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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누구나 습관은 참 고치기 어렵다. 60~70년대 농경시대에 절약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 온 생활이 몸에 밴 세대는 더욱 그렇다. 오늘날 물질만능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걸핏하면 무엇이든지 버린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앞선다. 먹다 남은 음식도 조금 남아있으면 '먹어치우자'는 말이 스스럼없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정도다. 아끼는데 이골이 나서 어쩌지 못한다. 인간은 소유하고자 하는 일에 즐거움과 기쁨을 갖게 되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차고 넘치는데도 더 많이 가지려고 아등바등하고 욕심을 부리며 산다. 물건은 물론이려니와 정신적인 것 모두를 끌어안으려고만 하는 속성이 있는가 보다.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돈과 시간이 소모되고 때로는 시기 질투를 받는 일이 다반사다.

비우고 버리는 것과 내려놓는 마음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라 한다. 비우면 채워지고 버리면 버릴수록 삶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는 얘기를 지금까지 많이 들어왔다.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물건에 대한 애착이 앞서기 때문에 선뜻 버리지 못함은 내면의 욕망이 자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그냥 버리지 않고 쌓아두면 쓰레기를 쌓아두는 것과 같다. 애지중지 여기는 물건도 언젠가 낡고 닳아 헤져서 버려야 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쓸데없이 쌓아둔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그냥 그 자리에 대책 없이 널브러져 있어 무엇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때가 많아 짜증이 나기도 하다. 쓸데없는 잡동사니 물건들이 짐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여 신경이 쓰인다. 그런 자신이 야속하기만 하다. 가끔은 묵혀둔 옷가지들을 버려야겠다고 옷장 문을 수십 번도 더 열었다 닫기를 했다. 버리겠다고 하면서도 '언젠가 또 필요할지도 몰라'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둔 물건들이 부지기수다. 옷뿐만 아니라 버려야 할 것들을 이루 다 열거 할 수가 없을 정도다. 늘 그 생각만 했지 선뜻 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미련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버려야 할 물건들 때문에 무엇인가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는 것 같아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무거워진다.

얼마전에 '비우고 버리는 것도 능력이다' 라는 말이 떠 올랐다. 미련 없이 과감하게 버리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하고 옷장 문을 열었다. 옷가지를 전부 꺼내서 하나하나 펼치며 이리저리 살피며 골라냈다. 한 두 번 정도 입은 옷, 작아서 못 입고, 유행이 지나 못 입고, 후줄근해져서 못 입고, 디자인이나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입지 않았던 옷이다. 옷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누구 주기도 그렇고 어차피 나 아니면 입을 사람도 없는데 그냥 묵혀 두기만 했었다. 그런 옷들을 왜 버리지 않고 쌓아두었는지 모른다. 한때는 옷맵시를 뽐내며 나비처럼 훨훨날 수 있도록 품위 있게 치장해 주었던 옷들이 아닌가. 새롭게 기분전환을 해 주었던 공로자다. 그랬던 옷과 악세사리들이 완전히 무시 당하고 버림 받는 순간이다. 일단 버려야겠다고 선택된 옷들은 절대 들여놓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옷장과 수납장 이곳저곳을 샅샅이 찾아서 정리했다.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구석구석에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남아있다. 그 물건들도 멀지않아 미련없이 버릴 계획이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재활용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바로 와서 가지고 갔다. 틀에 갇힌 짐을 왜 진작 털어내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었다. 필요없이 무거운 짐으로 쌓여만 있던 것을 훌훌 털어내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해졌다. 이것이야말로 소확행이 아닌가 한다. 모든 것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끌어안으려고 안달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욕망을 내려놓는 일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주변 정리부터 차근차근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 비우고 버리지 않고 내려놓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이 들어설 수가 없다는 말을 교훈삼아 지혜와 용기를 갖고 살아야겠다. 그 무엇보다 탐욕의 욕구를 비우고 버리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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