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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평평한 바위에 돌탑이 올망졸망하다. 납작한 돌을 깔고 작은 돌을 층층 포개 놓았다. 기껏해야 8층 아니면 9층 남짓이다. 두어 층 올려놓고는 부랴부랴 돌아간 듯 어설픈 것도 많다. 정교한 것은 찾아볼 수 없이 쌓다 만 것처럼 어수선한 돌무더기인데도 정감이 간다. 크기는 물론 모양도 들쭉날쭉, 탑도 아닌 탑을 쌓으며 모종의 소원을 빌었을 누군가가 떠오른다.

단양 팔경의 하선암 바위에 있는 탑 모양이다. 그 날도 예의, 지나다가 들러 본 것인데 얼핏 세어 보니 50개 정도다. 바윗돌 표면이라야 방 한 칸 넓이였으니, 빽빽해 보이는데도 많지 않은 건 당연했다. 가령 100만 명이 다녀갔다 쳐도 2만 명 중의 한 사람이 쌓았을 테니 극히 적은 숫자다. 한 사람이 두 세 개씩 쌓을 수도 있으나 대략 계산하면 그렇다.

그나마도 바위는 돌탑으로 포화 상태다. 누군가 더 쌓으려도 자리가 없을 만치 비좁다. 억지로라도 쌓으려면 남의 것을 무너뜨려야 하겠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쌓은 수많은 돌탑을 보면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 콩 됫박에 좁쌀이 들어가듯 새새틈틈 올릴 수도 있으나 그러다 보면 이미 쌓은 게 무너질 수 있고 더 이상의 돌탑은 올라가기 힘들 것 같다.

놀라운 것은 또 오랜 날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선 모습이다. 하선암 계곡은 골이 깊어서 바람은 물론 태풍도 잦다. 주변 바위산의 소나무와 잡목 등이 잔뜩 휘어진 채 뿌리박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어설프게 쌓은 돌탑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니 별나다. 태풍이 불지언정 어깨동무나 하듯 보듬었을 테니 바람도 비켜갈 수밖에.

지난 해의 돌탑은 무너지고 누군가 새로 쌓은 것일 수 있으나 직접 쌓았어도 위치와 모양을 기억하지 않으면 확인이 어렵다. 그런 만큼 단정짓기는 힘들어도 야트막한데다가 보호나 하듯 에워싸고 있어 깔축없이 견디는 성 싶다. 깎아지른 절벽의, 더러 가지가 부러진 잔솔과는 달리, 탑은 도란도란 얘기나 하듯 정겨웠으니까.

50개 남짓이라도 제각각 쌓았을 텐데 한 사람 작품인양 비스름했다. 쌓기 좋게 둥글납작한 돌이 많았으나 아담한 모양까지 닮았다. 여행을 하면서 심심파적일 수도 있고 우연히 돌탑을 보고는 충동을 받았겠지. 골짜기는 암석으로 뒤덮여 개울에서 가져왔으련만 소원이란 곧 작은 바램이었던 만치 모르는 터수에도 다들 간절해서 그리 조촐한 모양이었나 보다.

누군가는 병든 남편이 완쾌되기를 누군가는 또 자식의 성공을, 혹은 아들 하나 소원하며 쌓았을 것이다. 수많은 돌탑처럼 사연도 많을 것이나 가령 돌탑이라 해도 크고 높이 쌓을법한데 똑같이 자그마했다. 간절한 중에도 남의 소원 역시 귀히 여기며 넓적바위 한 자리에서 크지 않고 앙바틈 쌓아올려 더 무사했겠지. 욕심껏, 자기만 크고 거창하게 올릴 경우 십중팔구는 쓰러졌을 테니까.

꿈이 클수록 좋기는 해도 웬만치는 능력의 범주로 생각하겠지. 혹여 무산될 때는 너무 크게 잡지 않았나 돌아볼 것 같은 사람들이 누군가는 더 간절할 거라면서 쌓은 골짜기 모듬살이. 소원이란 목마르게 구도할 동안 반은 이루어졌다고 해도 무난한 개념. 이루는 건 2차적 문제였으니 소원이라 해도 조촐한 마음이고 싶었던 걸까. 간절했던 마음과는 달리 이루어지지 않아도 여전히 경건하게 살 것 같은 모습들. 물소리만 들리는 하선암 계곡의 돌탑 모듬살이가, 쌀쌀한 겨울 유달리 따스한 이미지로 스쳐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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