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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창밖엔 비 내리고 떨어지는 낙엽 위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구른다. 선율은 백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 고색창연한 바르샤바의 가을 길로 안내한다. 길은 한 젊은이가 지나왔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아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방학이면 뛰놀던 시골 풍경이며 개울물의 맑은 물소리도 들린다. 몸은 떠나지만 영원이 가슴에 담았던 조국에 대한 사랑과 의지도 보이고 아련한 추억도 물결쳐 온다. 물결은 흘러가면서 장면을 만들고 심연의 영혼을 흔들고 있다.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군의 협연이 TV에 방영 되었다. 1927년 에 시작 된 쇼팽 콩쿠르는 러시아 차이스콥스키,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힌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는 16-30세 젊은 연주자들이 쇼팽 곡만으로 실력을 겨눈다. 올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조성진군이 우승해서 개인은 물론이고 세계 속의 한국을 한층 더 빛냈다. 필마단기(匹馬單騎) 그가 자랑스럽다.

문학을 좋아하는 나는 그림이나 철학, 춤, 연극 등 예술 일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관심이 크다고 해도 문학과 회화의 위대함은 음악의 위대함에 비할 바는 아니지 않은가 생각한다. 이러한 인정은 문학을 사랑하는 내게 조금은 쓸쓸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할 것 같다. 왜냐면 음악은 말없는 가운데 인간의 감정과 삶 그리고 그 너머의 세계까지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 너머의 세계란 어딜까. 가없는 심연, 하늘 어딘가로의 느낌 아닐까.

느낌은 때때로 감동의 차원으로 까지 고양되기도 하지만 이 고양의 순간에서조차 음악은 혹은 음악가나 연주가는 자신의 진리를 주장하거나 그 진정성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말없이 작곡하거나 연주 한 후에 무대에서 사라진다. 위대한 것 앞에서는 그것이 무엇이든 사랑이든 자연이든 선의든 우리는 할 말을 잃지 않는가. 감동 앞에서 침묵하고 마는, 다시 말해 음악의 위로는 그것이 말을 쓰지 않는다는 점, 아니 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정말 '깊다'

그래서 그런가 음악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 소속되며 어떤 고민에 빠져있어도 적어도 이런저런 식으로 나를 다독여준다. 그러나 이 다독임은 일체의 훈계와 설교를 넘어 자리한다. 음악은 결코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선율의 흐름 속에서도 오직 그 흐름이 만드는 장면의 묘사를 통해 우리의 숨은 감정과 드러나지 않은 정서에 깊게 호소한다. 좋은 음악은 우리의 감정에 깊이 호소한다. 그래서 영혼의 심연을 말없는 선율 속에서 뒤 흔든다.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가치들 즉 사랑과 선의 믿음과 헌신, 자유와 평등 그리고 형제애도 이런 감동 속에서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인류가 추구하고 예술과 철학, 문화가 추구하는 거의 모든 보석들도 여기에 모여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음악은 또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폴로네이즈 '영웅'의 선율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선율의 날개를 타고 내가 쇼팽이 된 듯 상상의 날개를 달고 저 아득한 곳으로 꿈을 꾸며 날아간다. 조금씩 다가가는 사랑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인생의 춘하추동 흐름도 느껴진다. 그 속에서 내 삶을 더 살만한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이 꿈틀댄다. 음악은 그런 것일 게다.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활력 에센스일 게다. 행복은, 삶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니까. 말없음 속에서 호소하고 위로하고 뜨겁게 용기를 주어 삶에 위안을 느끼게 하는 말을 넘어서는 그리움의 세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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