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사랑하는 큰 딸 현아야!

결혼하여 새 가정을 꾸린지 벌써 7개월이 지났구나. 신혼의 달콤함을 누려야 함에도 고3 담임이라 주중에도 쉬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지난 주말에는 멀리 경기도 시댁 어른들께 문안 다녀왔다니 많이 힘들었을 거야. 그래도 절기나 시부모님의 기념일을 기억하고 잘 챙겨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유독 아침잠이 많은 네가 어떻게 살림을 꾸려 가는지 걱정도 되지만 너는 충분히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아무리 남녀평등 사회라고 하지만 여자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남자가 해야 할 일이 있는 법이란다. 또한 아내로서 해야 할 일과 며느리로서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단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다 그렇게 힘들고 바쁜 거란다.

너는 마음이 여리고 착해서 눈물도 많고, 작은 일에 마음의 상처도 잘 받는데 이제는 좀 더 씩씩해져야 할 거야. 이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가정을 이루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 친정엄마인 나는 직장생활 한다는 핑계로 찬거리도 제대로 준비해 주지 못하는데도 잘 견디는 널 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포기도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기도 한단다. 때로는 보기 싫은 것도 참고 봐줘야 하고, 보고 싶음도 참고 견뎌야 한단다. 또 하고 싶은 말도 마음에 새기고 내뱉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단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 사랑하는 내 딸아!

어른의 세계는 어려서 꿈꾸던 환상적인 세상이 아닐 수도 있단다.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던 유년이 가끔은 그리워지는 것이 어른들의 세상이기도 하단다. 어른이 되면 뭐든지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어린 날의 생각은 철없던 때의 한낱 환상 일 수 있거든. 그래서 말인데 아름다운 꿈으로 가득했던 지난날들을 자꾸 되돌아봐서는 안 된단다. 무한한 미래를 내다봐야 할 나이에 자꾸 과거에 머물면 안 되거든. 그 건 더 많이 나이 들어서 짧게 남은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할 시기에 돌아보는 거란다.

이 세상에서는 꿈꾸던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다 이루어지는 것은 없단다. 사소한 일이라도 쉬지 않고 반복하고 노력할 때 위대한 성취를 가져 올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싶다. 인간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삶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버겁다고 주저앉아 있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것을 알아야 해. 그 중에서도 청춘의 시기는 더욱 짧게 느껴지거든. 엄마도 청춘일 때는 인생이 늘 청춘일거라고 생각하며 허송세월한 적이 있기에 사랑하는 딸이 똑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간혹 우리는 상승세를 타며 승승장구하는 사람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아서 그에게 시기와 질투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못난 생각이란다. 그는 남들과 다른 도약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성실하게 노력해온 당연한 결과를 누리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사람의 삶을 본보기로 삼아 너의 삶에도 빛이 들고 윤나게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니· 남보다 잘하려 하지 말고 전보다 잘하려고 노력해야 할 거야. 위대한 경쟁일수록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니까.

때로는 사랑에도 고통이 동반됨을 기억해 둬야 할 거야.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삶을 일구어 가는데 있어서 위기와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진정으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위기와 고통까지도 함께 끌어안고 가는 거란다. 껍질을 깨는 아픔을 견디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고, 이 세상은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차츰 알게 되는 거란다.

사랑하는 내 딸아!

우리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삶의 아름다움이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청춘의 시기를 잘 보내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으며, 너와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미래를 볼 수 있는 거란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너는 충분히 행복을 아는 어른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