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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엊그제도 비가 오더니 오늘도 찔끔 흘리고 지나간다. 젖었던 우산을 말려 들여 놓으려 보니 낯선 우산 두어 개가 눈에 띈다. 딸아이가 들고 온 우산이다. 하나는 이미 한 달 전에 보았던 것 같고 또 하나는 지난주에 들고 왔던 우산이다. 두 번 다 쾌청하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출근했다가 비가 내리는 바람에 누군가가 건넨 우산을 쓰고 왔었던 것 같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쓴다. 우산은 정확히는 머리 위에 받쳐 비를 가려준다. 그래서 우산이라는 한자도 비 우(雨)에 우산 산(傘)을 쓴다. 영어로는 umbrella 라고 하는데 이는 우산보다 양산에 가깝다. 라틴어로 그늘을 뜻하는 옴브렐라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서양의 우산 엄브렐라는 비가 아니라 햇볕을 가리기 위한 양산의 용도로 만들어졌다. 내 경우도 때에 따라 우산이 양산이 되기도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어색하지 않음의 생각 전환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은 영국의 멋쟁이 신사였다. 그는 비 오는 날 양산을 쓰고 거리에 나갔고 대중으로부터 양산도 우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화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생각 전환하는데 무려 2천400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대단한 고정 관념이다.

생각의 전환이란 게 알고 보면 거창한 게 아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윤기나는 삶도 영위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은 어떨까. 최초에 우산을 만든 사람은 왜 우산을 만들었을까. 보통은 그것도 질문이냐며 할 것이고 십중팔구는 뻔한 답 아니냐며 할 것이다. 그런데, 한 철학자는 이 질문에 "자기만의 지붕을 갖고 싶어서"라고 답했단다. 얼마나 엉뚱하고 멋진 상상력인가 말이다. 다 아는 뻔한 답을 넘어 유쾌한 상상이다. 그런데 이 상상이 마냥 엉뚱하기만 한 것도 아니지 싶다.

사실 우산에 대한 머피의 법칙을 생각하면 자기만의 지붕을 갖고 싶어서라는 말은 꽤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의도했던 일들이 뜻대로 잘 안 풀리고 계속 꼬일 때 쓰는 말이 '머피의 법칙'이다. 머피의 법칙을 일상에서 절실히 느끼는 때가 언제인가. 장마철 아닐까. 우산과 연결된 머피의 법칙은 반복된다. 우산이라는 사물과 더불어서 말이다. 곧 장마가 시작될 것이다. 지금이야 기상예보의 적중률이 높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장마가 시작되면 일주일 내내 가방에 우산을 넣고 다닌 적도 있고 일기예보의 배반 때문에 낭패를 볼 때도 적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집에 우산을 두고도 비닐우산이나 지우산을 사지 않았던가. 또는 어쩌다 생각지 않게 타인의 친절로 우산을 함께 쓴다든지 빌려 사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있긴 하다.

그리고 그것이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 좋은 날이 되기도 했고 추억이 되었던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선물이라는 단어에는 인간의 소박하지만 거룩한 꿈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생각지 못했던 친절을 건네받은 우산은 사람의 마음을 적시기 때문이다. 다시 꼭 돌려받을 생각보다 누군가의 몸을 적시지 않게 했다는 선한 베품이거나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함에도 느슨해지는 사물이라 그럴 것이다.

이렇게 주고받은 우산은 선한 마음에서 비롯한 무상의 선물이다. 무상의 선물 만큼 순수함을 주는 게 있으랴. 갑자기 우산을 챙기지 못했던 날 누군가의 친절을 받아들게 한 낯선 우산 하나.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아 들고 고마워했을 딸을 생각하며 무상의 선물을 활짝 펴본다. 방사형의 가는 뼈대와 작고 둥근 천으로 이루어진 지붕이 펼쳐졌다. 언뜻 인간의 소박하고 따듯함이 느껴진다.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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