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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사과를 파는 할머니가 있었다. 하루는 어떤 아저씨가 오더니 흠집이 있는 것만 고르더란다. 그럴 때는 대부분 좋은 것부터 고르게 된다. 의아한 생각이 든 사과 장수 할머니가 좋은 걸 가져가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맛없는 것을 먹게 되지 않느냐면서 여전히 언짢은 것만 골라 가더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교회에 다니는 분이었다. 예의 자연스럽게 종교 문제가 나왔고 사과 장수 할머니는 그런 아저씨가 다니는 교회라면 볼 것도 없을 거라면서 기독교인이 되었다. 돈을 내고 사면서도 언짢은 사과만 고른 것은 전도가 목적일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그 할머니가 예의 비양심적인 장사꾼이라면 아저씨가 남겨 둔 좋은 사과 속에 언짢은 것을 넣어 다시 팔 수 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결과는 어쨌든 사과를 사 가는 여타 사람들이 더 좋은 것을 먹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고 그런 의중으로 흠집 난 사과를 집어갔을 것이다.

그 아저씨 말고 모든 사람이 그런 식이라면 내가 살 때도 좋은 게 남는다. 게다가 또 전도가 목적이라 해도 막상 이해문제가 닥치면 나부터 좋은 걸 먹으려는 본능적인 행동이 나온다. 종교적이라면 남이 더 좋은 것을 먹도록 하는 게 원칙이나 나도 교회에 다니지만 참 어려운 부분이다. 한 번도 아니고 사과를 사 갈 때마다 좋지 않은 것만 골라가는 행동은 분명 남다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고 끝내는 할머니가 교회를 나가게 된 배경이기도 했다.

문득 떠오르는 천국과 지옥의 밥상 이야기. 우리처럼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데 공통점은 유난히 커다란 포크다. 혹은 젓가락일 수도 있고 어쨌든 너무 커서 집어 먹기가 나쁘지만 천국의 식당에서는 상대방의 입에 넣어주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그와 반대로 지옥의 식당에서는 그 어마어마한 포크로 저마다 자기 입에 넣느라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그래 늘 아수라장이되겠지만 대형포크라 해도 서로 상대방에게 주면 되는 천국의 양상은 자못 신선한 느낌이다.

내가 나를 챙기는 게 아닌 너를 챙겨 주고 상대방 역시 그러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챙기게 된다. 그럴 경우 남의 입에 들어갈 거라면서 맛없는 음식만 주게 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라면 사과 아저씨마냥 남에게 우선 맛있는 걸 챙겨 줄 테니 괜한 걱정이다. 상대방부터 좋은 걸 주려는 마음이라면 자기는 맛없는 걸 먹어도 괘념치 않을 것이다.

생각하면 또 마지막 테스트 과정이었을 것이다. 필요 이상 커다란 포크라 해도 분쟁이 난다면 천국에서도 지옥으로 추방될 수 있다. 반면 지옥이라 해도 천국의 시민들처럼 상대방의 입에 넣어준다면 천국의 티켓을 재발급 받겠지만 그런 후일담은 없다. 어딜 가든 자기 본성은 있는 듯 천국 사람들은 천국에 갈 만한 게 있고 지옥 사람들은 또 거기로 직행할 수밖에 없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미였을까.

천국이 과연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가설은 해볼 만하다. 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딜 가나 싸우게 되고 유순한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재론의 여지가 없을 당연한 말이다. 사과를 사러 오는 아저씨처럼 전도가 목적이 아니어도 언제 어디서나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바뀌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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