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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어느 교회 목사님이 새벽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몸이 굳어 움직여지질 않았다고 한다. 팔다리는 물론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빨리 일어나 새벽예배도 인도해야 하고, 낮엔 여기 저기 심방도 다녀야 하며 약속된 이런저런 할 일이 많은데 큰일이다 싶어서 몸을 뒤척여 보려 했지만 여전히 꼼짝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혹 내가 죽은 것인가? 아니면 죽어가고 있는 것인가?"

그 순간 목사님은 자리에 누워 하나님께 빌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지금 떠나기에는 너무 억울하니 가족들에게 유서라도 남기고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러자 거짓말처럼 꼼짝할 수 없던 몸이 자유로워져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가족에게 유서를 썼다고 한다. 그 동안 고생만 시킨 부인에게는 얼마의 돈을 남긴다는 내용과 자녀들에게는 이런저런 당부를 하는 유서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신이 점점 맑아지고 몸이 자유로워 졌다고 한다.

"아, 하나님께서 살려 주셨구나."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예전과는 아주 다른 삶을 멋지게 살았다고 한다.

요즘은 유서를 미리 써 두기도 한다지만 그건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하거나, 아니면 아주 많이 가진 자들이 죽은 후가 염려되어 유서를 써서 공증 받아 두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는 처치하지 못할 만큼 많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 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유서로까지 남겨야 할 처지도 아니라서 미리 유서를 써 두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어느 날 하나님이 '이제 이 지상에서 그만 살고 오거라' 하면 가야하는데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고생하여 이제 살만하니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다가 가겠다고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떠날 날을 모르는 것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큰 선물이지만 언제 떠날지 모르는 것은 또 다른 두려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죽음이 늘 염려되어 건강을 체크하고 돈을 모으면서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선물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길기도 하고 가장 짧은 것이 되기도 하며,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죽음을 체험하고 미리 유서를 써본 목사님처럼 멋지고 완벽하게 살 수는 없지만 내게 남겨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한번쯤 유서를 써보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그리하면 유한한 인생에 대한 욕심도 줄어들 테고 좀 더 선하게 살아지지 않을까?

손해를 보는 듯 사는 것이 흑자 인생이라고, 그리 사는 것이 당장은 손해 같지만 시간이 가면 복이 되어 돌아온다고 어른들은 말한다. 부부나 친구 사이 또는 직장 동료 사이에도 '내가 좀 못났지' 하며 사는 것이 지혜라고 말이다.

우리의 생명은 너무나도 짧아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부자나 거리의 거지나 결국은 똑같이 한 줌 흙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사람은 꿈과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고, 어떤 사람은 불안과 초조, 공허와 후회로 채워나간다는 점이다.

내가 만약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유서를 남겨야 한다면 가장 먼저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써야할까? 남편에게는 뭐라고 쓰며, 자식들에게는 어떤 말을 써야 도움이 될까? 돈 이야기를 쓸까, 아니면 살아가는 지혜를 쓸까? 이도저도 아니면 무슨 소리를 해야 할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동안 가족을 위해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았으니 죽은 후에라도 오래 기억해달라고 할까?

이왕이면 근사한 유서를 남기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쓸 말이 별로 없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허송세월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느 날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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