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5.05.13 14:04:58
  • 최종수정2015.05.13 14:04:43

이정희

수필가

둑 너머 고래실논에 모내기가 한창이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막아 둔 언막이에 올라서니 바람에 파릇한 모가 일제히 흔들린다. 수없이 파란 돛배가 찰랑찰랑 떠가는 것 같다. 이제 땅내를 맡고 뿌리를 박다 보면 논이 빽빽해지도록 우긋해질 테니 벌써부터 설렌다.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바라보는 것뿐이지만 모를 심기 전부터 진행된 과정 때문에 더 그랬다.

비가 올 때마다 저수지 옆의 논은 진흙물로 덮였다. 사월에는 논을 갈아엎게 되고 물을 대면서 흙을 고른다. 두 번 세 번 거듭될 동안에 딱딱했던 진흙이 팍신팍신해진다. 걸쭉한 흙에 물기가 배어들고 수면까지 빤들빤들해진다. 그 다음 바람이 불고 빗질이 시작된다. 얼레빗으로 넘긴 듯 일렁이던 물살이 모내기가 가까워지면 참빗질이나 한 듯 새치름해진다.

지나다 보면 앞산 자락이 흠씬 잠겨 있곤 했었다. 봉우리가 척 들어오고 아랫도리는 멀찍이 드리워진다. 물가의 은사시나무 잎이 팔랑대는 게 보일 정도지만 비가 오면 풍경은 간 데 없이 뒤집어진 채 요동을 한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 때는 제멋대로 일렁이다가 날씨가 좋으면 가라앉기를 수없이 반복하게 된다. 써레질도 모자라 참빗질까지 한 물살은 명경지수가 따로 없고 그 다음 모를 내면서 지금 같은 풍경이 재현되었다.

우리도 감정의 기복이 심해질 때가 있다. 그나마 써레질을 하듯 자연스럽게 삭이게 되는 건 흙탕물이던 논이나 저수지가 맑아지는 경로와 흡사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도 그런 과정 때문에 별반 힘든 줄 모르고 살게 된다. 얕은 논물에 풍경이 조목조목 잠겨 있으니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까.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뒤집어지는 일이 숱하고 그럴 때마다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스리게 된다.

맑고 깨끗한 물에서도 앙금은 쌓이고 더러는 뒤집어지듯 우리 역시 평온할 때도 앙금은 누적된다. 저수지는 비가 올 때 그렇고 우리는 감정이 수습되지 않을 때가 문제다. 바람 불고 물결이 일 동안 정화되는 것처럼 자주 자주 다스려야 될 게 있고 태풍이 몰아칠 때와 같은 대대적인 변화도 필요할 테니, 우리 살면서 겪는 곡절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뒤집어질 때의 양상은 감당하기 어려웠으나 가라앉으면서 깨끗해지는 것도 방법이다. 좀 더 지나 한여름에는 장마가 지고 그 때의 흙탕물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엄청난 흙탕물에 씻겨 내린 뒤 물속의 조약돌까지 비치게 깨끗해지던 것은 어떤 과정으로든 걸러내고 정화하는 일의 중요성을 여실히 드러내곤 했다.

한 번 맑아졌다고 영원하지는 않은 게, 비가 오고 흐리는 등 날씨 때문에 언제 흙탕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강이든 냇물이든 개흙은 쌓이게 마련이듯 스트레스로 인한 앙금은 있을 것이나 그 또한 과정 아닐까. 평소에는 흙물이 올라오지 않게 하되 소용돌이가 일어날 경우 가라앉히고 정화하는 계기로 삼으면 감정의 격변이 일어나도 오히려 차분해진다.

감정의 소용돌이는 두려워 할 게 아닌, 극복하고 가라앉히는 데 포커스를 맞출 일이다. 고향의 우물도 장마철이면 흙탕물로 바뀌지만 퍼내고 나면 돌 틈의 가재가 보일 정도로 깨끗해졌다. 마음을 다스릴 때는 흙물이었다가 맑아지는 우물과 개울을 상상하는 것이다. 물때가 앉도록 두면 냄새가 나는 법, 장마 때의 물갈이처럼 마음의 우물 역시 맑아질 것을 소망해 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