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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조카가 휴학 8개월 만에 군(軍)에 가게 되었다. 추석밥상에는 자연스레 군 입대 이야기가 제일 먼저 화제로 올랐다. 요즘엔 군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보니 한동안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 보다는 축하한다는 말이 먼저 나오게 되나 보다. 군대 간다는 말이 떨어지자 축하한다는 말이 쏟아진다. 집안 어른이신 작은아버님께서도 짧은 훈시와 덕담을 건네신다. 모두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 조카를 향한 모든 시선엔 군 생활 잘하리라는 믿음과 기원의 마음이 가득하다.

가족과 친척들의 만남이 대개 그렇다.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이 되어 집안 식구들의 안부를 챙기게 된다. 한동안 보지 못할 조카의 늠늠한 어깨를 바라본다. 한 달 전 동서로부터 조카가 군대에 간다고 들었을 때 나의 첫 마디는 축하한다는 말보다 어느 새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갓난아기 때부터 자라는 모습을 보아서였을까. 그간 내 뇌리에서 조카는 아이로 머물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처럼, 소년처럼 어리게만 생각했었는데 건장한 청년이다. 내가 낳지는 않았지만 20여년 혈연으로 이어진 연이요 사랑스런 조카다. 대한민국 건강한 남자라면 군에 가는 것이 의무요 당연하기까지 생각들은 하지만 막상 간다하니 안쓰럽게 생각됨은 왜인지 모르겠다.

2년 전, 대학입시에 실패한 조카는 명절 때 오지 않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빈자리는 크다고 상심한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오지 못한 모습이 눈에 밟혔다. 다행이 재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작년에 대학생이 되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모르겠다. 이제 보름후면 집을 떠난다 생각하니 뭐라도 더 먹이고 싶어 음식을 몇 가지 더 만들고 좋아하는 고기와 김치를 정성껏 준비했다. 입에 맞았는지 맛나게 밥을 먹는다. 그 애가 좋아하는 몇 가지 음식을 봉지에 챙긴다. 슴슴하게 맛이 들은 백김치도 통에 담아 쌌다. 보따리를 받으며 뭘 김치까지 주시느냐는 말에 "우리 00 주려는 겨,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네" 라며 동서의 손을 꼬옥 잡는다.

몇 시간까지도 떠들썩했던 거실은 물처럼 고요하다. 모두 제 둥지로 떠났다. 비록 몸은 조금 고단하지만 그들을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갈수록 고맙고 즐겁다. 5~6년 전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그들과의 만남이 왜 이리 점점 소중하게 다가오는 걸까. 그들과 나는 어떤 인연으로 만난 사이였을까. 생각하면 부모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에서부터 하늘과 땅이 갈라 지기전의 심원에서부터였을까. 창세기 이전에서부터 준비되어왔던 영혼의 방에서였을까. 좁아도 좋고 넓으면 더 좋은 가정이라는 방에서 죄 없는 말을 주고받았던 나의 남편과 나를 엄마라고 큰엄마라고 어머니 또는 큰 어머니라고 부르고 어머님, 큰어머님이라 부르며 할머니라고 부르는 유순한 그들은 누구란 말인가. 어디서부터 그들은 내게로 왔단 말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허허로운 거실에서 그들을 생각하는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언제까지 만남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에 남은 시간 더 자주 그들을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가족은 사회를 이루는데 기초가 되는 혈연 집단이다. 가족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할 것이다.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냉철한 머리가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무엇일까. 그건 따뜻한 가슴이다. 따뜻한 가슴으로 가족과 친지에게 나아가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일을 거들고 보살피는 일은 박학한 지식보다 훨씬 중요한 일일 것이다. 때문에 하나의 개체인 나 자신이 전체인 우주로 확대 될 수 있다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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