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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미지의 땅에 대한 상상을 하며 앵커리지 공항에 내려섰다. 먼빛으로 보이는 치솟은 높은 산봉우리 마다 하얀 모자를 쓰고 있다. 그 산허리 마다 구름이 비단 마후라를 두른 듯 우아한 모습에 신비로움을 간직한 듯 보인다. 7월 중순인데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한 기온으로 공기가 매우 맑고 상큼하다. 한국의 17배 넓이의 땅에 공장 하나 없다니 신선하고 쾌적할 수밖에 없다. 모든 물자는 본토에서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임을 알겠다. 미세먼지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활짝 펴진다.

리틀 스위스라 일컫는 발대즈항을 향해 버스로 리처드슨하이웨이를 7시간을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기슭은 온통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 야외 꽃밭을 이루고 있다. 툰드라지대로 오르다 보면 파란 하늘빛에 자작나무와 오엽송나무의 울창한 숲이 연이어 나타난다. 가끔 호수와 통나무로 지은 집이 드문드문 보여 동화 속에 나오는 풍경이다. 마치 한 폭의 서양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집을 사면 호수를 하나 덤으로 줄 정도로 크고 작은 호수가 약 3천500만 개가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창조주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정원인 듯싶다.

산위에서 흘러내리는 워딩턴빙하를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긴 혓바닥을 길게 내민 것처럼 보인다. 빙하의 한쪽부분이 검게 보여 바위와 흡사했다. 그것은 바위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빙하위에 먼지가 쌓여 검게 보이는 것이라 한다. 그 빙하가 녹아 맑은 물이 아니라 회색빛 물이 시냇물처럼 흘렀다. 이 모든 자연의 신비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다. 빙하가 녹아내려 장관을 이루는 수많은 폭포 중 면사포 폭포는 절경이고 명품이다. 관광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순수한 태고의 운치가 깃들어 있는 관광명소라 생각된다.

세계 최대 콜롬비아 대빙하를 보러 가기 위해 선상에 올랐다. 유람선을 타고 가다보니 바다사자와 거대한 혹등고래, 돌고래, 물개, 물새 등 다양한 생물을 생생하게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빙하조각을 가르며 유람선은 느리게 여유를 부리며 떠갔다. 빙하 조각이 햇빛에 반사돼 찬란한 무지갯빛으로 나타나 두 눈 가득 담아 본다. 거대한 빙하가 바다와 만나는 곳에서 현지인이 빙하조각을 한 덩이 건져 올렸다. 그것을 받아든 일행들은 돌려가며 너나없이 '태초의 빙하가 내 손안에 있소이다하고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유리알 같은 푸른빛을 띤 빙하를 보는 순간 그 눈부심에 감탄사가 연신 터져 나온다. 경이롭고 황홀한 광경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감탄의 소리가 바다 위를 맴돈다. 별나라에 온 것처럼 착각을 하며 세상사에 때 묻은 내 마음이 깨끗이 정화 될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다.

마나누스카 빙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육지 빙하다. 이곳은 빙하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암석, 화석, 지층, 종자, 식물 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눈앞에 펼쳐진 빙하를 향해 지정된 좁은 길로만 걸어갔다. 지구촌 각처에서 찾아온 이들이 띠를 이루고 오가고 있다. 사각사각 발소리를 내며 조심조심 빙하 위를 약 30여 분간 걸었다. 빙하가 갈라진 크레바스나 홀을 만나면 마치 탐험가가 된 것처럼 호기심으로 살펴보았다. 순간 대자연이 빚어 놓은 새롭고 경이로운 아름다운 풍광에 젖어 빙하를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 빙하로 오르는 길목에 연도가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 숫자는 그때까지 이곳에 빙하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시라 한다. 태초의 자연이 살아있는 산 빙하, 육지 빙하, 호수 빙하, 바다 빙하를 보고나니 자연인이 된 듯싶다.

최근 5년 동안 빙하의 녹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상당히 큰 빙하도 녹아 내려 매년 그 규모가 점점 작아진다니 아쉬운 마음이다. 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이곳도 지구의 온난화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옛적부터 간직해온 신기하고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인 태고의 빙하를 가슴에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 앵커리지 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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