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아버지가 임종을 맞아 세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이 고장의 관습에 따라 내 전 재산 말 열일곱 마리 중 절반은 맏이가, 그중 삼분의 1은 둘째가, 9분의 1은 막내가 갖도록 하여라" 이 말을 들은 큰아들은 자신이 절반인 여덟 마리 반을 가져야 하므로 결국 아홉 마리를, 둘째도 이러한 이치로…
12월이 막 시작될 즈음, 중국의 '항주와 상해'를 다녀왔다. 청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기획한 '우수봉사자'를 위한 해외복지시설 견학프로그램이었다. 출발 전 일정을 살펴보니, 소소한 관광코스가 포함되기도 했지만 3박4일의 여행 일정 중 매일 한 번씩은 복지원이나, 양로원 같은 장애보호시설을 방문하는 것…
아내는 펄쩍 뛰었다. 지난 일요일 아침, 육거리시장에서 토끼를 사서 부모님께 가져다드렸다. 부모님에게 가기 전,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집토끼가 아닌, 산토끼라고 입을 맞추자는 제안이었다. 사실 겨울이 되면 종종 고라니나 꿩 같은 산짐승을 사냥꾼인 지인을 통해 가져다드린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감쪽같…
애국(愛國)은 억지로 안 된다. 아무리 '나라사랑'을 강조해도 어떤 뚜렷한 동기나 특별한 감흥 없이는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우리 7080세대는 어려서부터 '애국애족'에 대한 이념에 길들여져 왔다. 출근길이나 등굣길에 아침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저녁 무렵 하강하는 순간은 가던 길이나 하던 일을 멈추고 국…
지난여름 헤어졌으니 거의 반 년 만의 모자 상봉이었다. 그러나 모처럼의 재회는 난장판으로 끝나고, 어미는 시린 가슴을 부여잡은 채 긴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한 식구 된 지 벌써 2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런 울음소리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바로 우리집 페르시안 고양이 코코의 이야기다. 코코는 지난 4월 1일…
오랜만에 찾아간 서울의 거리는 맑았다. 청주는 한동안 폭설이 내려 교통 대란으로 시끄러웠지만, 서울은 눈이 온 흔적조차 없었다. 전철을 타고 대림동 입구에서 내려 친구의 사무실을 가기 위해 걷던 중, 낯익은 공원이 눈에 띄었다. 공원의 이름은 미처 생각나지 않았지만, 또렷하게 기억하는 풍경 하나가 있…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나 해물탕을 먹었다. 해물을 충분히 먹었음에도 주인아주머니가 "밥 몇 개 볶아드릴까요·"라고 묻자, 난 본능적으로 "인원수대로 볶아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여지없이 친구들은 말린다. "야, 배부른데 무슨 인원수대로…세 개만 볶아 주세요." "아닙니다. 인원수대로 볶아 주세요."…
수능이 끝났다. 대학입시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바야흐로 시작되는 겨울이 저들에게는 고난의 계절이 될 것이다. 예전 나의 대학 입시 즈음의 풍경이 떠오른다. 벌써 삼십여 년 전의 일이 되었건만 예비고사를 치르기 전 날의 떨리던 가슴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전날 밤부터 긴장이 되어서 심지어 어…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고 구불구불 길을 내려오다, 문득 고개 드니 오색 단풍이 선연히 눈에 든다. 어린아이 손을 닮은 붉은 단풍 사이로 오래된 사찰이 보였다. 반가웠다. 오랜만의 산행인지라 충분히 물도 챙겨두었지만, 산을 오르내리면서 만나는 이름 모를 사찰의 약수 한 모금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요사…
지난 주말 속리산 언저리에 새로이 거처를 마련한 지인의 집엘 다녀왔다. 올봄에 시작해 가을이 시작될 무렵 드디어 완공된 것이다. 가을나들이 겸 가는 길에 새 집을 볼 생각에 내 집이 아니어도 조금은 마음이 설렜다. 2년 전 지인이 속리산 근처의 그 땅을 구입했을 때, 빈 땅의 바로 뒷산에 잘생긴 소…
"아빠, 비가 오면 달님이 젖지 않아?" 비가 후드득 쏟아지는 날, 창문을 닫고 있는 내게 아이가 말했습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을 겁니다. 어른들은 비가 온다고 달님이 젖을까봐 염려하는 시선은 절대로 가질 수 없습니다. 아이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도 자라면서 아이만의 시선은 점…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라는 말을 하지 마세요. '사랑해' 라는 문자도 보내지 마세요. '좋아요'도 누르지 마세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말도 당신 없인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면 오직, 운전만 하세요." 운전을 하다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공익광고다. 밑…
바야흐로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가을 산을 오르는 삽상함과 가을 공원을 산책하는 운치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기에는 재래시장이 제격이다. 시장의 흥성스러움은 사철 맛볼 수 있는 것이지만, 가을철 시장의 모습은 특별히 풍성하고 정이 넘친다. 유난히 가을볕이 좋던 지난 주말 천…
지난 26일 아침, 아파트 현관 앞에서 최인호 작가의 부고를 받았다. 새벽에 배달된 신문 1면에 등장한 그분의 죽음 앞에 지난 기억을 꺼내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모르고 회상에 잠겼다. 최인호 작가와는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2007년, 그의 책 '유림(2007년, 열림원)' 덕분에 이미 고인이 된 박완서 작가와…
지난 3월 봄이 오는 대청호를 둘러본 충북도지사는 "유람용 나룻배인 대청호 도선 운영 대신 친환경 생태 탐방선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대청호에 수질과 생태 환경을 탐방하는 교육용 선박인 '생태 탐방선'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청원군 문의 선착…
역사문화기행을 떠나던 날 햇살은 뜨거웠지만, 산들바람 덕분에 시원했다. 상당공원 뒤쪽 주차장에 버스 한 대가 서 있다. 사람들은 담을 넘어온 푸른 나무를 올려다본다. 아이들은 까치발을 떼고 담장 너머의 풍경이 궁금한지 바라보고 있다. 나뭇잎을 보는 건지, 나뭇잎 사이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인…
아침 저녁 바람이 소슬해지며 매미 울음도 많이 잦아들었다. 근래 도심의 매미는 너무 시끄럽다 하여 눈총도 많이 받는 모양이지만 내게 있어 여름 한낮 매미 울음소리는 어쩐지 더위에 균열을 주는 것 같아 좋아한다. 지쳐 늘어지기 쉬운 더운 날씨에 청량감을 부어주는 이온 음료 같다고나 할까. 또한 매미는…
지난 일요일 아침 메뉴는 라면이었다. 어쩌면 네 식구가 유일하게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 경우는 일요일 아침이 유일했기에 조금은 의아했다. "아이들이 라면이 먹고 싶대요."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집 식사메뉴는 아이들의 요구와 기호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저녁 약속이 잦은 나의 경우 탓이기…
결혼해서 이십 년을 넘겨 살다 보면 누구나 '혼자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간혹 생각해 보는 적이 있을 것이다. 아옹다옹 복닥이는 삶에 지칠 때나 딱히 그런 일이 없더라도 사람은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이 있게 마련이다. 생전의 작가 박완서도 나이 일흔을 훌쩍 넘겨 출간했던 수필집 제목이…
"이제 미국에서는 2017년부터 베리칩을 강제적으로 맞아야 한대요. 우리 목사님이 그러는데 이 '베리칩'은 요한계시록 13장에 나오는 짐승의 표 '666'으로 이 칩을 맞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하네요·" 한 여름의 무더위가 확 달아났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친구와 오랜만에 같이 한 점심식사 자리에서 친…
절기상 입추였던 지난 7일, 식구들을 태우고 오랜만에 시골길을 달리게 되었다. "입추라면서 왜 이렇게 덥지? 햇살도 쨍쨍하고 전혀 가을이 온 것 같지 않아요." 에어컨이 가동 중인 차 안에서도 연신 덥다고 손부채를 부치며 아이가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입추라고 하면 바람도 선들 해지고 무언가 누릇누릇 익…
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준관- 언제부터인가 골목길에서 할머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의…
늘 헤드폰을 귀에 꽂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흥얼거렸다. 주변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세상에 온통 빠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조금은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했다. "무슨 음악을 듣고 있나요?" "네? 아, 아바의 곡입니다." 더 이상 질문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가끔 곱씹어보게 되는 문구들이 있다. 노자의 에 나오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란 말은 그 중의 하나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연에서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산과 숲, 또는 강과 바다에서 지친 심신을 다스리고 멋진 풍광 앞에서 감탄하며 휴식을 취한다. 이렇듯 인간이 자연의 무한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틀림…
"옆집 아이로 생각하면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 요즘 부모들 사이에 사춘기 자녀 양육에 관한 농담조의 말이다.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쓰이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런데 하나에서 열까지 거슬리지 않는 것이 없다. 내 자식은 특히나 장점보다 단점이 눈에 더 들어오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칭찬…
[충북일보]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문화제조창을 비롯해 청주 곳곳에서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시간 보내기 좋은 '꿀잼'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대표이사 변광섭)에 따르면 어린이날 연휴인 4~5일에는 문화제조창 본관과 동부창고에 어린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할 예정이다. 주말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동부창고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신나는 어린이날 행사'가 펼쳐진다. 동부창고 6동에서는 △슬기로운 새활용 놀이터 △여유 만만 창고 피크닉 △흥미로운 예술시간 △피아노 공연 등이 열린다. '슬기로운 새활용 놀이터'는 병뚜껑 알까기, 자투리 목재 미니운동회 등 온몸으로 뛰놀며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체험 활동이다. '흥미로운 예술시간'을 통해서는 17종의 예술체험 프로그램(유료)을 즐길 수 있다. 이날 동부창고 카페C는 유료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음료를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굿즈 뽑기 이벤트'를 연다. 문화제조창 본관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공예관은 5일 오전 10시,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소부장 특화단지와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특구 유치에 성공한 충북도가 바이오 특화단지와 K-바이오 스퀘어 조성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은 오송을 바이오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특화단지는 올해 상반기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예타 면제는 이때까지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잡았다. 1일 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신규 산단 조성 시 국가산업단지로 신속 지정 검토, 생산시설 신·증설 때 산업단지의 용적률 최대 1.4배 상향 등을 지원 받는다. 정부 연구개발(R&D) 우선 반영, 입주 기관에 대한 국·공유 재산 사용료와 대부료 감면, 예타조사 특례 적용 등이 주어진다. 이 같은 다양한 혜택이 바이오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유치전은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충북을 비롯한 11개 지자체가 뛰어들었다. 인천과 강원, 대전, 경북, 전북, 전남이며 경기는 수원과 성남, 시흥, 고양 등 4곳이 신청했다. 도는 지난달 30일 서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