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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충북고용혁신추진단 책임연구원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혼밥(혼자 밥먹기) 난이도'란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와 클릭하게 되었다. 먼저 입문코스라고 소개된 곳은 '학생식당' 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면서 몇 명이냐고 물어보는 점원이 없고, 자동판매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골라 식권을 받으면 되는, 그야말로 혼밥의 천국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진화하여 중급코스라고 소개 된 곳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테이블 간 높은 파티션이 쳐져 있고 어두컴컴한 조명 때문에 혼자 밥 먹기에 그리 민망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혼밥의 고급코스라고 소개 된 곳은 고깃집으로, 간혹 1인분 단위로 주문 할 수 없는 곳도 많으며, 대부분 옆자리에 누가 밥을 먹고 있는지 훤히 보이는 구조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의야한 눈빛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더니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어, 독서실 칸막이 같은 장소에서 홀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한 혼밥족 전용 고깃집이 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혼밥 전용 고깃집을 살펴보니, "혼자서 편하게 드세요"라는 안내문구가 적혀있고, 각 자리마다 놓인 TV는 이어폰을 꼽고 볼 수 있었으며, 옷걸이에 스마트폰 충전기 까지 구비되어 있다. 정말 새롭고 신기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96.4%가 혼밥의 경험이 있다고 했고, 74%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혼밥을 한다고 응답하였다. 사실 기존의 혼밥은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혼자 먹는 상황을 일컬었으나, 최근의 혼밥의 이유는 자발적인 경우들로, 이제 혼자 먹는 것이 '편하게'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가정을 꾸리기 힘든 사회적 구조 속에서 점점 결혼의 적령기가 늦어지고, 더 나아가 혼자 살겠다는 비혼주의 남녀들이 늘어나는 사회 현상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과 분야 간 '융합'이 키워드이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에 발맞추어 아이들의 교육 역시 과거, 혼자만 잘 하면 되는 방식에서, 두루두루 친구들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과거, 능력이 출중한 소수의 인원이 기업 전체를 끌고 갔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기업 근로자들 간의 집단지성을 이용한 협력이 기업 경쟁력의 근원이 되는 시대이다. 이처럼 청년들이 자리 잡아야 할 기업에서는 융합과 교류를 강조하고 있지만, 청년들이 홀로 밥 먹는 것이 편안하도록 느끼게 하는 현재 우리의 상황이 왠지 아이러니 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얼마 전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부동의 점심메뉴 1위 김치찌개를, '가정식 백반'이 제쳤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러한 변화로 가정식 백반, 즉 집 밥이 최근 혼밥과 함께 부상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유행처럼 번지는 '집밥'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TV프로그램에서도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각종 비법과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집 밥, 즉 '가정식' 백반은 메뉴가 중심이 아닌,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관계'가 핵심이다. 집밥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요리의 기술을 알려주기 보단, 출연진들이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거기에 약간의 요리 팁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러하니,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함께 떠 먹는 겸상의 따뜻함을 기억하는 이에게 혼밥은 얼마나 그들을 더 고독하게 만드는 것일까.

타인의 간섭 없이 편안하게 식사 할 수 있는 혼밥 전용 식당에서, '가정식' 백반을 선택 해 먹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사실은 누구보다도 엄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 아버지 앞에 바짝 놓여진 고등어구이, 동생과 나눠먹던 계란후라이가 그리운, 이러한 따뜻한 온기와 관계에 목말라 있는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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