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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어쩌면 그렇게 맑고 경쾌한 곡이 다 있을까. 베토벤의'바이올린 소나타 5번'곡 봄을 듣고 있으면 겨울에도 봄이 찾아온 것 같은 명랑한 이미지가 펼쳐졌다. 작은 새가 풀밭을 뛰어다니듯, 제비가 낭창낭창 노래하는 것처럼. 게다가 지금은 꽃 피는 4월이니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바이올린 봄 소나타는 베토벤이 40 세 이전에 완성한 곡으로 맑고 산뜻한 선율이 특징이다. 제시부에서는 이른 봄 팝콘처럼 터지던 버들개지의 기척이 들렸다. 아직은 차가운 개울가에서 뽀얀 속살 두들기며 봄 장단을 맞추고 있었지. 잔설이 희끗한 언덕에서는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새긴다. 꽃샘추위는 극성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꽃 피울 준비에 여념이 없다.

듣다 보면 보얗게 핀 살구꽃도 지나갔다. 발레곡 같은 리듬이 어우러지면 이파리가 날리고 명주가닥 햇살이 드리워진다. 봄은 가끔 산수유꽃을 구워서 부얼부얼 부풀려 놓았다. 진달래꽃에 붉은 튀김옷 입혀 바람끝 차가운 언덕에 살짝 일구는가 하면 벚꽃나무를 통째로 달궈서 부풀려 놓았다. 비가 와도 눅눅해지기는커녕 더더욱 보송해지는 수 십 그루 팝콘 나무, 바람이 불 때마다 덩달아 모션을 취하는 봄꽃 판토마임….

그러면서도 터지는 소리 하나 없다. 활짝 웃고 있는 꽃들도 웃음소리는 하나 들리지 않으니 교향곡 중에 아주 작게 연주되는 부분이 아닐까. 개울가를 지날 때 지줄대는 냇물 소리는 들렸던 것을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자칫 볼륨이 커지면 가뜩이나 나풀대는 꽃잎이 죄다 떨어질 테니 꽃 피는 4월의 들녘은 그래 늘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어떤 부분은 시끌시끌한 게 새싹들 노래를 모아 둔 것 같다. 봄비를 맞고 혹은 따스해지면서 무더기로 올라왔겠다. 꽃샘추위를 견딘 꽃들은 얌전한데 따스해지고 움튼 새싹들은 기분파다. 봄기운에 더더욱 파릇해지고 물소리 또한 여물었으니 푸르디 푸른 봄이 곳곳에 가득 채워진다. 경쾌한 악장에서는 또 폴짝폴짝 날아가는 새가 보였다. 당연히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일제히 날아갈 때는 깃으로 덮였다. 새들이 떠난 뒤에도 날아갈 듯 가뿐해 보이는 것 또한 봄에만 나타나는 하늘 영상이었을까.

그나마도 끝날 때가 되면 갈수록 차분해진다. 꽃도 필 만치 피고 새싹도 어지간히 자라면 초여름 옷자락이 펄럭인다. 다가오는 절기에 바톤을 넘겨줄 것처럼 조용조용 자분자분 끝날 것 같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또 한 번 리드미컬 명쾌한 분위기다.

하기야 처음부터 끝까지 톡톡 튀는 계절이었다. 칸타타든 소나타든 많은 작곡가들이 제목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을 만치 연연하는 걸 보면 다들 간절했었나 보다. 내가 듣는 목록도 비발디의 봄이었다가 어느 해는 멘델스존의 봄 노래, 혹은 춤추는 것 같은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 그리고 올 봄에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으로 바뀐 것처럼.

눈 감으면 미처 듣지 못했던 봄노래의 여운이 들린다. 어쩌다 남겨둔 곡은 아직도 차가운 골짜기에서 미처 눈뜨지 못한 새싹을 들깨울 테지. 변덕스러운 봄이 그래 늘 흐벅진 느낌이었던 걸까. 햇살 한 마지기 그득 채운 것처럼. 혹은 응달진 곳 어디선가 움트지 못한 꽃눈을 아물리고 채 눈뜨지 못한 작은 벌레들까지 일으키면서 못 다 부른 봄 서곡을 펼쳐줄 것이다. 무르익은 계절로 마음 한껏 노곤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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