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지금 이맘 때 독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변화막측한 날씨로 일 년에 약 50일 가량만 하늘과 바다가 길을 열어 주어야만 독도 접안이 가능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처음 가는 여행길에 독도에 오를 수 있었다. 독도는 오래된 고성(古城)처럼 초록의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 웅혼한 섬 독도는 바닷물로 금방…
"지 애비 어릴 때와 똑같구먼." 어린 시절, 내 얼굴을 보고 연로하신 친척 어른들이 이렇게 말하면 아버지는 무척 흐뭇해 하셨다. 나 또한 아버지 자식임이 확실히 인증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 집 작은 녀석은 휘어진 새끼발가락이 꼭 제 엄마를 닮았다. 발가락의 휘어진 각도와 모양이 너무도 흡사해…
"엄마야아~!" 제수씨가 비명을 지르며 얼른 소파 위로 뛰어 올라가 다리를 모으고 몸을 움츠렸다. 아내와 나는, 처음 보는 어린애 같은 제수씨의 모습이 그저 재미있기만 했다. 사십대 중반이 다 된 어른이 아기고양이가 무서워 벌벌 떠는 모습이라니……. "저는 고양이가 너무 무서워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지난 29일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11경기 만에 데뷔 첫 완봉승을 이뤄냈다. 경기 중에 상대편 타자 마크 트럼보의 강습 타구에 왼발을 강타당한 류현진은 긴급 치료 후 통증을 참고 완봉승을 해낸 것이다. 그러자 스승 김인식 감독이 전화…
지난 주말 갑자기 예정에 없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겨울비' '아름다운 구속' 등을 히트한 가수 김종서씨도 동행해 재미가 더했다. 서귀포 위미리 바다 근처의 펜션에 여장을 푼 첫날, 모 신문사 대표를 지낸 K사장도 찾아왔다. 밤늦도록 정담을 나누고 모두 같은 숙소에서 함께 잠을 잤다. 오전 10시 즈음,…
"아빠, 나는 어디서 학교폭력이 크게 일어난 줄 알았어요."중3짜리 작은 아들 녀석의 말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포털 검색어 1위에 '윤창중 사건'이라고 뜨자 윤창중학교라는 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일어난 걸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관심사와 눈높이에 따른 해석으로 일견 그럴 만도 했다.이번 '윤창중 사…
"세상이 환하게 보입니다."세상에는 두 눈이 건강해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믿지 못하겠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바로 나이 드신 할머니들입니다. 이제는 손자들에게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워 몰래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 중 여든이 훨씬 넘은 할…
얼마 전 아내가 대대적으로 베란다 청소를 하더니 새장 두 개를 들고 나왔다. 그러더니 주섬주섬 외출 채비를 하며 처가에 갖다 놓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걸 어디다 또 쓸 일이 있겠냐며 버리라고 했지만 아내는 극구 반대를 하며 기어이 나섰다. 새장은 아이들이 앵무새를 기르다 남은 물건이었다. 새장…
오해했습니다. 2007년 처음 TV를 통해 소위 '석궁테러사건'을 접하는 순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교수가 석궁을 들고 재판에 불복해 재판장의 아파트로 찾아가 보복을 하다니 엄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겼지요. 기억이 납니다. 뿔테 안경을 쓴 채, 단호한 눈매와 꽉 다문 입술의 테러사건의 주범. 한…
며칠 전, 메이저리그 추신수 선수 경기가 화제가 되었지요. 현재 추신수 선수는 신시내티 레즈의 1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데 원래 포지션은 우익수였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클리블랜드에서 우익수로 활약하며 뛰어난 타격을 보여줘 여러 메이저리그 팀에서 탐을 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올해 우승을 노리는…
"아빠! 이제 나 망했어요. 코코가 없어졌다고!" 이른 아침 출근길, 학교에 가 있어야 할 아이가 엉엉 울며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가 애지중지하는 고양이 코코가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말이었다. 온 집안을 다 뒤져보고 숨을 만한 곳을 모두 찾아보았는데 어디에서도 전혀 기척이 없다는 거였다. 아이는 아마 식구…
어머니는 오늘도 봄빛이 좋은 창가에서 두꺼운 돋보기 너머의 세상에 푹 빠져 있습니다. 성경 말씀을 차근차근 읽어가면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빨간 색연필로 밑줄을 긋습니다. 자신의 노쇠한 육신처럼 모서리마다 헐어버린 빛바랜 가죽 덮개의 낡은 성경책을 언제나 분신처럼 끼고 살았지요. 그러던…
햇빛이 난만(爛漫)하게 흐르는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화원에 들렀다. 작년부터 아내가 단골로 가는 집이다. 나무와 꽃도 다채롭게 많이 준비해 놓았지만 그보다 아내가 주변의 다른 곳을 젖혀 놓고 그 집에 자주 가는 이유는 그 집의 직원 '틴' 때문이다. 틴은 베트남 호치민시 근처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우리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김연아의 연기는 신의 몸짓이었고, 시상식의 애국가는 경건하고 숭고하게 울려 퍼졌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금발머리에 눈 푸른 이방의 여인들(캐나다 런던 시 여성합창단)이 한마음으로 입을 모아 대한민국을 찬양하며 노래했다. 역…
"내 생애 앞으로 봄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필가 고 피천득 선생은 아흔의 나이에 이렇게 봄을 찬양했다. 다른 계절과 달리 봄이 주는 감회는 각별하다. 청춘의 나이에는 모든 계절이 고루 순환할 뿐이지만,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지나고부터는 봄은 특별한 향훈을 몰고 온다. 젊…
화석에 남겨진 자료에 따르면 낙타는 200만 년 전까지 수 천 년 동안 오늘날 미국과 캐나다의 광활한 초원에서만 번성했다고 한다. 그러던 낙타가 왜 북아메리카 대륙을 떠나 하필이면 살기 힘들고 척박한 사막에서 살고 있을까. 현재는 북아메리카 대륙에 낙타는 더 이상 살지 않는다. 생태학자 최형선씨는 그…
이번 겨울에 아이들을 데리고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여행을 다녀왔다. 혹자는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 뭐 그리 배울 것이 있겠느냐고 했지만, 세상 모든 곳에서 듣고 보는 것이 안목을 높이고 사고력을 심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여행에서 돌아와 무엇이 가장 인상 깊더냐고 작은 아이한테 물었더니 '학교'라고 한…
영화관이 소란스럽다. 여기저기서 아기들이 울고불고 야단이다.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들이 북적인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서슴없이 가슴을 드러내고 아기에게 젓을 물린다. 어떤 엄마는 우유병을 흔들어 분유를 탄다. 옆의 아이가 아무리 시끄럽게 울어대도 누구하나 짜증내지 않는다. 오히려 얼굴…
"승준이는 왜 저렇게 친구가 많지?" "글쎄, 공부도 별로고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 왜 애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어." 고등학교 시절, 우리 반의 지극히 평범한 한 아이를 두고 주변 친구들이 나누던 대화다. 별로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이 대화 한 장면이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이유는 나 또한 그 대화의 주인…
'지나가버린 / 어린 시절엔 / 풍선을 타고 /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랑 풍선이 / 하늘을 날면 /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동방신기가 부르는 '풍선'이란 노래다. 사실 이 노래는 동방신기 이전 우리시대에 '다섯 손가락'이란 그룹이 불렀던 추억의 가요다. 동방신기가 다시 리바이벌한 곡이…
"아니 엄마, 그 차림으로 나갔다 온 거야? 안 추워?" "뭘, 잠깐 나갔다 왔는데…" "엄마, 안 뜨거워?" "괜찮아. 냄비 어디다 놓을까?" 엊그제 방영된 텔레비전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한국에서 '아줌마'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 3의 성'으로 인식되고 있다"라고 소개한다는…
코가 맵고 아리도록 추웠다. 추위에 어깨를 웅크리면서도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길게 줄을 섰다. 어둠 속에 환하게 밝힌 수 만개의 전등으로 한겨울 숲은 눈이 부셨다. 멀리 하늘의 별들은 빛을 잃고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지난 주, 오색별빛축제가 열리고 있는 아침고요수목원 풍경이다. 사전 정보가 충분…
겨울이 깊은 걸 보니 설 명절이 멀지 않았다. 어린 시절과 비교해 보면 명절에 대한 느낌과 감회는 그동안 건너온 세월만큼이나 아득한 간극이 존재한다. 열두어 살까지만 해도 명절은 무조건 좋았다.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잠 못 이루며 뒤척이기도 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사촌들, 평소에 맛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몰랐는데 이제 중3, 고3이 되다 보니 주변에서 '재미없게 아들만 둘이네'하고 안타까워하던 이유를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뭘 물어도 단답형이고, 뚝뚝하기 그지없다. 큰놈이 수학여행 갔을 때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잘 지내고 멋진 경치 마음 속에 잘 담아 오려무나. 숙소 음식도 맛있게 잘…
요즘 며칠간은 바짝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맹추위와 더불어 번쩍 정신이 들게 느끼는 것은 둘러보는 자연의 풍광에 색(色)의 선연함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산과 들판과 그리고 가로수들은 마지막 낙엽의 향연을 치르고 제 몸 안으로 색채를 거두어 들였다. 그리하여 회색빛, 갈빛, 짙은 잿빛의 우수…
[충북일보]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문화제조창을 비롯해 청주 곳곳에서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시간 보내기 좋은 '꿀잼'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대표이사 변광섭)에 따르면 어린이날 연휴인 4~5일에는 문화제조창 본관과 동부창고에 어린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할 예정이다. 주말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동부창고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신나는 어린이날 행사'가 펼쳐진다. 동부창고 6동에서는 △슬기로운 새활용 놀이터 △여유 만만 창고 피크닉 △흥미로운 예술시간 △피아노 공연 등이 열린다. '슬기로운 새활용 놀이터'는 병뚜껑 알까기, 자투리 목재 미니운동회 등 온몸으로 뛰놀며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체험 활동이다. '흥미로운 예술시간'을 통해서는 17종의 예술체험 프로그램(유료)을 즐길 수 있다. 이날 동부창고 카페C는 유료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음료를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굿즈 뽑기 이벤트'를 연다. 문화제조창 본관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공예관은 5일 오전 10시,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소부장 특화단지와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특구 유치에 성공한 충북도가 바이오 특화단지와 K-바이오 스퀘어 조성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은 오송을 바이오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특화단지는 올해 상반기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예타 면제는 이때까지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잡았다. 1일 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신규 산단 조성 시 국가산업단지로 신속 지정 검토, 생산시설 신·증설 때 산업단지의 용적률 최대 1.4배 상향 등을 지원 받는다. 정부 연구개발(R&D) 우선 반영, 입주 기관에 대한 국·공유 재산 사용료와 대부료 감면, 예타조사 특례 적용 등이 주어진다. 이 같은 다양한 혜택이 바이오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유치전은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충북을 비롯한 11개 지자체가 뛰어들었다. 인천과 강원, 대전, 경북, 전북, 전남이며 경기는 수원과 성남, 시흥, 고양 등 4곳이 신청했다. 도는 지난달 30일 서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