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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요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추억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님이 화제다. 1988년 TV 유치원 하나, 둘, 셋에서 종이접기로 큰 사랑을 받았던 분이다. 20여년 만에 돌아온 그는 아직도 그 시절 어린 꼬마들을 코딱지라고 부른다. 그는 코딱지들을 향해 '우리 친구들'이라고도 부르고 '잘했어요' '아주 쉽죠'라는 말로 마음을 흔든다. 지금과는 다른 아주 작은 손으로 꼼지락 꼼지락 그와 함께 색종이를 접었던 아이들은 이제 20-30대 젊은이가 되었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열광케 했을까. 나 역시 이 프로를 반가운 마음으로 보았다. 나에게도 색종이에 대한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가을이었다. 엄마가 사주셨던 그날의 색종이를 잊을 수 없다. 종이마다 물들여진 각각의 색을 보며 난 얼마나 설레였던가. 밤늦도록 예쁜 색종이를 꼭 쥐고 냄새도 맡아보고 되지도 않는 모양을 접고 또 접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색종이를 보면 습관처럼 접고 싶은 충동으로 무슨 모양이든 접어본다. 접다가 막힐 때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괜찮아요 잘했어요! 아니 반으로 먼저 접어야지요. 그렇지, 그렇게 반듯하게 접어보세요". 하는 따듯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순간 소리를 따라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코딱지가 된다. 이렇게 접어보고 저렇게 펼쳐보고 또 뒤집고를 수십 번 반복하며 종이에 빠졌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 코딱지들은 코가 입까지 내려오는 줄도 모르고 작업에 열중했고, 나중엔 서로가 서로의 흘러내린 코를 가리키며 '너두 너두' 깔깔댄다.

색종이에는 코딱지들의 소중한 추억이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반듯하게 선을 긋고 접던 네모난 세상을 들어가면 그 속에는 수많은 선들이 있다. 꼬마들은 동화 나라에 들어가는 듯 빨갛고 노란 종이 속에 빠져 들어간다. 사각형 종이를 보며 어쩌면 지구는 둥근 게 아니라 평평한 네모 형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한다. 평평하고 직선 길이며 반듯하게 이어져야만 다음 길을 가는 줄 생각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길을 찾는 길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선생님이 앞장서고 뒤를 따라 종이를 접었지만 어린 코딱지들은 말귀를 알아듣기 어려워 울상을 지었다. 그럴 때면 선생님은 "이렇게 해 보세요 우리 친구들 잘 할 수 있어요"라며 용기를 주셨다. 코딱지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위안의 말에 힘을 내서 목적지를 향해 매진했다. 그리고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면 해냈다는 뿌듯함에 보고 또 보며 접고 또 접었다.

그렇게 코딱지 시절은 색종이처럼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종이를 접으며 자랐다. 그런데 그들이 어른이 된 지금도 종이접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들은 세상길이 반듯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훌쩍 커 버린 청년이 되어서 피부로 느꼈다. "우리 친구라거나 잘 했어요 라는 말은 듣기 힘든 차가운 현실이란 걸 알았다. 산다는 게 때론 가위로 오려주고 뒤로 접고 접어야 하는 하심(下心)이 필요함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젊은 그들에게 세상은 두렵고 낯설며 쓸쓸하고 어렵다. 이런 때 유년의 종이접기는 그들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위안이 되는 추억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종이접기 아저씨의 등장은 20-30대 들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어 어깨를 토닥여 주었을 것이다. 문득 어른이란 단어를 떠 올려본다. 과연 우리 기성세대는 그들에게 어떤 위안을 주고 있는가. '잘 할 수 있어요'라는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고 있는지. 어른이 된 지금도 종이접기가 어렵다는 '어른'이란 그 말이 왠지 아리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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