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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대전 현충원(顯忠院) 장교 2묘역에는 357무궁화언덕이라 명명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휴일, 참배를 마치고 지나는 길, 우연이 눈에 띈 곳이 이곳이다. 이곳엔 무궁화 여섯 그루가 심겨져 있고 나무마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6용사의 명패가 달려있다. 장렬하게 전사한 6용사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시민연대에서 마련한 것이다. 사실 보도를 통해서만 듣고 알았던 그들이다. 나무 앞, 여섯 용사의 묘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못다 핀 무궁화 앞이다. 사진 속 용사들의 해맑은 미소와 씩씩하고 용감했던 기백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어디에서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해군 유니폼에 반짝이는 계급 표식 유난히 앳된 젊은 용사의 가슴엔 이름도 또렷한 000. 그는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자랑스런 군인이었고 지금도 심장에선 더운 피가 뿜어져 나올 듯한데 내 가슴은 왜 이리 아픈 걸까. 누군들 죽음이 두렵지 않으랴. 어느 부모가 아들이 이토록 빨리 떠나리라고 꿈엔들 생각했으리. 주저하지도, 비겁하지도 물러서지 않고 혼신을 다해 싸웠노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건만.

어느새 13년이 지났다. 돌아보고 싶지 않지만 꼭 기억해야할 제2연평해전. 2002년 6월29일 해군 참수리357호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군의 기습 공격에 의해 6명의 용사를 잃었다. 그날 우리의 관심은 온통 월드컵 한.일전에 있었다. 사태 직후 정부는 미온적이었으며 거리는 축구응원으로 물결쳤다. 제1연평해전에 이어 제2연평해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특별하다. 이 해전은 휴전 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를 정면으로 공격한 전쟁행위였고, 이미 북한은 우리에게 도발을 시사한 바 있었다. 당연히 우리 군의 대응차원은 달라야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어떠했던가. 즉각적인 자위권 발동은 고사하고 대응포격도 소극적으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군은 175발의 포격을 했는데 비해 우리 군은 50발의 포격만 한 것에 대해서도 그래야만 했던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나름 어쩔 수 없이 금과옥조 같은 교전규칙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도발을 일타로 제압하지 못한 면은 분명 있을 테다. 그럼에도 그 후로 6년 간 참수리호 6용사들은 숨을 죽여 묻혀 있어야 했다.

연평해전에 대한 영화가 제작되어 개봉되었다. 영웅 이순신에 이어 제작 되는 연평해전은 제작 자체가 감동적이다. 막대한 제작비로 난항을 겪고 있을 때 120명의 스텝은 거의 무보수로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장외에선 20-30대 젊은이들이 응원부대를 자처하고 나섰고 영화홍보와 제작비 기부 캠페인도 벌였다고 한다. 생각지 못했던 젊은이들이 나섰다는데 미래의 한국이 어둡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7천여명의 시민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제작비를 모았다니 자체가 드라마이고 역사다.

어찌 보면 6월은 우리에게 잔인한 달이다. 6·25전쟁 발발과, 제1.2연평해전 등 뼈아픈 역사가 있었다. 그 무대에 주인공도, 감독도, 배경도 모두 우리의 삶 속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시작과 결과도, 기억하고 다시 세워야 함도 우리의 몫이다. 역사를 망각하거나 무시한 민족은 세계사란 서사적 연극무대에서 단역도 소화해 낸 적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라는 점, 여전히 남과 북은 대치중이며 북은 끊임없이 남(南)으로의 적화야욕을 멈추지 않고 있는 냉엄한 현실이다. 연평해전이 남긴 메시지를 뒤돌아 보아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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