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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끝까지 말릴 걸"…전하지 못한 메시지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 이틀째
급행버스 탑승객 장례식장 조문객 '발길'
유가족·친구 등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 웹출고시간2023.07.17 20:03:11
  • 최종수정2023.07.17 20:03:11

최근 궁평 2지하차도에 빗물이 유입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17일 박모(69·흥덕구 오송읍)씨가 사망한 친구와 사고 당일 나눈 SNS 문자 내역을 보여주며 아직 수신되지 않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 김민기자
"빗길이 위험하니 출근하지 말라고 더 강하게 뜯어 말릴 걸 그랬어요."

17일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A(69·청원구 운천동)씨의 시신이 안치된 성모병원 장례식장 앞은 이미 한 차례 태풍이 지나간 듯 고요했다.

A씨의 40년지기 친구 박모(69·흥덕구 오송읍)씨와 김모(69·흥덕구 가경동)씨는 빈소를 나오면서 연신 밭은기침을 내뱉었다.

박씨는 "유가족 앞에서 슬픈 티를 감추고자 억지로 울음을 삼켰더니 목구멍이 따가워 죽겠다"며 "10년 넘게 요양보호사로 일할 정도로 착하고 성실한 친구인데 하루아침에 떠나보내게 돼 애통하다"고 말했다.

A씨와 하루에 한 번씩 연락할 정도로 절친했던 박씨는 사고 당일이던 지난 15일 아침에도 A씨에게 SNS 문자를 보냈다.

이날 오전 6시께 미호강 일대가 통제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A씨의 출근길이 염려돼 '오늘 하루 일을 쉬는 게 어떠하냐'고 제안한 것이다.

A씨는 사고 발생 40분 전인 오전 8시 2분께 "버스를 타고 뒤늦게 (문자를) 읽었다"며 "일단 일터로 나가 보겠다"고 답장했다.

박씨는 "A씨가 탄 747번 급행버스가 (통제된 길이 아닌) 옥산 방향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안심했다"며 "그 뒤로 영영 소식이 끊길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더욱 적극적으로 출근하지 말라고 강권할 걸 그랬다"고 자책했다.

A씨의 또다른 친구인 김씨도 헛헛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보였다.

김씨는 "A씨의 6살배기 손녀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며 "조그마한 애가 할머니에게 전해주겠다면서 장례식장에 편지를 써 왔는데, 그걸 본 뒤로 온종일 가슴께가 저릿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궁평 2지하차도에 빗물이 유입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17일 박모(69·흥덕구 오송읍)씨가 사망한 친구의 손녀가 쓴 그림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 김민기자
김씨와 박씨가 보여준 사진에는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쓰인 그림편지가 큼지막하게 화면을 채웠다.

박씨가 A씨에게 전한 마지막 문자 메시지에는 상대방이 아직 읽지 않았다는 뜻의 숫자 '1'이 떠 있는 상태다.

이날 참사가 발생한 747번 급행버스를 타고 출근길에 나선 건 A씨뿐이 아니었다.

미화원 B(72·상당구)씨도 아침 일찍부터 일터로 이동하다 변을 당했다.

충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을 서성이던 B씨의 친척 최모(68·상당구)씨는 "영정 앞에만 서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아 도무지 견디지를 못하겠다"며 "생활력 강하고 아픈 곳 한 군데 없던 올케한테 이런 일이 생기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끝을 흐렸다.

B씨의 딸 최혜경(41·상당구)씨도 급작스러운 비보가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다.

혜경씨는 "어머니가 종종 전화를 받지 않는 때가 많아 사고 당일에도 별 탈이 없겠거니 생각했다"면서도 "퇴근한 지 한참이 지나도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 신고를 하자 불과 15분 만에 (어머니의 마지막 위치 기록이) 사고 현장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번 궁평 2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희생자는 17일 오후 5시 기준 총 13명이다.

아직 사고 현장에서 구조 활동이 진행되고 있어 희생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중에는 생일을 이틀 앞둔 30대 아들과 결혼 두 달째인 새신랑, 대학생 쌍둥이 딸과 초등학생 늦둥이 아들을 둔 치과의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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