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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충북고용혁신추진단 책임연구원

여기저기 장미넝쿨에 불긋불긋 탐스러운 장미가 흔한, 강력한 미세먼지 때문에 망설여지긴 하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 밖으로 나와 숲길을 걸으면 상큼한 공기가 박하 향을 맡는 것처럼 싱그러운,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왠지 주말이 되면 어디든 떠나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드는, 그래서 자꾸 인터넷 검색창에 가볼만한 곳을 찾게 되는 지금, 대학교 4학년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TV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아침 6시 반, 비교적 한산한 버스를 타고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한 창밖을 바라보며 토익학원으로 향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 들어서기 전, 매일 이어지는 명당자리 쟁탈전을 치루고 얻은 황금같은 자리에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아직 맑지 않은 정신을 다독여서 겨우겨우 2시간의 수업을 버티고(·)나면 근처 편의점에 들러 누군가는 컵라면, 누군가는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한다. 종종걸음으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잠시 쉬는 시간에는 오늘까지 제출해야 하는 레포트를 해결해야 한다. 일과 후에 빽빽하게 잡혀있는 여러 가지 일정들 때문에 학교 밖으로 나가면 레포트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여유로운 학교 수업 일정을 마치면, 다시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으로 향한다. 학교수업에 필요한 책들은 학교 사물함에 넣어놓고 왔지만, 그래도 가방은 두꺼운 교재와 틈틈이 사용해야 하는 노트북 때문에 천근만근이다. 강사가 하는 이야기들을 한 가지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쉴 세 없이 빽빽하게 필기하고 이해하다 보면 어느새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업이 마무리 된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집에 갈 순 없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스터디 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분야에 취업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여 결성 한 이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친구들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를 만들어 가야지만 나도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수업이 끝난 학원 휴게실에 노트북을 펴고 앉아 한참을 스터디 모임에 필요한 자료 준비에 공을 들이다 보면 모임에 가야 할 시간이 금 새 다가온다. 여러 가지 각자 준비 해 온 좋은 정보들을 공유하다보면 마지막엔 항상 바늘구멍보다 통과하기 힘든 취업의 문에, 원망과 한탄을 쏟아내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하지만, 이러한 신세 한탄도 여유롭게 쏟아낼 겨를이 없다. 집에 들어가기 전 커피숍 구석에 홀로 앉아 노트북을 펴고 온라인 채용 싸이트들을 둘러보고, 몇 군데 적당 해 보이는 곳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보니 밤 12시가 다 되어간다. 이런 생활은 취준생들에겐 일상적인 일이라는 학생의 인터뷰가 왠지 마음에 남는다.

TV 화면은 독일의 청년이 본인의 진로를 정하기 위해 2년 간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명 다른 것은 독일 청년은 여행과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는 중이었고, 우리나라의 취준생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독일의 청년은 본인이 앞으로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고, 우리나라의 취준생은 기업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일자리 문제가 대통령의 1번 과제가 되어버린 어찌 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취업'만을 생각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잠시 탐스러운 장미 넝쿨 앞에서 사진도 찍고, 싱그러운 숲길에서 기지개도 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훌쩍 바다도 보고 산도 둘러보면서 잠시 '취업'이라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숙제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유치원 다닐 때 나의 장래희망은, 초등학교 다닐 때 나의 장래희망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보았으면 한다. 과연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지금 행복한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 좋은 계절 놓치지 말고 짬을 내어 '휴식' 해 봅시다. 잠시 휴식하는 것도 취업을 준비하는 일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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