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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20년 전쯤 내가 이루고 싶었던 경제적 성공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우리 가족이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 넓은 아파트 한 채와 자동차 한 대 그리고 몇 천 만원의 예금통장이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목표만 달성되면 정말로 욕심 부리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과 나누며 살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지금 나는 20년 전 내가 작정한 경제목표를 초과 달성하였다. 우리 가족 수에는 한참 넓은 평수의 아파트와 자동차 등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되었고, 옷장에는 옷들이 차고 넘치며 냉장고엔 다 먹지 못해 유통기한 지난 식품들이 남아 뒹군다. 집안을 둘러보면 그다지 필요치 않은 물건으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마음에 흡족함이 없어 늘 더 갖고 싶은 욕심으로 목마르다. 혹 남이 가지고 있는데 나만 가지지 못한 것은 없나 이웃을 늘 곁눈질 하면서 풍요 속의 궁핍을 느끼며 산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는 부족한 것이 참 많았는데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평화롭게 잘 살았다. 잘 사는 이웃들을 시기하기보다는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우리도 노력하면 저렇게 잘 살 수 있겠지' 하고 그들을 모델삼아 성공의 꿈을 꾸면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빈곤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행복했었고 가난했던 유년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요즘은 부족해서 목마르고, 가진 것이 없어서 마음이 비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정한 바를 다 이루었는데도 괜스레 더 가진 자와 끝없이 견주면서 자신의 성에 차지 않아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성공은 보지 못하고 이웃들의 행복과 성공만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늘 성공에 대한 갈망으로 애를 태운다. 어떤 일을 이루고 나서 누군가로부터 성공에 대한 축하 인사를 받으면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성공은 무슨, 아직 멀었다.' 며 부정의 손사래 친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이담에 성공하면 어찌하겠노라고 말하며 성공을 무작정 나중으로 미룬다. 아마도 성공이란 보통의 것이 아니라 대단히 어마어마한 것으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이란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정한 목표가 이루어지면 그게 바로 성공인데도 말이다.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나 역시 성공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며 끝없는 욕심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이루고 싶은 많은 것들을 이루고 가지고 싶은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는데도, 여러 가지 꿈을 다 이루어야 제대로 성공한 것이라고 나름대로 판단하고 이웃과 비교하면서 늘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다.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강한 요소는 비교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비교하는 순간 삶의 리듬은 헝클어지고 자신의 목표 달성은 초라한 것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 속의 작은 성취를 그때그때 자축하며 행복을 느끼고 또 축하도 받으면서 좀 느긋하게 살 필요가 있다. 겉으로 드러난 이웃들의 풍요로움만 바라보지 말고 그들의 숨겨진 노력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 내게 성공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해 올 때 '아! 그래.' 하고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며, 함께 기쁨을 나누고 나름의 성공 노하우 일러주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한 일 아니겠는가·

나는 그 동안 성공이 행복인 줄 알고 살았다. 행복을 위한 성공이 아니라 성공 그 자체를 인생의 목표로 살고 있는 오늘의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 가족과 한 지붕 이고 오순도순 정답게 서로를 챙기며 살고,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이 바로 행복이고 삶의 향기인데도 말이다.

목표한 바가 이루어졌는데도 그저 실체도 없는 허황된 또 다른 성공을 쫓아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한번쯤 가던 길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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