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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바벰바(Babemba)족은 남아프리카 잠비아 북부에 사는 화전민으로 범죄 발생률이 가장 낮은 부족이다. 인류학자나 사회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될 만치 범죄가 거의 없다고 하는데 어쩌다 죄를 짓는 사람이 생기면 마을 사람들은 그를 광장 한복판에 세운다. 그리고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중심으로 원을 만들며 "너는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 "작년에도 우리 집 대문을 고쳐줬잖아.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라고 모두가 한 가지씩 칭찬하면서 진심으로 위로하고 용서해 준다는 것이다.

이어 새 사람이 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축제를 벌인다는데 그나마도 죄를 짓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축제를 할 기회가 별로 없다고 한다. 비난, 욕설, 원망 등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 바벰바족의 심판법이다. 지금 저지른 죄보다는 평소의 선행과 장점을 말해주면서 용서하고 다시금 시작한다. 누구든지 다시 잘못을 저지를 수 없는 아름다운 문화였지만 우리 사회에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소수의 부족사회라 누가 어떻게 착한 일을 했는지 피차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들춰 칭찬하면서 더 큰 범죄로 파급되기 전에 사전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다.

마음이 돌연 따스해진다. 바벰바족 같은 원시부족이 아닌 규모가 크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나라에서는 불가능할 테지만 아무리 작은 부족이라도 제도가 엄하다면 마을 사람들의 칭찬 한 마디에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게 쉽지는 않다. 벌을 받아 마땅한 죄를 저질렀다면 이미 각오를 했을 텐데 뜻밖에 따스한 말로 지금은 이전에는 말할 수 없이 착한 사람이었다고 하면서 본인도 모르고 있던 일을 들춰내며 위로한다니 누구를 막론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아프리카 북부의 화전민이었다고 하니 문명과는 훨씬 동떨어졌을 것 같다. 누군가를 심판하는 엄숙한 의식도 동네 한 복판의 공터에서 이루어졌을 터. 수많은 인류학자들이 다투어 조사했다는 감동적인 심판이었으나 아주 원시적인 정경이었을 것이다. 법전은 가당치도 않고 명석한 판사 검사도 없었을 것이나 그들은 빈틈없이 세밀한 문명사회 체제로서도 해결하기 힘든 범죄예방을 충분히 이루어냈다.

판결을 맡은 사람이라야 동네 사람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촌장 정도일 테고, 그 말은 우리 흔히 보는 판사나 검사처럼 일목요연하거나 간단명료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훨씬 더 인정적이었다. 그 외에 배심원이라고 할 소수의 사람도 거의 다 이웃 사람이고 결국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보며 살았던 사람이 뜻밖에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에 연민을 느끼고 있었을 테니 칭찬의 말이 아닌 비판의 욕설이라 해도 훨씬 더 인간적일 수 있다.

결국 심판이나 판결 자체가 오히려 인간의 본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법이 있음으로 해서 질서가 유지되는 것은 사실이나 마지막 판결 과정에서는 좀 더 온화한 방법을 도입해야 되지 않을까. 범죄의 배후를 파헤치고 사건의 진위를 가리자니 당연히 치밀하고 완벽해야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판결을 받는 케이스로 발전할 수 있거니와 그로써 진범을 놓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할 것이나 배후가 완전히 밝혀진 뒤의 판결은 좀 더 인정적이어야겠다는 의미다.

법에도 눈물이 있다고 하면 바벰바족의 판결은 단실히 독보적이다. 질서를 바로잡고 치안과 안녕을 위해 필수적인 법과 심판이지만 자칫 법률의 괴수로 전락하고 마는 일은 없어야겠다. 바벰바족처럼 구성원 전원이 모일 수는 없지만 칭찬해 줄 것을 찾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좀 더 관심을 갖다 보면 우리 사회도 따뜻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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