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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지구에 인간이 나타나 살기 시작한 것이 약 450만 년 전쯤이라는 학설이 있다. 고대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말을 하고 살았으니, 인류 역사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언어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처럼 체계적이진 않았어도 나름대로 약속된 언어가 있어서 소통했고, 언어의 발전과 함께 인류는 눈부신 발달을 해왔다.

사람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사는데, 언어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 성격이나 환경, 인격 수양 정도를 거의 짐작한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품성이 뿌리라면 말은 열매라 할 수 있고 곡조를 붙인 노래는 꽃이라 할 수 있을 거다. 그만큼 언어는 바로 우리자체인 것이다. 누구는 외모가 곱상하여 인상이 좋아 일단 호감이 갔는데, 대화를 하다보면 이건 아닌데· 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기도 한다. 반면 첫인상은 큰 호감을 느끼지 못했어도 대화를 하는 중 그 사람에게 빠지기도 한다.

M은 첫 대면을 했을 때부터 매력적인 여성으로 다가왔다. 낯가림을 하는 내가 낯선 공동체에 들어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여 쭈뼛거릴 때, 허스키한 목소리의 M이 친절히 말을 걸어주었다. 누구라도 품어 줄 것처럼 수더분한 인상의 M이 건네주는 다정한 말들 덕분에 그곳에 자리 잡기가 수월했다. 수년간 교제하면서 봉사정신이 남다르고, 성실하고 따뜻한 M의 매력에 나의 마음이 열렸다.

한번은 전세버스를 타고 M과 함께 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장거리여행인지라 지루함을 줄임 겸 마이크를 돌리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순서를 진행하고 있었다. M에게 마이크가 가자 '삼행시'란 말로 '삼행시'를 짓겠으니 운을 띄우라고 좌중에게 주문을 하는 거다. 좌중과 M은 다음과 같이 말을 주고받았다. '삼!' '샴푸로 머리를 감았다.' '행!' '헹구고 또 헹구다 보니!' '시!' 'x팔 퐁퐁 이네?' 세상에! 반전이다.

느닷없이 쌍 시옷자로 농도 짙은 욕설을 발했을 때, 좌중은 폭소를 터트렸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으나 이내 말뜻을 이해하곤 의자가 흔들리도록 웃고 웃었다. 평소 M은 독특한 말이나 행동으로 튀는 형이 아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자기자리를 지키는 성실 형이다. 그런 그녀가 허스키한 음성으로 느릿느릿 말을 잇는가 싶더니 무교양 일탈언어를 사용하여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완전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삼과 샴, 행과 헹, 시와 씨, 세 글자가 내포한 의미와 자모음구성의 모양은 달라도 발음상 뜻이 통하는 국어의 특성을 이용한 유머였다. 우리말은 언어의 규칙일탈과 변칙형으로 뜻이 통하는 말들이 매우 많다. 언어의 일탈과 변칙을 담은 유머가 지나치게 만연하여 세종대왕이 노하시겠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규범적인 일탈언어들이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효자노릇을 하기도 한다.

신세대들의 공간 인터넷상에선 자고나면 일탈언어들이 봇물처럼 생성되고 있다. 지나치게 줄임말이나 단어합성어들이 유행처럼 나타나 그 언어들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끊임없이 창조되고 소멸하기도 하는 언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과연 어떻게 변해 갈까. 급격히 변하는 낯선 일탈언어들이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날 사람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일시에 몰아넣은 그녀의 거침없는 광의의 일탈언어는 분위기를 반전한 효자임에 틀림없으니 언어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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