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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운(자유기고가)의 24절기 이야기 - 작은 눈송이(小雪)

  • 웹출고시간2009.11.19 21:43: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오는11월22일은 24절기의 20번째 절기인 소설(小雪) 날이다.입동과 대설 사이에 드는 절기로 겨울의 상징인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때이다.

이 무렵이 되면 날씨가 점점 차가워지고 매서운 바람이 일기 시작하며 땅이 얼고 눈이 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경기도의 높은 산과 강원 산간지역에 이미 많은 눈이 내렸고 엊그제는 한라산에 대설주의보까지 내렸으니 어느새 겨울이라는 절기의 품에 안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끝없이 바쁘기만 하던 농촌은 이제 한 숨을 돌릴 때이다. 크고 바쁜 일은 다 끝나고 늦호박 따기 곶감 말리기 등 느긋한 일 등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다.

옛날에는 초가집이 많아 지붕이기에 바빴지만 요즘은 초가가 거의 없으므로 이젠 김장만 끝내면 올해의 살림살이는 끝이 나는 셈이다. 봄부터의 기나긴 노동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 희망찬 내년을 설계하며, 등 따습고 배부른 땀과 노동의 열매를 맛보는 때이기도 하다.농촌에서는 어거리풍년이 들었다는 데도 농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고 개미처럼 열심히 살던 도시사람들은 미국 발 금융위기의 후유증인 ‘더불딥’인가 뭔가로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단다.

올해는 ‘신종플루’라는 악귀까지 온 세계를 흔들고 있어 조용하고 포근한 겨울, 흰 눈을 바라던 마음마저 불안하고 시리다. 그러나 어쩌겠는가.계절을 뛰어넘을 수 없듯이 불어오는 바람도 피할 수는 없다. 무더운 여름이 있었기에 추운 겨울이 온 것이요 생활에 허술함이 있었기에 어려움이 찾아든 것이다. 위만 보고 아래를 보지 못한 과오와 나만 보고 남을 보지 못한 실수와, 큰 것만 보고 작은 것을 소홀히 한 허물이 없었는지 조용히 돌아다볼 때이다.

‘소설’이란 절기를 인생역정에 비유하면 나이 80대에 접어드는 시기일 것이다.농가의 고된 한 해 농사가 끝났듯이 내 인생의 고해도 이제 항해가 끝날 무렵이다. 항구에 내릴 때 무엇을 갖고 내릴지를 챙겨야할 때인 것이다.밝고 따뜻한 낮이 있었기에 춥고 어두운 밤이 온 것이며 무더운 여름이 있었기에 칼바람의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하루의 완성은 밤낮이 같이 있어야하고 한해는 춘하추동의 화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로서 희노애락이 한 뭉텅이로 돌아가는 것이니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망할 수 있겠는가.

내게 닥친 일은 그 어떤 것도 내가 초대한 나의 손님이지 시대나 사회나 그 누구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다. 어둡다고 겁내고 춥다고 떨 일이 아니라 내가 초대한 손님을 어떻게 대접할까를 고민해야할 때임을 알아차리자.

밝을 때는 겉만 보이고 남과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나와 속은 어두울 때 더 잘 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하늘의 천둥번개불만 바라보며 떨고 있을 때, 나는 성냥과 양초를 찾아두는 것이 내일을 준비하는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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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