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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10 14:48:14
  • 최종수정2023.12.10 14:48:14

임경자

수필가

오랜만에 옛 동료들과 회식 자리에서다. 맹물이 든 컵을 높이 들고 '건강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옆에 있던 후배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싸자'라고 하는 말에 모두 '그래 맞는 말이야'라며 맞장구를 쳤다. 먹고 배설하는 것 중에서 그 어느 하나라도 잘못하여 균형을 잃는다면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징조다. 그렇다고 보면 잘 먹고 잘 배설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잘 먹고, 잘 배설하려면 주방과 화장실이 필요하니 이 두 곳은 매우 중요한 공간임에 틀림이 없다.

속담에 사돈집과 뒷간은 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돈 간에는 흠 잡힐 말이 나돌기 쉽고, 뒷간은 고약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멀수록 좋다는 뜻일 게다. 그래서 뒷간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거처하는 곳에서 멀찍이 떨어진 마당의 한쪽 구석에 두었다. 그때의 뒷간은 문도 지붕도 제대로 된 것 없이 엉성한 건물로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봐야 해서 너무 불편하여 정말 가기 싫은 장소였다. 지독한 냄새와 불편한 점이 많아 혐오스러운 뒷간이지만 하루에도 몇 차례씩 사용해야만 하는 곳이니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어린 시절 밤에 어쩌다가 뒷간에라도 가려면 할머니께 듣던 '뒷간 귀신' 이야기가 생각나서 무섭고 오금이 저려 혼자 가지 못했다. 그래서 꼭 누군가를 앞세우고 가서 보초를 세워놓아야 마음이 놓였던 때가 생각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불편하고 혐오스럽던 뒷간은 사라지고 주택구조의 변화로 주거 공간의 한 부분이 되었다. 가정은 물론 공중 화장실도 더없이 좋아져 더 편리하고 깨끗한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라도 편한 마음으로 미모를 가꾸는 아름다운 장소가 되었다. 마침내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는 세계 최고로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인정받을 정도다.

해발고도 1천16m의 높이에 있다는 정방사를 찾아갔다. 그곳은 청풍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사찰로 유명하다. 정방사를 향해 좁고 꼬불꼬불한 자드락 길을 따라 가파른 바윗길을 숨을 헐떡거리며 걷고 또 걸었다. 절벽을 끼고 숨차게 오르는 이 길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사찰 길에 속한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몸을 도사리며 간신히 빠져 지나갔다. 절집 입구에 들어서니 눈앞에 보이는 작은 건물 벽에 큼직하게 '뒷간'이라 써 놓은 글씨가 낯설지 않았다. 우선 그쪽으로 가서 투박한 나무로 된 문고리를 잡아 힘 있게 열었다. 벽과 바닥이 나무로 되어있고 그 깊이가 상당히 깊어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쪼그리고 앉자마자 훤하게 뻥 뚫린 곳으로 눈길을 돌려보니 와~ 그 광경에 깜짝 놀랐다.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놓은 듯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높고 낮은 능선이 겹겹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산봉우리와 그 아래로는 청풍호의 푸른 물결이 햇빛에 반짝여 눈이 부실 지경이다. 산과 강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이것이 곧 자연미를 생생히 담은 산수화가 아닌가 한다. 전망 좋은 해우소에 앉아 자연의 신비를 느껴본 것은 처음이다. 마치 귀한 선물을 듬뿍 받은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정방사의 해우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화장실로 손꼽힌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찾아가야만 보이고 앉아서 보아야만 느끼는 참 귀한 절경 중의 절경을 감상했다. 그 어느 해우소보다 아름다운 풍치를 품은 천상의 해우소가 아닌가 한다.

속세에서 덕지덕지 묻은 근심 걱정 다 풀어낸다는 곳이니 불자가 아니더라도 정방사 해우소에 들려 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가끔 일상의 무료함에 싫증이 날 때는 그때를 그리며 황홀한 아름다움에 젖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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