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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충북고용혁신추진단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갑작스럽게 내린 눈 때문에 내일 출근길이 걱정되어 아주 잠시 짜증이 났다가, '찹쌀 떡~'하고 지나가는 소리에, 아주 오래 전 아버지 퇴근하시거든 드리려고 어머니께서 사 두셨던 찹쌀떡이 생각난다. 빨리 아버지가 퇴근하셔야 찹쌀떡을 먹을 수 있는데, 아버지는 왜 이리 안 오시던지. 그 무렵 기억을 떠올려 보면, 늦게 퇴근한 아버지는 피곤해 보였지만, 그 상황에 대해 불평하지 않으셨다.

최근 젊은이들이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쓰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가는 과정과 이유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그토록 원했던 취직을 하고 신입사원이 조기 퇴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젊은이들은 6시 땡 하면 집에 갈 수 있는 권한이 없다. 5시 50분부터 컴퓨터 전원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거울 보면서 머리스타일도 다듬고, 퇴근 준비는 되었는데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은 자리에서 미동도 없으시니 도저히 사무실을 떠날 용기가 없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선배님들보다 일찍 출근해 윗분들께 '나는 매우 부지런 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드려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어른'들 퇴근하시는 것을 보고 집에 가는 것이, '선배'님들 출근하시기 전에 먼저 와 있는 것이 뭐가 이상하냐고 하실 일이다.

회식자리는 어떠한가· 신입은 가장 끝자리에 앉아 가지런하게 수저를 준비하고, 술잔은 절대 상사보다 위에서 부딪히면 안 된다. 상사가 드시는 반찬 접시가 비기 전에 재빠르게 채워드려야 하고, 그 분이 집에 귀가하시기 전에 신입들에게 퇴근할 권리는 없다.

늦은 퇴근에도 별다른 불만이 없으셨던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직장'이 곧 삶이고, 그 직장은 우리 가족들을 먹고 살게 해 주는 아주 고마운 현장이다. 아버지의 직장생활이 곧 생계와 연결되는 상황 때문에 별 다른 불평과 문제의식 없이 그들의 삶, 가족구성원들의 삶의 우선순위가 아버지의 '직장'생활로 정해졌을 것이다. 우리 가족을 지탱해 주는 고마운 직장이니, 일찍 출근해서 회사 앞마당도 깨끗하게 쓸어두고, 쓰레기통도 비우고, 어제 상사가 주문했던 자료도 말끔하게 정리해 책상 위에 놔 드리는 일은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아주 지극히 자발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ㅤ젊은이들의 상황은 좀 다르다. 그들에게 '직장'은 그들의 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해 주는 '도구'이며, 대학에 들어가서도 토익학원으로, 논술학원으로 쉴틈 없이 스펙을 쌓아 만든 그들의 '브랜드'이다. 기성세대 삶의 '전부'였던 직장생활과, 젊은 세대 삶의 '일부'인 직장생활, 서로의 계층에 대해 불만을 품기 전에 '직장'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힘든 과정을 거쳐 대기업에 입사 한 젊은이가 입사 1년 만에 퇴사를 결심하고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해 다이빙 보조강사로 일하는 과정이 소개됐다. 이를 두고 그의 아버지는 그를 '참을성 없는 놈', '한심한 놈'이라며 불만스러워 하셨지만, 정작 서울의 명문 대학을 나와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대기업에서 기계처럼 일하며 생긴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장애까지 앓았던 그는, 다이빙 보조강사로 일하는 지금의 '직장'은 그에게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직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직장'에 대한 생각이 다른 두 세대가 어쩔 수 없이 한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의 생각과 행동이 틀렸다고 지적 할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직장'이 갖는 의미가 기성세대와는 조금 '다른'것이라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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