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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녹색의 가는 몸통 머리에 붙은 작은 불씨가 연기로 피어오른다. 독하진 않지만 알싸한 '향내' 장례 식장의 고유한 냄새다. 순간 이미 이곳이 순전한 산(生) 자의 세계가 아님을 직감한다. 비현실적인 느낌을 현실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향(香)을 통해 한 세계 곁에 다른 세계가 열린 것 같은, 이곳이 그 경계임을 환기한다. 왠지 '향내'가 두 세계를 중계하는 것 같은 착각이 인다. 분명 사람은 떠났건만 이 자리엔 이승과 저승, 두 세계가 이어져 있는 듯 느껴진다.

오늘처럼 고인(故人)을 만나고 오는 날은 자연스레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구나 가깝게 지내던 사람일 경우엔 허망함이 한참동안 머물러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들 아프지 않고 곱게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마는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간사 아닌가. 삶의 여정인 생로병사는 인간이 의지로써 선택한 일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당면하게 되는 삶의 조건이자 보편적 생명현상이다. 때문에 삶의 가치는 이 자연스러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정말 어떠한 죽음도 담담이 받아 드릴 수 있을까. 병마의 고통에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바탕으로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글이 생각난다. 저자 아틀 가완디는 의사로써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과 생활하면서 인간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고민과 물음, 진지한 생각을 적었다. 그는 책에서 물리적 치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전제를 달았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 보았다. 즉 인간의 궁극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란 말이다.

그런가 하면 덴마크의 사상가 키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그 희망을 그리스도의 영원한 생명에 있다고 보았다. 즉 죽음이 인간 의지로 선택하는 게 아님을 그도 인정하면서 이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일컬었다. 또한 삶의 핵심은 주체적인 자신에 있으며 아무런 희망 없이 단순히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적이고 육체적인 생명을 살아가는 생이란 그 한순간 살아있는 시체라고 까지 토로한다. 그에게 있어서 절망을 이기는 방법은 육신이 궁극적이 아니며 신에 의지, 영혼의 끈을 놓지 않는 주체적 노력을 촉구했다.

두 작가의 말처럼 인간의 삶과 죽음만큼 간단치 않은 생이 있을까 싶다. 동물과 달리 인간 그 자체가 삶이며 중심이기에 죽음 앞에서도 살아있음을 확인하고파 하고 세상과의 연결을 원하는 건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아가는가와 이어져 있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해 애써 외면하려한다. 왜일까. 단지 두렵고 불안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죽음에 대한 불안과 병마로 인한 고통을 말하지만 솔직히 우리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병마로 인한 고통, 가족들의 부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나를 둘러싼 관계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죽음보다 깊은 고독이란 말이 있다. 죽음이란 병에 이르는 길이 절망이라면 그것이 어디서부터 오겠는가.

세상과의 고리가 끊어지면 이야기를 꿰맬 수 없다. 인간에게 삶이 의미 있는 까닭도 그것이 한 편의 이야기이기 때문 아닌가. 좋은 삶에는 마지막 까지 이야기가 있다. 나 살아있다고 말 할 수 있고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죽음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편 해 본다. 정답 없는 게 삶이라면 가늠조차 못하는 게 죽음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걸 고민하는 게 인간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린 그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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