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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저에게 애인이 있었어요"

성직자에게서 듣는 애인이라는 단어가 강론을 듣는 많은 눈과 귀를 집중하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조용했던 성당 안이 여기저기에서 술렁거린다. 그런데 이어 하시는 말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며 80대 할머니셨다고 하신다. 순간 엉뚱한 스토리를 상상했을 신자들이 김이 빠지는지 '아이고.. 라며 헛웃음을 터트린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가 마음에 박혀든다.

오래 전, 크리스마스 전 날이었단다. 성탄트리 앞에 미역 한 꼭지와 돈1000원이 놓여 있었다. 흔하지 않은 봉헌물이라 수녀님에게 물으니 000할머니께서 놓고 가신 거였다. 후일 할머니의 봉헌 풀이를 들어보니 미역은 성모님이 예수님 낳으시느라 수고 했으니 끓여 드시라 한 것이고 1000원은 예수님 기저귀 값이라 하셨단다. 생각지 못했던 답이었다 하신다. 이때 신부님의 마음에 알 수 없는 감동과 기쁨이 물결치면서 할머니의 모습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한다.

미역 한 꼭지나 1000원은 시선에 따라 풍성한 선물이 아닐 수 있다. 아니 빈약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신부님은 무엇에 감동하셨을까. 오래 전, 농경사회시절엔 자신이 농사지은 농작물을 정성으로 올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물질만능사회로 변환되면서 정성의 흔적은 물질로 서서히 바뀌게 되었고 따라서 정이 담긴 봉헌은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생각하면 인간과의 관계도 진심보다 외양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신앙의 무게와 가치를 물질의 크기로 재단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언제부턴가 일상사에서 오가던 측은지심의 따듯함이 사라져 가고 있는 점이 아닐까. 혹, 신앙이라고 생각했던 알량한 정성이 실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았음은 아니었을지 나 자신을 돌아본다. 기실 우리는 사랑이 거창한 게 아니라 아주 소소한 것에서부터 싹이 튼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참인지 오류인지 모르나 한국엔 생각보다 신앙인이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3명중 2명이 신앙인이라는데 그 말이 참이라면 대단한 숫자다. 외국으로 이민 갔다 수십 년 만에 돌아온 교포가 밤에 조국 땅을 밟았을 때 제일 먼저 그의 눈을 놀라게 한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붉은 십자가가 세상을 밝히고 있더라는 이야기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종교를 믿건 거기엔 추구하는 진리가 있고 본질엔 사랑이라는 공통메시지가 있다. 사랑이란 나보다 상대방을 위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신앙인이 모여 살고 있는 지금 우리사회는 더 행복해 지고 있는가. 한마디로 '아니올씨다'다. 세상은 혼동과 혼란으로 얽혀 있다. 세상은 나만은 잘 살아야 한다 한다. 어떻게든 남을 짓밟고라도 이기라고 부추긴다. 그뿐인가 이기심과 욕심으로 곳곳이 얼룩져 있어 타인에 대한 배려는 찾기 어렵다. 정말 우린 사랑을 암기하고만 있는 것일까.

오늘 신부님의 강론은 애인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생각을 맺었다. 평소엔 자주 접하지 않았던 '애인'이란 단어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사랑이란 두 글자를 써 본다. 그 위에 미역과 돈1000원을 올려본다. 할머니의 소박한 마음이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아름다움은 일상에 배어 있는 측은지심을 실천했다는 데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사랑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리. 그런 의미에서 애인도 다를 바 없다. 서로에게 주는 사랑 관계가 또한 애인이 아닌가. 일상에서 노력하는 능동성 그것이 참 사랑이란 걸 생각하게 하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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