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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민섭이네 사과는 맛있다. 초가을 출하되는 사과도 야물고 딴딴하다. 며칠 전에 가져 온 사과 역시 얼마나 싱싱한지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아니, 오빠네 사과도 맛은 있었다. 처음 따서 먹을 때는 사각사각한 게 맛있다가도 오래 두고 먹을 때는 금방 물러지곤 했는데 생각하니 오빠네 과수원은 들판에 있었다. 주변은 죄다 논이고 비탈이 없기 때문에 소독을 해도 금방 끝난다. 사과를 따는 날도 교통이 좋아 작업이 수월하건만 먹어보면 맛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민섭이네 과수원은 깊은 산골짜기에 있다. 도로변에서 한참 들어가면 강이 나오고 거기서도 30분쯤 가야 나온다.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하늘만 빼꼼한 외딴 산속에서 짓는 소위 말하는 고랭지 농사다. 경사가 급한데다가 비탈이 져서 소독이나 적과를 할 때도 훨씬 힘든가 보았다. 꼬불꼬불한 산길은 수확을 해서 운반할 때도 보통 불편한 게 아니었으나 바로 그 악조건이 최고의 맛을 내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름에도 얼음골에 들어간 것처럼 썰렁한 게, 피서철이면 우정 가서 땀을 식히곤 했던 이유다. 개울에 발만 담그고 와도 온몸이 시원해지곤 했으니까. 한여름 동기간이 모일 때도 어디 바닷가나 개울에 갈 필요 없이 하루쯤 쉬다 오면 더위가 말끔히 가셨다. 우물도 어찌나 차가운지 손이 시릴 정도다. 바람이 불면 깊은 산속은 태풍이 몰려올 것처럼 스산했다. 일찍 깜깜해지는 건 물론 절기도 산 아래 동네보다 약간 빠르다. 품종도 같고 농사짓는 방식도 비슷한 가운데 일교차가 심하고 유달리 차가운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고랭지 과일의 독특한 맛을 형성했을까?
 사과뿐이 아니다. 고추며 참깨 농사도 짓는데 깔이 참 곱다. 어쩌다 참깨를 사서 기름을 짜먹어도 유달리 고소했다. 겨울에 무 배추를 뽑아 들여 김장김치를 담그면 강원도의 채소 맛 그대로다. 김장에 필요한 갓과 파 마늘까지 거기서 가꾼 것을 쓰게 되니 그럴 수밖에 없다. 농부의 발자국 소리 듣고 자라는 게 농작물이라지만, 그런 조건도 때로는 필요하다.
 들판의 과수원은 바람도 세지 않고 햇빛도 고르게 비칠 테니 여러모로 편리한 건 사실이나, 농사로서는 그게 전부일 수 없다. 바람이 어딘들 거저 지날 까마는 들판에서는 기세가 꺾이기도 한다. 똑같은 사과였어도 민섭이네 과수원은 산 속이라 바람이 세고 날씨도 그만치 혹독하지만 과일이 잘 되는 곳의 기후로는 최고였다.
실제 민섭이네 과수원은 여름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겉옷을 입어야 될 만치 들쭉날쭉 변덕스러웠으나 그래서 때깔이 좋고 맛도 훨씬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평지의 과수원처럼 순조롭게 살 수 있다면 다행이나 그 또한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깊은 산속의 과수원처럼 비탈이 심한 삶도 그렇게 살 동안 참된 인격의 정수가 나오고 향기로운 인품이 배어나온다면 오히려 계기로 삼을 여지로 충분하니까. 우리 살 동안 굴곡이 많을 때도 고랭지 과일의 특징을 유념하면 그런 대로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과일이 잘 되는 곳에는 또 별나게 태풍이 잦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 삶의 여정이 꼬불꼬불 곡절이 많고 악조건에 휘말려도 계기로 삼을 때 참된 인격의 정수가 나온다. 장벽과 시련은 앞을 가로막는 게 아닌 그로써 이루게 될 성공적인 삶과 그 너머 손짓하는 행복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사과조차도 태풍을 견디면서 익는다. 평지든 비탈이든 문제될 게 아니다. 역경이야말로 잠재된 능력과 재주를 일깨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민섭이네 사과를 먹을 때마다 새겨 두는 지침이다. 사는 게 힘들 때도 능히 참고 견딜만한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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