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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살면서 우린 수없이 흔들린다. 흔들린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 흔들리면서 생의 줄기를 세우고 바람과 비에 젖어 꽃잎을 피운다. 그래서일까 누구나 제 가슴에 하나 쯤 아픔을 간직하고 산다.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순간이 있고 아무리 슬퍼도 소리 내어 울 수 없는 삶으로 하여 절망하는 시기도 있다. 여기, 자신의 가혹한 운명을 자화상을 통해 자신만의 일가를 이룬 여인이 있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그녀를 소마미술관에서 만났다.

벽마다 수많은 프리다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200여 작품 중에서 55점의 자화상을 그렸을 만큼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 유난히 강조된 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엔 눈물과 슬픔, 고독이 스며있고 작품 곳곳마다 고통으로 눈물 겨워하는 그녀의 아픔이 여기저기 배어있다. 얼마나 절절하고 쓰라렸으면 한 장의 그림에서 흐느낌과 한숨과 절망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걸까. 한 인간으로서, 여자로써 혼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세우려했던 영혼의 몸부림일 테다 오죽하면 온 몸에 붕대가 감겨 있고 수많은 못이 박혀있는 '부서진 기둥'과 '부러진 척추'란 자화상 앞에선 핏방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듯 처절한 슬픔이 온몸을 감싸며 소름이 돋는다.

그녀의 불행은 6살 때 오른쪽 다리의 장애를 시작으로 다시 18세 때 큰 사고로 이어졌다. 교통사고 당시 버스 손잡이 쇠봉이 허리에서 자궁까지 관통해 평생 7번의 척추수술을 포함해 총 32번의 수술을 했다. 세 번의 유산으로 자식을 다 잃었다. 또 오른쪽 발가락을 절단하고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했다. 더구나 사랑하고 믿었던 남편 디에고의 빈번한 사랑의 배신으로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왜 자화상이었을까. 그녀는 "나는 너무 자주 혼자이기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라고 술회했다. 자화상은 그녀의 작품에 지배적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예술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매 단계마다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라는 말이 아프게 들어온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그리는 나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지. 논어에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五身)' 하루 세 번 내 몸을 돌이켜 살핀다는 말이 있다. 나를 찾아가는 기본 단계로 이해한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싯다르타를 비롯하여 선사나 스님, 철학자들이 고뇌했던 큰 명제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사유자(思惟者)에만 머물지 않고 실천자로 변화하기 위해 처절한 고행을 마다 않고 정진했다. 어쩌면 흔들린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기위한 몸부림일지 모른다. 따라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일 것. 오늘 나는 바다 건너 온 낯선 여인으로부터 '나'라는 화두를 받아들고 생각에 잠긴다.

문득 96세 노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자신을 자주 바라보라. 그저 얼굴만 보는 게 아닌, 내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돌아보라신다. 그리고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것. 그러려면 자신이 잘하는 공부를 하라는 말씀이다. '석농화원(石農畵苑)'에서 유한준(兪漢雋)이란 분의 발문(跋文)이 떠오른다. "그림에도 그저 보기만 하면 칠해진 것 이외에는 분별하지 못하니 사랑한다 할 수 없다. 그림의 묘(妙)란 보는 것이 아니라 잘 안다는 데 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사랑할 수 있고 자화상도 역시 자신을 알아야만 잘 그릴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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