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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5.13 14:04:58
  • 최종수정2015.05.13 14:04:43

이정희

수필가

둑 너머 고래실논에 모내기가 한창이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막아 둔 언막이에 올라서니 바람에 파릇한 모가 일제히 흔들린다. 수없이 파란 돛배가 찰랑찰랑 떠가는 것 같다. 이제 땅내를 맡고 뿌리를 박다 보면 논이 빽빽해지도록 우긋해질 테니 벌써부터 설렌다.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바라보는 것뿐이지만 모를 심기 전부터 진행된 과정 때문에 더 그랬다.

비가 올 때마다 저수지 옆의 논은 진흙물로 덮였다. 사월에는 논을 갈아엎게 되고 물을 대면서 흙을 고른다. 두 번 세 번 거듭될 동안에 딱딱했던 진흙이 팍신팍신해진다. 걸쭉한 흙에 물기가 배어들고 수면까지 빤들빤들해진다. 그 다음 바람이 불고 빗질이 시작된다. 얼레빗으로 넘긴 듯 일렁이던 물살이 모내기가 가까워지면 참빗질이나 한 듯 새치름해진다.

지나다 보면 앞산 자락이 흠씬 잠겨 있곤 했었다. 봉우리가 척 들어오고 아랫도리는 멀찍이 드리워진다. 물가의 은사시나무 잎이 팔랑대는 게 보일 정도지만 비가 오면 풍경은 간 데 없이 뒤집어진 채 요동을 한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 때는 제멋대로 일렁이다가 날씨가 좋으면 가라앉기를 수없이 반복하게 된다. 써레질도 모자라 참빗질까지 한 물살은 명경지수가 따로 없고 그 다음 모를 내면서 지금 같은 풍경이 재현되었다.

우리도 감정의 기복이 심해질 때가 있다. 그나마 써레질을 하듯 자연스럽게 삭이게 되는 건 흙탕물이던 논이나 저수지가 맑아지는 경로와 흡사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도 그런 과정 때문에 별반 힘든 줄 모르고 살게 된다. 얕은 논물에 풍경이 조목조목 잠겨 있으니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까.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뒤집어지는 일이 숱하고 그럴 때마다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스리게 된다.

맑고 깨끗한 물에서도 앙금은 쌓이고 더러는 뒤집어지듯 우리 역시 평온할 때도 앙금은 누적된다. 저수지는 비가 올 때 그렇고 우리는 감정이 수습되지 않을 때가 문제다. 바람 불고 물결이 일 동안 정화되는 것처럼 자주 자주 다스려야 될 게 있고 태풍이 몰아칠 때와 같은 대대적인 변화도 필요할 테니, 우리 살면서 겪는 곡절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뒤집어질 때의 양상은 감당하기 어려웠으나 가라앉으면서 깨끗해지는 것도 방법이다. 좀 더 지나 한여름에는 장마가 지고 그 때의 흙탕물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엄청난 흙탕물에 씻겨 내린 뒤 물속의 조약돌까지 비치게 깨끗해지던 것은 어떤 과정으로든 걸러내고 정화하는 일의 중요성을 여실히 드러내곤 했다.

한 번 맑아졌다고 영원하지는 않은 게, 비가 오고 흐리는 등 날씨 때문에 언제 흙탕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강이든 냇물이든 개흙은 쌓이게 마련이듯 스트레스로 인한 앙금은 있을 것이나 그 또한 과정 아닐까. 평소에는 흙물이 올라오지 않게 하되 소용돌이가 일어날 경우 가라앉히고 정화하는 계기로 삼으면 감정의 격변이 일어나도 오히려 차분해진다.

감정의 소용돌이는 두려워 할 게 아닌, 극복하고 가라앉히는 데 포커스를 맞출 일이다. 고향의 우물도 장마철이면 흙탕물로 바뀌지만 퍼내고 나면 돌 틈의 가재가 보일 정도로 깨끗해졌다. 마음을 다스릴 때는 흙물이었다가 맑아지는 우물과 개울을 상상하는 것이다. 물때가 앉도록 두면 냄새가 나는 법, 장마 때의 물갈이처럼 마음의 우물 역시 맑아질 것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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