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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장작에 불을 붙일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얼기설기 잇대 놓고 검불이나 종이에 불을 댕긴 후 옮겨 붙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럴 경우 넣는 게 불쏘시개다. 보통 갈잎이나 검불을 쓰는데 여느 때는 후르르 꺼져서 짜증스러웠던 것이 불쏘시개로 쓸 때는 무척 편하다. 촘촘하게 넣은 뒤 불을 붙이고 장작개비 두어 개씩 넣어 주면 금방 불이 붙고 뒤미처 훨훨 타오르는 것이다.

오늘 모처럼 시래기를 삶았다. 동지가 지나 짱짱하게 추워지면 가으내 매달아 둔 시래기는 부스러지도록 마른다. 그것을 삶아 국도 끓이고 나물을 해 먹는데 특별히 장작을 때면 훨씬 부드러워서 겨울이면 몇 차례 화덕에 솥을 걸어 삶는다. 그 외에 정월 열나흘, 나물로 먹을 토란 대와 고사리와 묵나물을 삶기도 하면서 그럴 때마다 장작을 지피는 등 분주를 떠는 것이다.

일단 불이 붙고 나면 틈틈이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생각하니 화덕을 거느라 청소도 미처 끝내지 못했다. 느긋하게 걸레질을 치고 나와도 계속 타는 중이다. 통장작 두어 개를 집어넣은 뒤 양말을 빨아 널고 와도 여전하다. 손이 시리게 추운 겨울도 장작이 타는 아궁이 앞에서는 하나도 춥지 않다. 불을 붙이기가 힘든 대신 붙고 나면 한나절 이상 타는 장작이 으뜸이라고 했는데 생각하니 처음에는 삭정이와 검불을 넣고 불을 지폈다. 두 번 세 번 거듭해도 잘 되지 않아 나중에는 판자를 뜯어 검불과 함께 붙이고 나자 비로소 기세 좋게 타기 시작했다.

장작불이 제법 오래 가지만 처음부터 혼자 타지는 않았다. 통나무 같은 장작에 불을 붙일 때는 앞서 말한 대로 갈잎이나 검불이 제격이고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유형은 필요하다. 솔직히 재티만 날리고 툭하면 꺼지는 게 듬직하지 못하고 가벼워서 도대체 믿음성이 없는 사람과 비슷했다. 검불이 거의 불쏘시개로 쓰이고 쏘시개라는 뜻이 말질이나 하고 수군거리는 행동과 연결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장작끼리는 불이 붙을 수가 없다. 검불 또한 있어야 하는 게, 장작이 아니면 불이라고 할 것도 없이 금방 꺼져 버린다.

바로 그 약점이 불쏘시개가 되면 재티도 날리지 않고 의젓하게 타곤 했으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래 타는 게 특징이라 해도 생짜로 성냥을 그어댈 수는 없으니까. 낱낱으로 볼 때는 불완전하고 허점 투성이되 그래서 더 어울림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검불과 삭정이도 장작과 어우러지면 뜻밖에 잘 타는 것처럼 세상 모든 하모니는 어울림과 용도에 따른 문제다. 검불을 태울 경우 연기가 나고 재티가 날리는 등 불편한 게 많아도 장작에 불을 달릴 수 있으니 통짜로 태울 수 없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수월한 걸까.

오래 타지는 않아도 와짝 불붙는 특징과 오래 타는 대신 쉽게 붙지 않는 까닭에 한 아궁이를 이고 살아야 했으니 특별힌 만남이다. 장작불이 검불 같은 유형을 경박하다고 깔 볼 때 반대쪽에서는 고집불통이라고 손사래를 치겠지만 양극과 음극이 만나야 전기가 흐르듯 판이하게 다른 것 때문에 불을 붙이게 되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어울림은 또 비슷한 유형의 만남을 뜻하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속에서의 화음도 필요하다. 관점이 다른 것뿐인데 틀리다고 생각하기 쉬운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진정한 어울림은 나오기 힘들다는 걸 시래기 한 갓 삶으면서 생각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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