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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발과 페달이 엇박자로 헛발질이다. 간신히 앞으로 나간다 싶으면 비틀거리며 한쪽으로 쏠린다.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 보지만 번번이 팔꿈치는 땅에 닿고 정강이는 깨진다. 넘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돌리려 안간힘을 쓰다 보면 어김없이 쓰러지고 만다. 자동적인 반사 행동이다. 기운 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맡기고 빨리 발을 저으라는데 그게 어렵다.

이제서 무슨 자전거냐고, 관절이라도 부러지면 어쩔 거냐고 주위에서 말렸다. 어찌 보면 자전거 배우기엔 늦은 나이이긴 하다. 헌데 나는 자전거에 꽂혔다. 어떤 이는 한나절만 연습하면 탈 수 있다 하고, 배운 적도 없지만 혼자서 타니까 되더라는 사람도 있었다. 쉽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예 조급해 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몸치인 내 분수이기도 하고 평범함에 못 미치는 내 계산법이므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맙게도 지인의 도움으로 첫발을 뗄 수 있었다. 천변에 있는 자전거 연습장. 안장에 오르는 일도, 페달을 밟는 일도 어려웠다. 지인이 돌을 디딤돌 삼아 올라보란다. 훨씬 수월하게 안장에 오를 수 있었다. 이렇게 오르고 내리기를 수차례, 어찌어찌 올라앉게 되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기세 좋게 자전거에 올랐다. 그런데 그것이 착각이란 걸 깨닫는 데 단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의욕만 앞선 자전거는 두 발짝도 못가서 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여지없이 쓰러졌다. 그런데 아픈 것도 순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까봐 툭툭 털고 일어났다. 몇 날을 두고 이론과 실습이 반복됐지만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 생각과는 달리 똑바로 가는 일도 멈추는 일도 어려웠다. 포기하라는 아이들의 말도 있었지만 오히려 오기가 생겨 멈추지 않았다. 물론 한편으로는 씽씽 내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기가 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자전거를 배우는 일은 오랜 원(願)이요 꿈이었다. 근래 몇 년간 내 버킷리스트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소망했던 일이기도 하다. 자전거에 능숙해지면 펼쳐보고 싶은 꿈도 있다. 가깝게 지내는 그녀들과 함께 달려보는 일이다. 신록의 5월이나 가을의 절정이면 좋겠다. 저녁 무렵 강둑을 달리거나 낙엽 깔린 오솔길에서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그런 꿈 말이다.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나에겐 꿈이 되는 그런 날들을 향해 가는 것이다.

문제는 열망에 비해 나의 자전거 타기가 아직도 불안 불안 상태라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전가가 몸에 붙을 때까지 열심히 페달을 밟으려한다. 사람들이 적은 아침 일찍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 폐달을 밟는다. 끝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적이 없다. 자주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그 모습이 답답했는지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가끔 자전거 훈수를 둔다. 훈수의 공통점은 멀리 보고 균형을 잡으란다. 살면서도 제일 어려운 일이 인생의 균형 아닌가.

운동장을 돈다. 땅 위엔 지그재그로 얽힌 바퀴자국과 가다가 문득 멈춘 자국, 넘어져 뭉개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세상사에 뒤뚱거린, 가끔 뒤뚱거리는 내 발자국을 닮아있다. 잘 살아온 걸까. 잘 살려고 최선을 다 했던가. 속도를 잘 맞추어 저어야만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듯 그렇게 삶의 브레이크를 잘 조절했던가. 멀리는 고사하고 그저 코 앞 세상에 급급 속도를 내지 않았는지.

오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자전거를 저어가면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들이 내 몸으로 흘러왔다가 다시 몸 밖으로 나간다. 간혹 돌부리를 넘어갈 때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바퀴살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 흐르고 구른다. 구르는 바퀴위에서 몸은 지나간 시간이 아닌 살아있는 현재의 몸이 된다.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있다는 것.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가는 것은 내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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