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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화창해야만 할 봄날 중국 발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다. 금년 들어 최고로 황사가 심하다는 일기예보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것 같은 날씨다. 순천국가정원박람회장과 순천만 갈대숲 길로 문학기행을 떠날 참이다. 최악의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계획했던 일이기에 이유 불문하고 출발해야만 했다. 처음 타보는 25인승 리무진에 탑승하고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가는 길에 봄꽃 여행지로 손꼽히는 선암사에 들려서 간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쫑긋했다. 그곳에 가면 지금 봄꽃 잔치가 한창 열린다고 한다. 나의문화유산 여행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로 손꼽히는 절은 순천 선암사라 했다. 그런 사찰을 여태 가 보지 않아 무지無知한 나는 더욱 기대가 되었다.

선암사 주차장에서 내려 사찰 입구로 들어섰다. 희뿌였던 황사는 숲이 다 마셔버렸는지 황사 따위는 사라지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상쾌한 기분으로 걸었다.

선암사에는 600년이 넘은 백매화 한 그루와 홍매화 두 그루가 2007년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처음 와 보는 사찰이라고 하는 내게 지인은 이름난 이 좋은 사찰을 처음 오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사찰이라 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2018년 6월 30일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7개의 사찰은 선암사, 부석사, 법주사, 통도사, 해인사, 마곡사, 대흥사가 있다. 백제 때 창건 된 1000년이라는 긴 역사의 숨결이 흐르는 선암사도 그 중의 하나다. 승선 교는 조선 후기에 건축 된 다리로 보물 400호로 지정된 무지개다리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연미를 최대로 살려 계곡에 설치된 반원형으로 된 다리다. 원형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잘 보존돼 있다고 하니 눈여겨 볼만하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가니 홍매화가 유혹을 한다. 빠른 걸음으로 대웅전에 들려 삼배를 올리고 서둘러 나왔다. 댓돌을 내려와 대웅전 뒤로 돌아드니 천년을 이어 온 매화향기가 그윽하게 풍겼다. 수많은 매화나무 가지마다 한창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홍매화의 고운자태가 일품이다. 홍매화는 봄 햇살에 더욱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으니 정말 자랑할 만한 풍광이다. 균형 잡힌 매화나무의 자태도 예쁠 뿐만 아니라 소담스럽게 핀 고운 꽃도 예뻐 마음이 설렜다. 마치 꽃등을 단 듯한 화려한 홍매화의 아름다움에 그만 홀딱 반해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흔히 볼 수 없는 겹꽃의 홍매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홍매화가 아름답다는 소문이 날만하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각처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들이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떠드는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또 한쪽에서는 홍매의 아름다움을 스마트 폰에 담느라 꽃가지를 휘어잡아 당기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스님들은 선방에서 묵언 중인데 객들은 그것도 모르고 훼방 놓는 것이 아닌가 하여 민망스러웠다. 그들과 함께 방해꾼이 된 나 자신이 부끄러워 되도록 큰 소리를 줄여본다.

매화나무의 수령은 600여 년이 되었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지만 그 누구도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단다. 경내에는 수령이 약 350~650년에 이르는 각기 다른 5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는데 이를 가리켜 선암매仙巖梅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목이 된 백매화 1그루와 홍매화 2그루는 명품 중의 명품이란다. 이 명품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이 사찰을 지키는 파수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매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꼽히는 꽃으로 선비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꽃이다. 설매화는 겨울에 피는 꽃이고 이곳 홍매화는 3월 중순이 넘어야 핀다고 한다.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워낙 고령이라 기운이 달려 꽃이 늦게 피는 것 같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스님께서 우스개로 한 말씀이다. 돌담 너머로 크게 자란 진달래꽃도 겹꽃으로 활짝 만개해서 홍매화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무더기로 겹꽃으로 피는 진달래꽃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이렇게 유명하고 아름다운 홍매화와 진달래꽃을 직접 와서 감상하게 되어 더없이 행복했다.

모르면 몰라도 선암사에는 품위 있는 꽃을 사랑하는 스님들이 모여 사는 극락 도량인가 보다. 꽃과 함께 사는 스님처럼 이 공간과 이 순간이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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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