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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안개의 기습은 바다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서해대교에서 부터였다. 생각지 못한 일이다. 안개는 늦은 밤 갑자기 밀려와 천지를 덮었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위력적이다.

매사에 호기심 많고 도전적인 제부는 이럴 때 성격을 드러낸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돌진하는 그만의 스타일이 또 발동하나보다. 자욱한 안개 속을 겁도 없이 질주 한다.

"천천히 가요 제부"

"걱정 마세요 처형, 어디 한두 번 다녀본 길인가요. 걱정 붙들어 매세요"

걱정을 말라니, 그건 아니지 싶은데 남동생조차 염려 말라며 편을 든다.

그때다. 저만치 안개 속을 달리던 맨 앞차가 깜빡거리며 길옆으로 물러앉는다. 안개가 길을 지워 방향을 잃은 것이다. 순식간에 흐름이 끊기면서 혼란이 왔다. 차마다 비상등이 깜빡거린다. 불안과 조바심이 밀려왔다. 마냥 달리려는 제부의 꼭뒤가 자꾸만 불안해 보여 또 한마디가 튀어나온다.

"제부, 속도 줄여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하늘이 내려앉는 듯 무겁고 무거운 소리가 이어 들렸다. 주위를 무시하고 달리던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박은 것이다. 오, 하느님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인도하는 차를 따라 가는 제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사실 남동생과 제부는 이제껏 고집과 배짱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 온 사람들이다. 가끔은 타협도 해가며 멈추고 숨 돌리며 가라했지만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되지도 않는 사업을 끝까지 파고들어 재산을 날렸다. 친구의 보증을 섰지만 결국 배신당하고 지인에게도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제부 역시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옆을 보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인생의 헛발질을 많이도 했다. 고집스러움보다는 적당한 타협이 힘들지 않다는 것을 두 남자라고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굵직한 고난들을 부딪치지 않고 적당히 타협했다 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었을 거라는 확신도 없다. 그럼에도 두 남자는 자신의 봄을 포기하지 않았다.

꽃샘추위를 뚫고 봄봄봄 봄이 왔다. 그러나 아직도 겨울안개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 살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 하루 살기가 바쁜 사람들, 빈곤 노인층 등 많은 이웃들이 어둠속에 있다. 그들에게 가장 절망적 경계는 안개에 살다보면 안개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보이지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존감의 포기다. 그건 왜 불행한지도 모르고 살아가게 되는 슬픈 자화상과 닮아 있기에 그러하다.

안개 속을 걷는다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누구든 안개 속에선 혼자다. 나를 지킨다는 건 더 고독하고 외로운 일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기에 가야하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것이 파도처럼 해일처럼 삶을 덮친다 해도 봄을 포기 하지 않고 꿋꿋하게 인내한다면 적어도 안개에 익숙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 봄, 얼었던 우리의 마음을 녹여 서로의 손을 잡고 밝고 환하게 봄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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