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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여행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언제나 새로운 땅을 밟는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기에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산다. 무더운 여름날 강원도 양구의 대암산 광치계곡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곳은 우리나라 한반도의 정 중앙에 있으며 해발 1천300m가 넘는 높은 지대에 있다. 사뭇 일반인들의 발길이 뜸한 산소 탱크 같은 원시계곡으로 알려졌다. 자연이 오염되지 않은 지역이라서 생태보존이 잘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양구 8경에 속하여 있어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을 2009년부터 생태탐방로를 조성하여 깨끗한 자연을 누구나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다.

광치계곡 입구에서부터 옹녀 폭포까지 왕복 약 3시간 정도 걷는 트레킹 코스다. 오솔길 따라 숲길로 들어서니 짙은 풀 향기가 물씬 풍긴다. 싱그러운 초록의 숲이 내 뿜는 맑은 공기에 흠뻑 젖어들었다. 신선한 공기가 온 몸을 감싸 안으니 발걸음조차 가벼워졌다. 물소리와 산새소리가 어우러지는 산길에 시원한 바람까지 스치니 더 할 나위 없는 상쾌한 기분이다. 출발하기 전에는 높고 깊은 계곡이라는 정보에 길이 험하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 걸어보니 숲길은 그렇게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고 완만했다. 계곡물을 만날 때마다 두 손을 담그면 한 여름의 더위를 날려주는 짜릿함에 환호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무더위에도 산기슭 곳곳에는 마치 길손을 반기는 듯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다. 야생화를 대하니 어느 시인이 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시가 떠올랐다. 하찮게 여겼던 흔하디흔한 풀꽃의 색깔, 모양, 향기 등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온 지난날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바쁘게 살다보니 풀꽃 같은 꽃은 살펴볼 여절이 없었다. 길가에 피거나 깊고 깊은 산속의 외진 곳에 피거나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피는 풀꽃이다. 아무도 보아주거나 관심을 갖지 않아도 그저 그 자리에 묵묵히 피었다 지는 야생화가 아닌가. 귀하게 대접 받으며 피는 꽃이건 저절로 야생으로 피는 꽃이건 다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자연 속에 있는 나무나 풀꽃의 이름도 모르고 지나친 일이 부지기수였는데 이곳 나무와 풀꽃에도 이름표를 달아 놓았다. 뜻밖에 몰랐던 나무와 야생화의 이름을 알게 되어 반가웠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깊고 세심한 배려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바위틈에서 노란색옷을 입고 탐스럽게 자란 싸리버섯의 손짓에 가가이 가 보았다. 그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경쟁하지 않는 식물들의 서식지인 이곳이야말로 생태탐방로이자 자연 학습원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청정한 자연 속에 있는 이 순간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마음이 평안해진다.

길옆에 세워진 '변강쇠 바위'라는 안내문에서 옹녀 바위와 변강쇠 바위에 얽힌 전설을 상상하게 했다. 눈앞에 보이는 폭포를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움을 간직한 바위다.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는 마치 여자의 힙과 비슷하여 옹녀 폭포라는 이름을 달았다. 폭포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낙수 소리는 제법 세차게 들려 한층 시원하게 느껴진다. 바위에 내려치는 물방울과 햇살이 하모니를 이루어 나무 사이에 쌍무지개를 빚어 놓았다. 신비의 기암괴석과 폭포수와 원시림이 어우러져 쌍무지개는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아름다운 쌍무지개 뜬 폭포 아래에서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온갖 시름이 다 녹아드는 듯하다. 일행 중 몇 사람은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 희희낙락 시원함을 만끽하며 즐거워했다. 워낙 땀을 많이 흘리고 올라간 산행이라 나 역시 물속에 두 발을 담가 보았다. 힘차게 쏟아낸 물은 온 몸이 짜릿할 정도로 차갑게 느껴져 순간 땀이 쏙 들어갔다. 오감을 만족 시키는 시원함을 그 무엇에 비교하랴. 청정함을 지닌 자연은 인간에게 깨달음을 주는 가장 위대한 스승이자 최상의 선물이고 행복이다. 도심의 회색 콘크리트 속에서 지치고 피곤해진 심신을 달래기 위해 마음껏 가슴을 활짝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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