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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그녀를 만난 건, 지인의 문병 차 들른 6인용 병실에서였다. 물푸레나무 잎처럼 쬐그만 여자는 한 남자의 여인으로, 아내로 8남매의 엄마로 살다 이제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허공을 보는 듯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녀의 눈빛을 쳐다보다 문득 어머니를 생각한다. 아주 오래 전 아마 이 맘 때였던 것 같다. 첫 아기를 안고 친정에 오던 날, 큰 길 까지 나와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눈 밑이 더워진다.

어머니는 그때 어떤 생각을 하시며 나를 기다리셨을까. 허약한 딸이 몸이나 잘 아물었는지 노심초사 하시지는 않으셨을까. 그때 좀 더 도와줄 걸 하고 가슴 아파하고 계시진 않았을까. 그간 살아오면서 내놓은 말보다 삼킨 말들이 많을 당신의 강물은 푸르고 유장할 터이다. 그러다 어느 날 불현 듯 한 인간이기 전에, 한 남자의 아내로만 살아 온 삶이 문득 후회스럽지는 않으셨을까. 오직 자식만을 위하여 모든 것을 던져 살아온 세월이 한편으론 허허롭다 생각되지는 않으셨을까. 아 얼마나 고독하셨을까 어머니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나도 허리를 구부리고 있었다. 어느 날의 어머니처럼. 그런데 어느 날 나도 안경을 들고 있었다. 그 무렵의 어머니처럼.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나도 멍하니 골목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처럼. 그런데 어느 날 나도 약봉지를 쳐들고 아 쓸쓸하다며 털어 넣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처럼. 그리고 어느 날 나도 첫아기를 안고 친정에 왔던 딸을 생각하며 눈이 더워지고 있었다. 어머니처럼.

이 세상 모든 어머니라는 공간은 이름만으로도 수만의 어머니가 들끓는 등심 원처럼 같은 공간이다. 그 등심 원 속에 마치 핵 같은 점으로 어머니는 들어있다. 어머니의 뼈 속에 불던 바람은 이제 나의 하늘에 불고 있다. 어머니의 눈 밑을 적시던 비는 이제 나의 하늘에 내리고 있다. 어머니의 어깨에 얹혀진 저녁노을은 이제 나의 어깨 위에 내려 앉아 있다. 그날 어머니의 눈에 어리던 알 수 없던 고독은 지금 내 가슴을 적시고 있다. 그때의 어머니처럼

작은 물푸레나무에 물을 주는 어머니의 손등을 타고 깊이깊이 내려간다. 어머니의 따뜻한 자궁 속으로. 그리고 하나가 된다. 나는 또 하나의 시간이 된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내게 불멸이 된다. 모든 숨이 불멸이듯 현재가 영원이므로 불멸이듯이. 5월은 내게 불멸이 된다. 5월 살캉살캉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빛 물푸레 쬐그만 잎들. 그 모습이 왠지 어머니의 삶과 닮아 보인다. 겨울을 인내하고 푸른 잎을 피워낸 그 빛 앞에서 나는 어머니가 어머니이기 전에 한 인간이었다는 걸 잊고 살아왔음을 돌아본다. 햇빛에 부끄러운 듯 흔들리는 잎들의 몸짓이 어쩌면 자유롭고 푸른 생을 갈구했던 어머니의 영혼의 몸짓이었음을 이 나이가 되어서 알았다.

그런 것 같다. 누구든 5월엔 마음이 짠해지면서 사랑과 고마움으로 눈 밑이 더워진다. 내가 어떻게 여기 있는지. 나를 있게 한, 어머니라는 우주에서 한 여자의 일생을 뒤돌아본다. 여자만을 가진 여자. 눈물 같은 여자. 뿌리 같은 여자.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의지.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한 그루의 나무이면서 한 잎의 여자라는 걸 돌아온 5월, 다시 또 생각한다. 삶이 그렇듯 생명의 순리가 그렇듯 지나간다. 그러나 어머니는 불멸의 존재로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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