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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램브란트(Rembrandt)의 명화(名畵) '돌아온 탕아'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그랬다. 저런 아버지 앞에서는 울어도 되겠구나, 외롭다 하소연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기다림에 지친 아버지 앞에 돌아 온 아들.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진 아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며 생 전체를 덥히듯 쓰다듬는 아버지의 따뜻한 손. 헤진 옷과 감출 수 없는 더러운 발과 닳아 헤진 신발. 아들은 이제야 평온을 찾은 듯, 무릎을 꿇어 아버지에게 몸을 맡기고 있다.

오! 모든 게 고된 방황의 흔적인 아들이다. 그런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아버지. 그리움이 켜켜이 쌓인 아버지의 눈이다. 과거를 규명하려 드는 냉정하고 싸늘한 눈이 아니라 기진맥진한 아들의 아픔 속으로 그저 스며 들고자 하는 자비의 눈이다. "어서 좋은 옷을 입혀라 가락지를 끼우고 신을 신겨라. 잃었던 아들을 다시 찾았다." 아들이 나가있는 동안 아버지 또한 얼마나 애태웠을까. 이제 아버지는 고통스런 시간들을 잊은 듯 애절한 눈빛으로 아들을 쓰다듬고 있다. 반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형의 모습은 어떤가. 돌아온 동생에게 손도 내밀지 않는다. 네가 잘못했으니 죄 값을 받아야 된다는 눈빛 같다.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탕아는 두렵고 불안하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불행해 한다. 그의 내면은 변방을 헤매며 슬픔과 좌절을 반복한다. 더러는 체면 때문에 더러는 생에 대한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외면하고 억눌려 왔던 남루한 영혼이다. 이 남루한 영혼을 어루만지는 이가 아버지요 어른들이다. 그런 어른 앞이라면 탕자가 자기 안의 눈물을 모두 토해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런 손길에서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를 추스를 수 있을 것 같다. 생이란 실수 없이 사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한참을 그림 속에 머물며 내가 내게 묻는다. 만일 그림 속 노인처럼 탕아가 되어 아들이 돌아온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겠냐고. 무조건 애를 끌어안을 수 있냐고. 솔직히 자신이 없다. 아마도 속에선 화가 나지 않을까. 그리고 잘 돌아왔다, 고생했다보다 어디서 뭐하다 왔냐고 할지 모르겠다. 지나면 모두 후회일 것을 발효되지 않은 말로 상처를 덧나게 하는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니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란 말이 맞다. 심심치 않게 어른 부재의 시대라는 말을 듣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데 작금의 사회 현상에서 어른들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 한 단면이 요즘 뜨겁게 지면을 달구는 각종 사건, 정치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 중심에 어른인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그들은 돌아온 탕아의 형처럼 평소엔 점잖고 예의바른 어른들일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결정적인 순간엔 부정하고 합리화하며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를 서슴치 않는다. 문제는 문제를 끊어주는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책에서도 배우지만 기성세대의 삶에서 더 많이 보고 배우며 사는 게 인생의 과정이란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존경까지는 아니라도 언제고 아버지에게만큼은 돌아 갈 수 있다는 신뢰의 뿌리가 내렸으면 좋겠다.

생의 의미는 자신을 긍정하는 데서 온다. 때문에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외롭고 힘이 든다. 그렇지만 한 인간의 영혼을 어루만진다는 것만큼 긍정적 삶으로 신생 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버지는 한 가정의 콘트롤타워다. 더불어 어른들은 젊은이들에 삶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말과 몸짓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 누군가 말했듯 행복은 문제를 풀어가는 그 안에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른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후에라야 비로소 '돌아온 탕아'의 아픔과 영혼을 어루만져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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