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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요즈음 발이 계속 아프다. 피곤한 날은 통증까지 오기 때문에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다. 건강을 위해서는 신발을 잘 선택하라고 했는데 옷은 제법 비싼 걸 고르면서 신발에는 그 동안 무심했다. 대우를 해 주지 않을 경우 발꿈치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고 하지만 중요한 혈이 다 모인 자리다. 우리 몸의 혈액을 펌프질하는 용천혈도 발바닥에 있다. 2의 심장이라고 할 만하다.

마라톤도 발로 뛰는 경기다. 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마라톤의 클라이막스는 1등으로 완주한 선수가 결승 테이프를 끊는 순간이고 그것은 가슴에 휘감긴다.

축하의 인사를 받는 것은 우리들 양쪽 손이며 승리의 월계관은 머리에 씌워진다. 마지막으로 우승의 상징인 금메달은 목에 걸어주는데 그 순간을 위해 달려온 발은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라고나 할지.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처가 고국에 오던 날은 축제 분위기였다. 대합실을 가득 메운 인파가 모두 그를 기다렸다. 얼마 후 열차가 도착했는데 아무리 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얼마 후 저만치서 내릴 때 보니 놀랍게도 3등 칸이다. 그를 찾아 달려온 기자들이 "선생님 같은 분이 3등 칸에 타다니 어찌된 일입니까?"라고 묻자 "4등 칸이 없어서 탄 것뿐입니다."라고 태연한 기색으로 말했다. 4등 칸이 있었다면 서슴없이 올라탔을 그, 3등 칸도 과분하다고 생각했을까.

1등석에 앉는다고 1등 삶이 될 수는 없다. 3등 칸 인생은 누구나 꺼리지만 1등석에서도 3등 칸 인생만 못한 삶이 있고 3등 칸에서도 1등 칸 삶이 될 수 있다. 6개의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아프리카의 원주민에게 의술을 펼친 것도 3등 칸 인생을 자처한 자기희생의 결과다. 스스로는 3등 칸 열차에 탔다고 하지만 좋은 여건 다 버리고 미개한 땅으로 건너가 산 것을 누가 3등 칸 삶이라 하겠는가.

발도 3등 칸 인생으로 자처한 경우다. 얼굴은 1등 칸, 가슴이 2등 칸 인생이라면 공교롭게도 발의 품격은 그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굴은 우리 몸의 상징이라고 할 부위다. 가슴은 또 혈액 순환과 소화기능을 맡는 장기가 모인 곳이지만 발은 주춧돌마냥 밑에서 떠받친다.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자기 할 일만 한다는 뜻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하다고는 해도 발을 예쁘다거나 멋지다고 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매만져도 발이 아니면 한걸음인들 떼어놓을 수 없다.

발처럼 홀대받는 부분을 꼽는다면 뿌리 역할이고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감수하는 것은 자기창조가 되건만 우선은 기피한다. 남달리 유복하게 자란 슈바이처가 언제부터 3등 칸 삶을 선택했는지 모르나 의료시설도 열악한 미개한 땅에 들어가서 대가없는 의료사업을 벌일 때부터 시작된 게 아닐지.

3등 칸일지언정 스스로 1등 칸 삶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면 1등 칸 2등 칸을 의식하지 않는다. 안 안팎 모두 1등 칸 삶이라고 확신할 때는 괜찮은데 본인 스스로 뒤떨어진다는 생각에 겉만 1등 칸 인생으로 장식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마라톤이 올림픽의 상징으로 남은 것도 뿌리 역할을 고수하는 발의 원초적 의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마라톤 선수 역시 발로 뛸 적마다 맡은 일에 충실을 기하는 마음 자세를 다졌을 테니까.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낮은 것을 꺼리지 않으며 의료사업에 최선을 다하는 슈바이처의 삶은 본받아야 되지 않을까.

뿌리가 없으면 아름다운 꽃과 튼실한 열매도 무의미한 것처럼 3등 칸 인생에 해당되는 발이 온전해야만 1등 칸 얼굴과 2등 칸인 가슴으로 우는 존재가 돋보인다. 우리 기피하는 3등 칸이야말로 특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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