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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세상에는 온갖 만남이 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과 '엉클 톰스 캐빈'을 쓴 스토우 부인과의 만남은 노예 해방의 효시가 됐다. 주나라 팔백 년의 기업을 일으킨 강태공과 서백의 만남이 있는가 하면, 의사 퀴리와 마리 스클로드프스카와의 만남은 라듐을 발견하는 획기적 이슈를 낳았다.

귀족의 아들 하나가 수영을 하다가 물에 빠졌다. 근처를 지나가던 소년이 물에 뛰어들어 구해주었다. 귀족의 아들은 시골 소년과 친구가 됐다. 어느 날 소년은 의사가 되고 싶은데 가난해서 대학을 갈 수가 없다고 했다. 귀족의 아들은 그 말을 듣고 아버지를 졸라 소년을 런던의 의과대학에 입학시켰다. 소년은 훗날 '페니실린'을 만들었고 알려진 대로 그가 유명한 '알렉산드르 플레밍'이다.

귀족 소년은 국회의원으로 활약하다가 폐렴으로 앓아누웠다. 그때는 불치병이었으나 페니실린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그가 곧 '윈스턴 처칠'이다. 플레밍은 물에 빠진 귀족 소년을 구해 준 게 인연이 돼 소원했던 의과대학에 들어갔다. 그로써 의학계의 화제가 된 페니실린을 만들어서 또 한 번 처칠의 목숨을 구할 수가 있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생사를 결정하는 인연으로까지 발전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의과대학에 가기는 솔직히 힘들다. 처칠 또한 자기를 구해 준 소년을 가난뱅이라고 멸시했다면 폐렴에 걸렸을 때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달리 치료를 받을 수도 있으나 불치의 병이라고 해 온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도움을 받는가 하면 어느새 도움을 주는 처지로 바뀌었다. 인연의 소중함을 보는 것 같다.

내게도 소중한 만남은 있었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선생님은 각자의 희망을 적으라고 하셨다. 나는 동화작가가 되겠다고 적었다. 선생님은 참 잘 썼다고 읽게 하신 뒤 작가로 성공하라고 격려해 주셨다. 이후로 늘 선생님 말씀을 새겼다. 동화작가가 되지는 못했으나 어릴 적 소망대로 글을 쓰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다음 손꼽을 만한 인연이라면 마흔이 넘어서 시작한 플룻과의 만남이다. 오래전 여동생 딸의 친구가 비제의 미뉴에트를 연주하는 걸 듣고는 즉시로 그 비싼 악기를 샀다. 어설픈 대로 초급 과정을 마치면서 생각이 많았다. 어릴 때 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배우고 연습하는 재미를 생각하면 조카의 친구를 만난 게 참 다행이다.

인연을 미화시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이다.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했으면 끝까지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을 배웠다. 플레밍이 처칠의 도움도 무색하게 공부를 등한시했다면 페니실린이 과연 나왔을까. 나 역시 담임선생님의 간곡한 말씀을 새기면서 글이라고 쓰게 됐다. 뭐 대단할 건 없으나 푸른 하늘만 봐도 행복한 삶을 알게 되었으니 특별한 인연이다.

플룻만 봐도 미뉴에트를 들으면서 매료되었던 감수성이 무척 소중했다. 아름다운 선율이라 해도 무심히 흘려들었으면 음악의 묘리는 깨우치기 힘들다. 잘하지는 못해도 고급 악기라고 할 플룻을 교재 하나에만 의지해서 연습하는 배짱은 가당치 않았을 것이다.

인연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뜻 깊은 의미로 승화시키는 자세였으리. 아직은 서툴지만, 기량을 익히면서 아름다운 인연을 돌아보고 싶다. 나를 키운 것은 노력도 있지만 힘들 때마다 알음알음 용기를 북돋워 준 누군가의 손길 때문이었다면 천금보다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또 좋은 인연을 만난 대신 남에게는 그리 만들어 주지 못했다. 인연의 싹이 트는 것은 우연이지만 잘 가꿔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저마다의 몫이다. 누군가는 악연도 좋게 만들지만 유익한 인연을 흐지부지 만드는 사람도 있다. 어떤 만남이든 잘 보듬어가는 게 관건이다. 인생의 성패 여부도 그로써 판가름 날 거다. 악연은 물론이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낼 수 있으면 나름 성공한 삶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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