이다. 멀리 소록도가 눈에 들어오자, 해무처럼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이 기억 저 편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꽃다발을 든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거리를 오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졸업과 더불어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사회로 나서는 저들의 마음에는 어떤 새로운 결의가 깃들었을까. 서운하고 아쉬운 표정보다는 홀가분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예전의 졸업식에서 경건히 울…
전쟁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영화 '고지전'에서의 전쟁은 다만 살기 위해 이유도 모른 채, 같은 민족에게 총칼을 겨누어야 했다. 도대체 왜 싸워야 하는가.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적이라 하여 죽고 죽이는 행위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 영화의 앞부분에서 "너희들은 이 전쟁을 왜 하는지 모르…
친구가 생일 선물로 멀리서 난을 보내왔다. 그윽한 그 심정도 고맙고, 한겨울 푸르게 벋어 있는 풍성한 줄기가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데 은은한 향기까지 감돌았다. 가만히 줄기 속 안을 들여다보니 작고 흰 꽃이 다복하게 피어 있었다. 아내는 꽃향기를 흠향하며 이번만은 잘 키워보리라 결심하는 것 같았다. 그…
"아빠, 우리 집에서는 저런 거 왜 안 해?" 설날 오후, 외갓집에서 TV를 보던 작은 아이가 물어왔다. TV에서는 아침 차례를 지내며 대가족끼리 둘러앉아 음복(飮福)을 하고 덕담을 나누는 장면을 방영하고 있었다. 순간, 나는 할 말이 궁했다. 명절 아침이면, 의례히 있어야 할 풍경이었지만 지금 우리 집에서는…
한동안 최인호 작가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불안했다. 그는 이미 2008년 침샘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가 이내 건강을 회복했다면, 다시 활기차게 세상으로 나와 왕성하게 살아갈 사람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칼럼에 언급했지만, 난 최인호 작가와 함께 이미 고인이 된 박완서 작가와 4박5일…
우리 동네 중학교에 작은 테니스장이 하나 있다. 이곳에는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회원들이 테니스를 즐긴다. 오후반이 주로 젊은 직장인들이라면, 새벽반은 모두 정년퇴직을 한 노인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난 L회원과의 인연으로 오전반 회원으로 등록했다. 필자를 제외하면 가장 나이가 적은 회원이 6…
80년대 초, 겨울이다. 영배씨는 서른 살의 청년이었다. 하지만 정신연령은 초등학교 수준의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으며 걸음걸이는 부자연스러웠다. 몸집은 거대했고, 짧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에 얼굴은 대추처럼 붉었다. 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결코 못난 얼굴은 아니었다. 그가 교회에서 주로 하는 일은…
며칠 전, 여름휴가를 시골서 보내고 왔다. 매년 우리 가족의 휴가는 대천 바닷가였는데, 이번에는 시골 친척집을 다녀오자고 가족들과 의견을 모았다. 거기에는 산과 들을 좋아하는 아이의 성정도 한 몫 했다. 시골의 밤은 도심의 그것과 확연하게 달랐다. 우선 에어컨이 없어도 밤의 공기가 그렇게 시원하고, 투…
깨끗한 물속에 송사리 떼가 노닐고 있다. 손가락으로 살짝 터치하니 맑은 물소리와 함께 수풀 속으로 얼른 숨어버린다. 거실에서 개울물을 한 손에 들고 흔들며 물고기들을 이리저리 몰고 다닐 수 있으니 염천(炎天)의 피서가 따로 없는 듯하다. 뿐이랴. 스크린에 손가락을 살짝 대기만 해도 책장은 술술 넘어간…
◇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청주 상당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앞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를 국회의원으로 선택해 주셔서 일할 기회를 주신 만큼 정말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4·10 총선 청주 상당 선거구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이강일(56) 당선인은 충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정치에 대한 꿈을 어려서부터 가졌다는 그는 22대 국회에서 이를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저를 선택해준 뜻은 청주와 상당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달라는 지역의 염원이자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민생 위기를 극복하라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가 시급하다"며 "지금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는 생산과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와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양극화를 줄이고 불평등을 해소해 나가는 정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의 노동 가치가 인정받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도 목표라고 했다. 이 당선인은 "노동의 질과 내용에 비해 너무 많은 신분과 대가의 차이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소부장 특화단지와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특구 유치에 성공한 충북도가 바이오 특화단지와 K-바이오 스퀘어 조성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은 오송을 바이오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특화단지는 올해 상반기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예타 면제는 이때까지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잡았다. 1일 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신규 산단 조성 시 국가산업단지로 신속 지정 검토, 생산시설 신·증설 때 산업단지의 용적률 최대 1.4배 상향 등을 지원 받는다. 정부 연구개발(R&D) 우선 반영, 입주 기관에 대한 국·공유 재산 사용료와 대부료 감면, 예타조사 특례 적용 등이 주어진다. 이 같은 다양한 혜택이 바이오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유치전은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충북을 비롯한 11개 지자체가 뛰어들었다. 인천과 강원, 대전, 경북, 전북, 전남이며 경기는 수원과 성남, 시흥, 고양 등 4곳이 신청했다. 도는 지난달 30일 서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