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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요즘처럼 쌀쌀한 날엔 따뜻한 커피 한잔이 딱 이다. 그래서일까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라며 다가왔던 오래 전 음성도 생각난다. 아하, 그게 언제였더라. 사람도 세월도 세상도 모두 변했다. 그런데 그것만 변했나. 커피를 즐기는 형식도 커피 잔도 많이 변했다. 그 시절엔 카페가 아닌 다방에서 누군가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면 요즘은 카운터로 가서 내가 커피를 주문하고 내가 받아온다. 그것도 머그잔이나 테이크아웃 잔으로 분명한 주문을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즐기는 테이크아웃 커피 잔은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의 선물이다. 대개 종이로 만들어져 있어서 무직한 머그잔보다 가벼워서 좋다. 두툼한 종이로 방수 처리되어 있어 장시간 물이 담겨도 멀쩡하게 살아있다. 뜨거움을 염려해 손잡이쯤 위치에 또 하나의 종이 띠가 걸쳐 있다. 그뿐인가 뚜껑으로 닫혀 있으니 한참동안 따듯한 온도를 유지시켜 주고 있다.

또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 생겨난 이유인 밖으로 가져가려는 용도이다. 야외에 나갈 경우 머그잔이나 도자기 커피 잔은 무게도 있거니와 준비와 사후처리가 부담스럽다. 이에 테이크아웃 커피 잔은 이동성이 있는 상당히 개인적인 일회용 사물에 속한다. 이 커피 잔을 들고 거리에서나 차에서든 어디든 갈 수 있고 가볍고 처리하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니까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 나오면서부터 예전의 지정된 공간에서의 커피 마시기가 이젠 공간을 초월한 커피향유문화로 바뀌었으니 이 얼마나 획기적 변화인가 말이다.

커피문화의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카페다. 카페에 가면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앞에 두고 노트북에 열공인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실내에서 마실 커피 잔을 왜 테이크아웃 커피 잔으로 받아들었을까 의아했다. 10대인 조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라고 꼭 나가서 마셔야 된다는 법이 있느냐는 거다. 한 마디로 편하면 그만 아니냐는 주장이다. 물론 편하긴 하다. 그러나 이기적이다. 편하면 다일까. 마시고 나면 바로 쓰레기로 버려지고 그에 따른 비용과 환경문제가 생기는데.

세상은 집단 형에서 가족 형으로 이젠 개인 중심으로 수동형에서 능동형으로 바뀌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문화도 변화하고 진화했다. 커피문화에서도 그렇다. 그 옛날 커피문화는 누군가에 의해 주문도, 다 된 커피를 내 앞에 가져다 준 것도 나 아닌 타인이었다. 분명 수동형 인간관계에 의한 것이었다. 현대는 커피 한 잔에도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내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주문해서 내 앞에 놓는 것도 내 자신이다. 이 역시 실용적 능동적인 문화로 바뀌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현대는 모든 것이 빠르게 전개되는 발전의 최첨단시기이니 실용과 편리함에 따라 문화의 흐름이 바뀌는 것 같다. 분명 현대는 실용적 문화가 주류이다. 커피문화도 개인자적인 취향으로 커피를 향유한다. 그것은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일회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왜 일까. 일회용인 데도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순간 이 커피 잔은 나만의 소유라는 의식이 생기면서 우쭐한 자신을 느끼는 걸까.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이 우쭐함은 물건에 대한 기분이라기보다 집단성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적 취향의 독점적 향유에서 오는 문화적 해방감과 비슷할 것이니 이 또한 개인적 능동성이다.

문화란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형식이다. 커피문화의 하나인 테이크아웃 커피 잔은 커피 맛보다는 마시는 형식으로 생겨난 문화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더 실용적이고 편리함으로 모든 문화를 개인자적으로 즐길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실용과 편리만을 쫒는 문화의 끝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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