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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나는 지금 물결치는 바닷가에 서 있다.

멀리 수평선을 뚫고 가는 배 한 척이 보였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거기 층층 구름이 에워싸고 있는데 한 척 돛배가 풍경처럼 예쁘다. 이제 막 푸른 꿈을 안고 출항했겠다. 바닷물이 있는 한 언제까지고 나아갈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꿈에 젖는다.

하지만 그 바닷물이 한 바가지라도 들어오면 그 때부터 가라앉기 시작한다. 아찔한 기분이다. 처음 들어오기 시작할 때 손을 쓰면 간단하지만 엄청난 바닷물은 간단히 틀어막는 정도로는 되지 않을 테니 배를 건조할 때 가장 중요한 과정은 방수처리다. 내부 시설이 완벽한들 방수처리가 불충분해서 물이 들어오면 그야말로 끝장일 테니까.

세상 바다를 항해하는 삶도 엇비슷하다. 무엇보다, 우리를 뜨게 하는 것은 역경과 시련이라는 점에 치중할 일이다. 행복과 평안으로 채워진 물가에서 띄울 수도 있으나 얼마 되지 않는다. 결국 시련과 역경의 물을 끌어들여 항해하는 게 원만한 방법이고 그 과정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물이 있어야 뜨지만 그 때문에 침몰하기도 하는 것처럼 역경과 시련으로 가득 찬 인생 바다를 저어가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 표류할 수도 있을 테니까.

요는 곧 방수 처리 문제다. 운명과 시련에 다치지 않으려면 자기 무장이 필요하고 그것은 올곧은 신념과 가치관 내지 자기 철학일 수 있겠다. 우리 삶의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 역시 뚜렷한 소신으로 헤쳐갈 수 있고 바로 그 배경과 바닷가의 풍경을 헤아리는 것이다. 눈썹처럼 가지런한 수평선은 늘 시적이었다. 저녁이면 별이 뜨고 달이 산보할 때도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그 배후에는 끝없는 항해와 그 항해는 또 배 밑창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 범주 안에서 가능했다.

우리가 꿈꾸는 바다는 늘 잔잔하고 평화롭지만 뱃사람에게는 단조로울 수 있다.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몇 달씩 소요될 때는 지루하다. 어려움과 불행이 훨씬 더 많으나 순조롭기만 해도 못 견딜 일이다. 눈으로 감상할 때는 잔잔한 바다가 축복이되 정작 뛰어들어 항해를 하면 불행이듯 잠깐 살고 말 게 아닌 인생이라 어려움과 고난을 헤쳐가야 하는 것이다.

눈을 드니 먼 수평선이 아득하다. 처음 손바닥만했던 배가 이제 막 점 하나로 사라지는 찰나다. 드물게 목가적인 풍경은 태풍이 몰아치고 파도가 부서진 후 재현된 것이겠지. 돌아보는 마음이 수수롭기만 한데 돌연 방파제 몰려가는 파도가 보였다. 그게 바닷가의 풍경이었으나 멀리 보이는 잔잔한 모습에만 취했다. 모르기는 해도 그 곳 또한 파도가 몰아칠 것이다. 지금 보는 맑고 푸른 하늘을 만들어낸 태풍처럼은 아니어도 잔물결은 찰싹인다는 걸까.

물이 있어야 뜨지만 그 때문에 가라앉기도 하는 것과 운명의 물이 차오르면서 저어갈 삶이 겹쳐 떠오른다. 종이배 만들 때는 방수처리 개념도 없었으나 앞으로의 항해를 위한 연습용이고 추억이라 하자는 없었다. 그나마 이제는 멀리 사라지고 이제는 앞으로 저어갈 삶의 배가 등장하면서 방수 처리 운운까지 하게 되었다. 바다에는 물결이 칠 수 밖에 없고 삶의 노정에도 어려움은 끝이 없다. 태풍 지나간 뒤의 하늘이 유독 푸르고 어려움 속에서 체득한 섭리가 더욱 특별하다. 물결치는 바다는 불가항력이되 그로써 오묘한 삶을 깨우치면서 활력을 찾고 싶다. 내 인생의 아우트라인을 또 한 번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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