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추적이던 지난 주말, 젖은 낙엽들은 더욱 선연히 도드라지며 눈부셨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나오다가 뜰에 있는 노랗게 환한 단풍을 매단 나무에 홀리다시피 나무 아래 섰다. 잎이 제법 큰 것이 후박나무 같았지만 이름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아쉬웠다. 눈을 들어 위를 보니 천정을 이룬 나뭇잎들이…
얼마 전, 일본의 한 언론이 강정호의 부상을 언급하며 내년부터 큰 부상을 유발하는 이른바 '살인 슬라이딩'이 메이저리그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인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정호 선수는 지난 9월18일 컵스 전에서 수비 도중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큰 수술을 받고…
[충북일보] "604동 앞에 급수차가 왔으니 물을 받아가세요."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아파트관리소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아내와 함께 작은 들통과 커다란 그릇을 하나씩 들고 나섰다. 수도가 발달되지 않았던 60~70년대에는 몇 집 건너 어깨에 멜 수 있는 물지게에 커다란 물통은 흔했다. 하지만 시절이 좋아…
부쩍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진다. 오늘같이 고연히 마음이 조급해지는 날은 산을 찾는다.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산행을 하다 보면 아날로그 같은 세상을 만난다. 천천히 흐르는 풍경과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 광속으로 내닫는 시대의 변두리에서 이방인처럼 주눅이 들곤 하는 내게, 산은 언제 찾아와…
간밤에 빗소리가 들렸다. 거친 포르테군무 리듬이었다. 무심천 상류의 개천 풀들이 일제히 엎드려져 쓸린걸 보니, 밤사이 불어난 물줄기가 빠르게도 지났는가 보다. 시원하다. 계란프라이를 해도 될 것같이 달궈진 아스팔트에 물을 뿌려대더니만, 한차례 쏟는 빗줄기의 위력이 주는 시원함을 수 백 만대 에어컨…
그해겨울 '무의도' 해변은 인적이 드물었다. 저만치 동그란 섬 '실미도'가 조용히 겨울 풍경에 젖어있었고, 마침 물때가 '무의도'에서 '실미도'까지 걸어들어 갈 수 있도록 바다가운데 길이나 있었다. 수평선 물빛이 저녁나절햇살에 반사되어 거무스름했다. 내륙에서 자라 바다를 모르는 나는 바다색이 검을 수…
초등학교 다닐 때 책상가운데에 금을 긋던 기억 한번쯤은 있을 거다. 나 역시 금을 잘 긋던 아이였다. 학년이 바뀌면 금이 그어져 있는 책상도 있었다. 전에 앉았던 누군가도 나처럼 금 긋기를 좋아했었나 보다. 경계선을 칼로 파서 선명한 책상을 만나면 절대 지워지지 않아 좋게 생각했다. 무의식중 남자짝꿍 팔…
"소설은 곧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그리고 한 시대에 가장 살아 있는 양심은 문인이다. 작가의 정신은 곧 소설을 통해 과연 인간다운 삶이란 어떤 것인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 수업 중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국어 선생님이 소설의 특성을 설명하실 때였다.…
우리는 각종 모임을 통하여 인간관계를 맺어간다. 그런데 어느 단체든 온갖 일을 도맡아 일하는 누군가가 있다.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 그런 이들이 공동이익을 위해 뛰고 달리며 헌신했기에 공동체가 발전한다. 그들은 주인의식이 특별하여 사람들…
비 좀 뿌리는 가 했더니 해갈은커녕 건조한 하늘이 계속된다. '인디언 기우제' 라는 말이 생각난다. 극심한 가뭄이 들면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는데, 기도를 시작하면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한다는 것으로, 다소 비아냥거리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그런데, 애리조나 주 '나바호족' 이 올리는 네 번의 기우제를 수…
지구에 인간이 나타나 살기 시작한 것이 약 450만 년 전쯤이라는 학설이 있다. 고대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말을 하고 살았으니, 인류 역사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언어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처럼 체계적이진 않았어도 나름대로 약속된 언어가 있어서 소통했고, 언어의 발전과 함께 인류는 눈부신…
심혈을 기울여 나름 탈고한 나의 글에 독자 두 명의 반응이 갈라졌다. 한 사람은 어색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며 칭찬했다. 그런데 한사람은 이런 부분이 어색하다며 지적을 했는데, 편안하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심을 비수처럼 느끼게 했다. 전자로 인해 기분이 좋았는데, 후자로 인하여 자존심 상함을 넘…
처가에 가려면 무심천 하상도로나 둑방길을 거쳐야만 한다. 한창 벚꽃이 흐드러지는 때가 되면 내려서 걷지 않아도 꽉 막힌 차량 때문에 천천히 스치는 차창을 통해 절로 벚꽃의 정취를 만끽하게 된다. 한창 벚꽃이 흐드러지는 때가 되면 내려서 걷지 않아도 꽉 막힌 차량 때문에 천천히 스치는 차창을 통해 절로…
"이 기회에 한번 볼 수 있을까· 온통 그 일에 마음이 빼앗겨…." 18세 천왕이 사랑이 빠졌다. 앉으나 서나 온통 그 일에 혼을 빼앗겨 집무를 못 볼 지경이다. "하고픈 말을 어찌 다하리. 이 밤이 가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으니 차라리 이대로 꿈속에 있으리. 꿈으로만… 꿈으로만…."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모…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위 글은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는 유난히 먹는다는 것에 대한 숭고함과 엄정함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아내의 외할머님은 올해 아흔 셋 되시는데 주로 처가에 기거하신다. 8남매의 맏딸인 장모님이 주로 모시는 셈이다. 아들이 여섯이나 되는데도 딸의 집에 계시는 걸 보면 아들만 둘인 나의 불행한(?)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외할머님은 귀가 무척 어두우셔서 그렇지 총기도 좋으시고 연세에 비해 비교적…
처음 비행기를 타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제주도 가는 비행기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스튜어디스 누나들이 주던 사탕이었다. 같이 가던 삼촌이 나를 핑계삼아 '얘가 사탕을 더 먹고 싶어한다'고 하며 애매한 나를 팔아 사탕을 자기 주머니에 더 챙겼다. 그러나 사탕보다도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를 나무라다가 화난다고 아이를 그대로 두고 부모가 집을 나오면 안 됩니다. 차라리 애가 나가게 해야지요." 얼마 전 지인과 사춘기 자녀의 교육문제를 얘기하던 중 다소 의아한 말을 들었다. "그래도 애가 가출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어른들이야 잠깐 한숨 돌리고 금방 들어가는 거지만……." 그러자 그는…
십수 년 전 한 신문의 잊혀지지 않는 해외화제 기사가 있다. 일본에서 한 부부가 태어난 아이 이름을'악마'라 지었는데 정부가 그 이름에 사용 불가 판정을 내려서 부모가 다시 소송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자유롭게 지을 권리야 당연하지만 정부는 아마도 사회적 혐오감과 부정적 정서를 주…
지난 주말 전남 광주에서의 연수 중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시내 한가운데서 열린 '충장축제'는 세대불문하고 모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흥성스럽게 즐기는 정겨운 마을축제와도 같았다. 이미 이곳에서는 10년 전부터 이런 행사가 시작됐다. 처음 충장축제의 시발점은 7080세대들에게 추억을 되돌려 주자…
매주 목요일 밤 진행되는 수필 반 수업에 참석했다가 지난 주,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친하게 지내던 몇몇 문우(文友)끼리 수업이 끝나면 차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다되었다는 경고음이 연신 울려댔다. 모든 일상이 마무리되어지는 늦은 시간으로 접어들었기…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임진왜란 중 진주성이 함락될 때 왜장 게야무라 로구스케를 끌어안고 진주 남강에 투신한 의기 논개의 충절을 찬양한 변영로의 시이다. 이 시는 중학교 국어 교…
아침 창을 열면 서늘한 기운이 낮게 밀려온다. 겨울의 한기(寒氣)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청량한 느낌이다. 시원한 청정수를 마신 듯 머리가 맑아지고 온 몸이 개운하다. 그러고 보면 자연의 순리는 놀랍다. 불과 얼마 전, 여름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면 시원한 가을 정취를 그리워했는데, 어느 사이 상상은…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난 체하는 소리 같지만 사실이었다. 영화 '명량'이 연일 한국영화사의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에 대한 얘기다. 일 년 전쯤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으로 나오는 영화가 제작된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중학생 시절 극장에서 김진규 주연의 '성웅 이순신'을 보면서 눈물을…
요즘 우리 집 아이들은 매일 같은 내용의 비디오를 반복해서 돌려 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예전 캠코더에 아이들 유아시절을 담아 놓았던 8㎜ 테이프를 DVD와 USB로 변환한 것이다. 특히 고1짜리 작은아들은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학교 갔다 오면 휴식을 취하듯 켜보곤 한다. 이사할 때 아이들의 어린…
[충북일보]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문화제조창을 비롯해 청주 곳곳에서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시간 보내기 좋은 '꿀잼'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대표이사 변광섭)에 따르면 어린이날 연휴인 4~5일에는 문화제조창 본관과 동부창고에 어린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할 예정이다. 주말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동부창고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신나는 어린이날 행사'가 펼쳐진다. 동부창고 6동에서는 △슬기로운 새활용 놀이터 △여유 만만 창고 피크닉 △흥미로운 예술시간 △피아노 공연 등이 열린다. '슬기로운 새활용 놀이터'는 병뚜껑 알까기, 자투리 목재 미니운동회 등 온몸으로 뛰놀며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체험 활동이다. '흥미로운 예술시간'을 통해서는 17종의 예술체험 프로그램(유료)을 즐길 수 있다. 이날 동부창고 카페C는 유료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음료를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굿즈 뽑기 이벤트'를 연다. 문화제조창 본관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공예관은 5일 오전 10시,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소부장 특화단지와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특구 유치에 성공한 충북도가 바이오 특화단지와 K-바이오 스퀘어 조성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은 오송을 바이오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특화단지는 올해 상반기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예타 면제는 이때까지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잡았다. 1일 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신규 산단 조성 시 국가산업단지로 신속 지정 검토, 생산시설 신·증설 때 산업단지의 용적률 최대 1.4배 상향 등을 지원 받는다. 정부 연구개발(R&D) 우선 반영, 입주 기관에 대한 국·공유 재산 사용료와 대부료 감면, 예타조사 특례 적용 등이 주어진다. 이 같은 다양한 혜택이 바이오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유치전은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충북을 비롯한 11개 지자체가 뛰어들었다. 인천과 강원, 대전, 경북, 전북, 전남이며 경기는 수원과 성남, 시흥, 고양 등 4곳이 신청했다. 도는 지난달 30일 서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