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독일. 고열 증상이 심한 15세 소년이 공동주택 입구에서 구토를 하고 있다. 이때 30대 중반의 한 여인이 다가와 돌봐주고 귀가하도록 부축해준다. 심하게 앓고 난 10대 소년 마이클 버그는 완치 후, 꽃다발을 들고 여인을 찾아온다. 소년과 전차 검표원으로 홀로 살아가는 여인 한나 슈미츠와의 인연은…
우리 집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대개 집안일 분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신혼시절부터 이십여 년이 넘은 지금까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싸움의 레파토리다. 밀렵시대부터로의 수컷 태생 본능 때문인지 집안일에 선뜻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일견 소소해보일 수 있는 일거리…
대학생이 된 큰 애가 학교에 가기 전, 수조 속 구피들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 큰 수조(水槽)에는 한들거리는 물풀들, 가끔씩 머리를 들어 물을 토해내는 공룡모양의 장식, 입을 벌릴 때마다 뽀글뽀글 물을 뿜어 올리는 무지개 빛깔의 커다란 조개가 눈길을 끌었다. 앙증맞은 열대어들은 그 사이를 유유히 헤엄…
얼마 전 베란다 창고를 정리하던 아내가 탄식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인가 보았더니 열권에 가까운 가족 앨범이 창고의 습기 때문에 일부 사진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것이었다. 앨범에는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그간의 성장 과정을 담은 사진들이 주로 담겨 있었다. 부피가 큰 앨…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형? 오랜만이야. 나 '권은'이야…있잖아. 무량사" 처음에는 '권은'이라고 밝혔어도 누군지 쉽사리 알아차리지 못해 적이 당황했지만, '무량사'라는 말이 난수표의 첫 실마리처럼 머리를 스치면서 희미했던 기억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약 15년 전, 개인…
지금 고 1인 작은 아들 컴퓨터는 현관에 가까운 거실에 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대부분 제일 먼저 마주치는 얼굴이 작은 녀석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녀석의 얼굴보다 늘 켜있다시피 한 아들의 컴퓨터 모니터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 컴퓨터가 돌아가고 있는데 모니터가 꺼져 있으면 영락없이 게임 중이었…
두 아들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아내는 갑자기 머리가 부쩍 세어 버렸다. 마흔을 넘기면서 진즉부터 염색을 시작한 나와 달리 40대 후반에 들어서도 염색과는 무관한 아내의 검은 머리를 바라보며 곁다리로나마 그래도 아직은 내 삶도 과히 늙은 것은 아니라고 자부해오던 터였다. 그런데 어느 날 외출했다 집에…
해발 453m, 산 높고 골 깊은 이 고개는 박달재다. 치악산의 맥을 뻗어 백운산이 되고 그 줄기가 다시 남으로 달려 구학산, 박달산을 이룬다. 박달재는 동서로 봉양과 백운을 잇고, 멀리는 제천과 충주를 잇는 옛길이다. 흔히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로 시작되는 노랫말이 떠오른다. 그 옛날 슬픈…
유록빛 신록이 꽃처럼 연연히 화사하고 골목마다 장미가 흔연히 만발하는 5월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5월은 분명 '계절의 여왕'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살아온 5월 중에서 가장 그 아름다움을 못 느낀, 아니 오히려 가장 혹독했던 2014년 5월이 아니었나 싶다. 숨 막히도록 눈부신 그 풍경이 오…
전주비빔밥, 춘천 닭갈비, 동래파전, 충무김밥……모두 지역의 명물이 된 음식들이다. 그런데 막상 그 지역을 찾아가보면 하나같이 원조(元祖)라는 말이 거의 모든 식당의 간판 앞에 붙어있어 어디가 진짜 '원조'인지 헷갈린다. 같은 값이면 원조 음식점에서 먹고 싶은 것이다. 음식만 그런가. 노래도 그렇다. 처…
이름에는 그에 걸 맞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온 국민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 이름 '청해진'. '청해진해운'의 그 이름부터 우선 박탈해야 한다. 청해진은 누구나 알다시피 해상왕 장보고가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의 완도에 세운 군사 기지이다. 사람의 생명은 안중…
일찍이 이런 분노와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나이 오십을 넘기고 보니 인간이 살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로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큰 재해나 횡액을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나 청년시절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의 무게를 직간접적으로 많이 겪어 보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상록수란 계절에 관계없이 잎의 색이 항상 푸른 나무를 말한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서도 주인공 동혁이 동네어귀의 상록수들을 보면서 '오오, 너희들은 기나긴 겨울의 눈바람을 맞고도 싱싱하구나! 저렇게 시퍼렇구나!'라고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지 않던가. 그는 함께 농민운동을 하며 사랑하던 연인 영…
오늘 낮에 친구들과 산성에 간다던 큰아이가 진달래꽃을 따왔다. 빈 물병에 차곡차곡 쟁여온 꽃잎을 풀어놓으며 제 엄마에게 빨리 찹쌀가루를 내놓으라고 성화다. 화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내는 저녁 준비를 하다 말고 귀찮아하며 먹지도 않을 것에 시간 낭비한다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아이는 먹기보다…
인간의 몸은 오직 현재의 시간만을 접촉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분절은 인간의 흐르는 삶 속에서 그다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과거는 기억 속에 있을 뿐이고, 미래는 예비된 시간일 뿐 도저히 현재가 될 수 없다. 과거를 만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
'댐은 아름다웠습니다. 배를 띄우는 나루터 입구에 "회상의 문"이란 팻말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왜 "회상의 문"일까요? 나룻배는 물살을 가르며 대청호를 지납니다. 물에 손을 담그다 보니, 희미하게 물밑 세상이 조금씩 눈에 들어옵니다. 아아, 그곳은 30년 전, 수몰된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
근래 들어 텔레비전 방송에 '먹방'이라는 것이 주목받는 모양이다. 나 역시 그동안 생각지 못한 '먹방'을 당해야 해서 요즘 다소 괴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매일 아내로부터 강제 투여받는 각종 영양제와 건강식품의 종류를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식사 전이나 식사 후에 먹어야 하는, 종류도 무궁무진한 여러 즙과…
30년 전, 내가 K사단 연대본부에서 복무했을 때의 일이다. 김병장은 K사단 연대본부 행정병이었다. 성실하면서도 인품이 훌륭한 병사였다. 당시 연대 본부의 병사들은 장교들의 편의와 연대의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병 성격이 강했다. 테니스병, 이발병, 취사병, 행정병, 보일러병과 같이 대부분 전투와…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국 뻐국새 숲에서 울 때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우리나라가 고단하게 살았던 6,70년대 시절 오빠를 가진 여동생이 아니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불러보곤 했던 동요입니다. 작…
언제부터인가 나의 가방들은 손으로 드는 형태의 것보다 어깨에 걸치는 숄더백이나 등에 메는 백팩이 대부분이었다. 손으로 드는 가방보다 숄더백 형태의 가방을 선호하게 된 것은 분명 옷차림과도 연관이 있다. 평소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는 탓에 나이가 오십이 넘어서도 '어려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어디선가 조화(造花)를 마주칠 때마다 은근히 경시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아마 누구라도 조화보다는 생화의 향기와 자연스런 생명력을 윗길로 칠 것이다. 무척이나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생화인 줄 알고 살짝 만져 봤다가 종이나 헝겊의 뻣뻣한 감촉에 실망한 적도 있다. 운전을 하고 다니다보니 라디오를 듣…
입영통지서가 날라 왔다. 아들이 벌써 군에 갈 나이가 된 것이다.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50세가 넘은 이즈음에도 나는, 다시 군대에 가는 꿈을 종종 꾸기도 한다. 우스꽝스럽지만 서류가 잘못되어서 다시 입대해야 한다는 통지서를 받기도 하고, 제대를 앞둔 말년병장으로 변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
"사실이지 하나의 상징이 다른 모든 상징들을 무색하게 만들었으니, 그것은 바로 돈이다." '조지 기싱의 고백'이란 수필집에 나오는 말이다. 그렇다. '돈' 만한 상징이 어디 있으랴.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무소불위의 권력이나 그 어떤 명예보다도 한 수 위이다. 심지어 사랑마저도 살 수 있다. 요즘 젊…
"농촌 맞아? 어떻게 논밭에 비닐조각 하나 보이지 않지·" 일본에서 만난 농촌의 풍경은 방금 세수를 막 끝낸 민낯처럼 그저 정갈했다. 함께 여행하던 동료의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온 탄성이었다. 우리의 농촌에 흔히 여기저기 쌓여 있는 쓰레기나, 찢겨 날아다니는 비닐봉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작은 시골집…
아파트에 살면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너무 많다. 편리하다는 그 이유 하나가 나머지 모든 문제점을 덮어 버리니 아파트의 편리성은 정말 힘이 세다. 아파트의 가장 아쉬운 점은 자연과 계절의 기척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산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라 사람의 기척도 마찬가지다. 결혼 전에는 계속 단독주택에 살았…
[충북일보]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문화제조창을 비롯해 청주 곳곳에서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시간 보내기 좋은 '꿀잼'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대표이사 변광섭)에 따르면 어린이날 연휴인 4~5일에는 문화제조창 본관과 동부창고에 어린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할 예정이다. 주말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동부창고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신나는 어린이날 행사'가 펼쳐진다. 동부창고 6동에서는 △슬기로운 새활용 놀이터 △여유 만만 창고 피크닉 △흥미로운 예술시간 △피아노 공연 등이 열린다. '슬기로운 새활용 놀이터'는 병뚜껑 알까기, 자투리 목재 미니운동회 등 온몸으로 뛰놀며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체험 활동이다. '흥미로운 예술시간'을 통해서는 17종의 예술체험 프로그램(유료)을 즐길 수 있다. 이날 동부창고 카페C는 유료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음료를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굿즈 뽑기 이벤트'를 연다. 문화제조창 본관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공예관은 5일 오전 10시,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소부장 특화단지와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특구 유치에 성공한 충북도가 바이오 특화단지와 K-바이오 스퀘어 조성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은 오송을 바이오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특화단지는 올해 상반기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예타 면제는 이때까지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잡았다. 1일 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신규 산단 조성 시 국가산업단지로 신속 지정 검토, 생산시설 신·증설 때 산업단지의 용적률 최대 1.4배 상향 등을 지원 받는다. 정부 연구개발(R&D) 우선 반영, 입주 기관에 대한 국·공유 재산 사용료와 대부료 감면, 예타조사 특례 적용 등이 주어진다. 이 같은 다양한 혜택이 바이오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유치전은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충북을 비롯한 11개 지자체가 뛰어들었다. 인천과 강원, 대전, 경북, 전북, 전남이며 경기는 수원과 성남, 시흥, 고양 등 4곳이 신청했다. 도는 지난달 30일 서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