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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7.22 15:08:0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가끔 곱씹어보게 되는 문구들이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란 말은 그 중의 하나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연에서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산과 숲, 또는 강과 바다에서 지친 심신을 다스리고 멋진 풍광 앞에서 감탄하며 휴식을 취한다. 이렇듯 인간이 자연의 무한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은 노자의 말대로 '인자함이 없다', 즉 무위자연인 것이다. 다만 산이나 바다는 스스로 그러할 뿐이니 자연재해나 뜻밖의 사고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이나 두려움은 가히 헤아릴 길이 없다. 특히 여름철에 자연의 불인함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많다. 뜻밖의 재난 상황이 다른 계절에 비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공주사대부고 사건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둔 아비 입장으로서 생각만 하면 가슴을 둔기로 맞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절망하는 유족들에게 어떤 위로도 도움도 드릴 수 없다는 점에서, 그저 그 소식을 방송 매체로 접했다는 자체만으로 나 자신이 죄인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캠프나 학교 관계자도 한없이 미웠지만 그 바다와 밀물 썰물의 자연 현상조차도 원망스러웠다. 인간의 처절한 고통 앞에 그토록 무심한 바다가 한탄스러웠다.

자연은 그 자체로 생명이지만 사고(思考)하지 않는 무위(無爲)로 운행되어진다. 그 자연 안에서 인간은 이 세계의 섭리를 사색하고 통찰하여 지금의 인류 문명으로 발전시켜왔다. 그렇다면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는 자연 앞에서 겸손한 지혜를 가졌어야 했다. 더구나 젊고 푸른 생명들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다면 말이다. 해마다 여름철 익사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강과 계곡에서, 바다에서 비슷한 소식은 한 해도 거르질 않고 있다. 이제 휴가철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있으니 또 어디서 재난 소식이 들려올까 두려운 마음이다.

몇 년 전 내가 살고 있는 이웃의 가장 한 분도 냇가에서 다슬기를 줍다가 귀한 생명을 잃었다. 잠깐 방심하는 마음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온다.

나도 바로 밑의 동생을 예닐곱 살 때 잃을 뻔한 적이 있다. 내 새 신발을 신고 놀러나간 동생이 아이들과 놀다가 둠벙에 신발을 빠뜨렸는데 형 신발을 잃을 것이 두려웠던 동생은 곧바로 물속에 뛰어들었고, 곧 깊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었다. 이웃 아이가 우리 집으로 뛰어와 이 소식을 알렸다. 사색이 된 어머니와 내가 뛰어갔을 때 동생은 물속에서 겨우 빠져 나와 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주변에 섰던 한 아이가 내민 나뭇가지를 붙잡고 나왔다 한다. 가끔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모골이 송연해지곤 한다. 고작 내 신발 때문에 동생을 영 잃었다면 어떻게 이후의 삶을 살아낼 수 있었을까. 이제 또 학교의 체험학습이나 가족, 연인, 친구끼리 계곡으로, 강으로, 바다로 떠날 계획이 무수히 많이 세워지고 있을 것이다. 제발 흥미와 재미와 그 모든 것에 앞서 안전을 염두에 둔 여행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천지는 불인(不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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